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연 | 2012-11-27 10:25:06, 조회 : 1,863, 추천 : 265 | |
이번 주 대둔산 팀 등반은 김장과 겹치는 바람에 출발 전날까지 참가여부가 불확실했었다. 전날 택배로 절임 배추를 받고 미리 야채를 다듬고 씻어 놓아, 아침 6시부터 시작한 김장 시간은 예상했던 것보다 길지 않았다.
같이 가기로 했던 진택이가 순학 선배님 차로 출발 한다는 연락을 받고 3시 20분쯤 우리 부부는 서둘러 출발했다. 그런데 중부 고속도로는 곳곳이 밀려 숙소인 전북 완주군 운주면까지 약 5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이미 도착한 우리 팀은 식사와 함께 술과 담소로 분위기가 얼근해져 있었다. 8시를 조금 넘겨 도착한 기준씨와 나는 ‘굴’을 넣은 만두국과 삼겹살로 허기진 배를 맛나게 채웠고, 한참 후에 홀로 내려온 흥성이까지 합류하여 정겨운 이야기는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어져, 조용한 운주면 마을을 들썩이게 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승현이는 설거지와 아침 준비로 기상을 알렸고, ‘굴떡만두국’과 ‘부대 찌개’로 따뜻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등반 준비를 하고 등반 장소로 이동했다.
처음 와 본 대둔산은 나뭇잎이 거의 져 초겨울의 정취를 풍기고 있었고, 능선마다 곳곳에 솟은 바위들을 보니 왜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지를 공감하게 되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보이는 반대편 풍경은 한 폭의 수묵 담채화를 보는 듯하였고, 하늘은 파란 물감을 얼룩하나 없이 곱게 칠해 놓은 것 같았다.
오늘 등반은 두 조로 나누어 문섭 대장, 순학 선배님, 창연 선배님, 진택, 그리고 지호는 ‘양파 길’, 기준씨, 흥성이, 승현이, 경옥이 그리고 시연은 ‘동지길’을 가기로 했다.
1P(30m, 5.10b) 기록으로는 5.10b이지만, 사람마다 밸런스의 차이가 있어 그 난이도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동지길 1p는 밸런스가 잘 안나오며 홀드 또한 마땅치 않아 자유 등반의 난이도는 그 이상이라 생각 된다. 앞 팀의 선등자의 등반을 보다가 승현이가 오르는 걸 보니, 역시 한 번의 실수 없이 침착하게 피치를 완료해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경옥이 야무지게 등반 완료하고, 이어 오르기 시작한 흥성이는 인공 등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주마 두 개로 마치 계단을 오르듯 올라갔다. 와!! 나도 여유가 되면 주마를 구입해야지 ~ 나도 여기서 시간을 많이 지연시킬 것 같아 미리 킉도르에 슬링을 걸어 인공으로 등반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이렇게 출발 전에 미리 인공 등반 준비를 하기는 처음 이었다. 인공 장비를 사용하는 것 또한 등반 기술이고, 지나치게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워둘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라스트는 기준씨로 크게 힘들이지 않은 듯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역시!!
‘동지길‘은 대둔산에서 가장 먼저 개척된 코스로 ’마천대길‘이라고도 하며, 대둔산의 대표적인 코스로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까지 총 12피이며 이날 우리의 등반 소요시간은 4시간을 좀 넘긴 듯 했다. 승현이가 자일 두 개를 달고 선등을 하고, 슈퍼 베이직을 이용해서 등반 시간을 많이 절약한 듯싶다.
‘동지길’의 크럭스는 7p(5.10d, 책바위라고 함)로 바위는 마치 인공적으로 깍은 듯 했고 책을 세워 놓은 듯 직각의 느낌이었다. 볼트 왼쪽의 크랙은 초반을 제외하고는 손 발째밍이 어렵고 홀드도 없어 1피치보다 더욱 자유 등반이 어려운 곳이라 생각된다.
자유 등반을 몇차례 시도하던 승현이도 결국은 인공으로 올랐고 승현이 오르는 걸 본 흥성이는 미련없이 주마를 꺼내들었다. 나 또한 출발 전 완벽한 인공 등반 장비를 준비 했다 ^^ 첫 볼트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 볼트따기 또한 어려웠다. 그래서 좌측 크랙에 설치한 캠에 준비한 도구를 걸고 그 슬링에 발을 끼워 올랐다.
나머지 피치는 대체로 내게 맞는 난이도였고 재미있게 오를 수 있었다. 제법 안락한 자리에서 컵라면과 따뜻한 커피까지 마시며, 수려한 경치를 뒤로 하여 사진도 담다보니, 어디 이런 행복이 있을까하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길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좋은 집도 아니고, 좋은 승용차도 아닌 취미 생활이라고 한다. 최소한 우리 산빛 식구들은 그런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바위를 오를 때의 어려움, 그 고비를 해결 할 때의 쾌감, 그리고 중간 중간 갖게 되는 여유로움 이 모든 것은 지금 내가 산을 찾는 이유이다! ‘동지 길’은 대둔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라며, 기준씨, 흥성이 경옥이 그리고 나에게 이 길을 선사하고 싶다던 승현이, 또한 등반 내내 긴장을 놓지 않았을 승현이의 갑장 자일 파트너인 경옥이, 내가 회수 못한 킉도르를 펜듈럼으로 넘어와 회수하며 믿음직한 마무리를 한 기준씨와, 사진이나 게시글로만 알았던 조용하고 착한 모습의 흥성이까지 모두 수고하셨다는 감사의 마음을 짧은 글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양파길 등반하신 조원들 함께하진 못했지만 수고들 하셨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 등반도 내게 큰 만족과 기쁨을 주었기에 돌아오는 길 얼굴에는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날씨 때문에 근심을 한 짐 지고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는 행복을 한 짐 지고 올라온 대둔산 등반이었습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12-08 20:5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