김부겸씨가 국무총리로 어제(2021.4.16)내정됐다. 김부겸 신임 총리 후보자는 참으로 이력이 화려하다. 아니 파란만장하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가운데 그만큼 이른바 스캔들이 없는 사람도 드물다. 일단 그의 족적을 더듬어보기로 하자. 그는 1958년 1월 21일생이니 한국나이로 64살이다. 대구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이다. 학교때 이른바 운동권에 몸을 담았다. 박정희 독재시절인 1978년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과 1980년 5.17 계엄령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제적과 복학을 반복했다. 그는 군에 가지 못했다. 군 면제자이다. 이른바 각종 빽을 동원해 안간 것이 아니라 못갔다. 징역형이 확정돼 수형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 모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 많다. 김부겸은 故 제정구 의원을 정치적 스승으로 모셨다. 1991년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선생이 재야세력과 연합하면서 창당한 민주당에 1995년에 입당했다.
2000년 경기도 군포 지역구에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3선 국회의원을 했던 김부겸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대구 수성구 갑으로 지역구를 바꾸어 출마했다. 아깝게 낙선했지만 2016년에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도전끝에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신도환 국회의원 이후 31년만에 일이다. 그후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돼 2019년 4월까지 재직했으며 그이후 2년만에 문재인 정부 세번째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왜 그에 대해 장황하게 이력을 설명했느냐 하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한국에 보기 드문 지사풍의 정치인으로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내리 3선을 했던 경기도 군포 지역구에 그대로 있었다면 국회의원에 잇따라 당선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남 호남으로 갈라진 이 나라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파타하고 싶었던 열망이 그를 대구로 향하게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만큼 쉽게 인생을 살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 하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생각의 소유자라는 말의 이유가 될 것이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진보계열 정당 정치인 가운데 보기 드문 대구경북 출신이다. 김 총리 후보자는 국회의결 절차를 통과하면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이수성 29대 국무총리에 이어 26년만에 TK 출신 총리가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 후보자가 앞으로 지역구도를 타파할 기회를 획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과 다른 더 큰 뜻이 담기게 된다.
그는 추문에 휩싸여 본 적이 별로 없다. 아마도 유일하다면 더불어 민주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 상대방 후보측에서 내건 처남 문제가 유일하다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부겸 후보자의 처남은 바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다. 이영훈 교수는 김 후보자 부인의 오빠이다. 이영훈 전 교수는 학생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극우적인 주장을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김 후보자는 여권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폭탄을 받는 등 엄청난 심적 고초를 겪었다. 김 후보의 부인은 이와관련해 민주당원들에게 '김부겸 전 의원의 아내인 이유미입니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남편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해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일부 인사의 극성스런 지지자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손윗 처남을 어떤 수로 가르치겠는가. 그리고 그 손윗 처남이란 사람이 매제의 말을 듣기나 하겠나.
지금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대통령은 레임덕이라는 현상에 들어간 듯 하다.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그냥 지키는 자리로 인식돼 왔다. 대통령의 힘이 워낙 강하니 제 2인자라고 하지만 총리가 힘을 쓸일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총리 입장에서는 나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볼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통령이 일단 레임덕 현상에 들어가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리더의 말에 순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향을 제시해도 제마음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으로 다스릴 수도 없고 정말 방도가 없어진다. 그만큼 레임덕 현상이 무서운 것이다. 힘들어하는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자신의 뜻을 펼쳐 보시길 바란다.
한국은 인물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조급함이 인물이 성숙해 가는 길을 막곤 했다. 그래서 이나라에 인물이 별로 없다. 이런 장점이 있으면 저런 단점이 발목을 잡고 이런 유능함이 있으면 저런 무능하고 추문이 낙마시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리고 서두르는 모습도 없지만 게으르게 주저앉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그리고 대구로 내려가 새로운 험지에서 도전하는 그런 도전정신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진보계열 정치집단에 몸을 담갔지만 좌파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아마도 진보 보수의 관점에서 볼 때 중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에 만연한 진보 보수의 갈등속에 일년 남짓 남은 총리직을 맡는데 적임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나는 든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된다면 남은 일년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길 기대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은 바로 잡고 더 이상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언론과 야당의 지적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지금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것을 향하도록 생각을 쏟아야 한다. 국정 전반을 다뤄야 하니 힘도 들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장관의 자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다양하게 접해보면서 인물로서 능력을 더 배양해야 한다. 힘든 이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나라에 인물이 없다. 국내뿐아니라 국제적으로 험난한 상황이 잇따라 생기는데 그런 험난함을 슬기롭게 처리할 그런 혜안을 부디 총리 재임시기에 키우기를 바란다. 많은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큰 자리에 가서 더 포용력있게 국정을 처리하는 그런 김부겸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21년 4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