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師 베토벤
사라졌던 글 재업합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즐겨왔을 뿐, 음악에 완전 門外漢이다. 심지어 악보 조차 읽을 줄 몰라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문외한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여기다 쓰는 베토벤에 관한 이야기도 사실은 내가 베토벤의 음악을 어떻게 느끼는가를 기술하는 것뿐이지 어떠한 전문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말해둔다.
베토벤의 아홉 개의 교향곡은 베토벤의 일생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은 혁명 후 피의 혼란기를 겪던 프랑스에 혜성같이 나타난 나폴레옹이 유럽의 봉건체제를 무너뜨리고 공화제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803년에 작곡한 교향곡 제 삼 번을 나폴레옹에게 바친다고까지 겉장에 썼었으나 후에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어서 무력으로 주변국들을 침공하면서 프랑스군에 의해 숱한 인명 살상과 파괴와 약탈과 부녀자 겁탈 등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는, 구시대의 봉건왕조의 기득권자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사회적 약자들을 짓밟고 억누르는 나폴레옹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교향곡 삼 번의 겉장에서 나폴레옹의 이름을 지워버렸다고 들었다.
실제로 교향곡 일 번, 이 번은 내가 음악을 듣는 귀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마치 헐리우드의 뮤지컬같이 들린다. 삼 번에서 무언가 변화를 일으켜보려는 시도를 느끼지만 아직은 큰 감흥은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 번 역시 그저 그렇고... 한데 오 번부터 갑자기 음악의 분위기가 변한다.
오 번에서 느끼는 것은 “절망과 좌절”이다. 결국 암흑의 봉건시대로 다시 복귀하는 유럽의 모습에 심한 좌절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스스로 인생을 하직하고 싶은 심정에서 이름도 그렇게 붙였지 않았을까? 적어도 베토벤이 이 곡을 지었을 때의 심장이 그러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육 번에서 나는 베토벤이 완전히 지쳐있음이 느껴진다.
그저 무엇엔가 크게 실망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세상 만사를 다 잊고 입산하여 머리 깎고 중이 되고픈 심정이었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 지친 머리도 쉴 겸 낙향을 했다가 시골의 아름다운 전원풍경 속에서 계절에 순응하며 아름답게 피고 지는 꽃들과 초목들, 그리고 그 속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새들의 모습에서 인간들의 추악하고 더러운 욕심으로 가득 찬 속세와는 관계없이 쉬지 않고 묵묵히 대자연을 가꾸시는 조물주의 불변성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삶의 의미와 영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이상의 소설 "날개"의 마지막에 가서 작가가 갑자기 삶에 대한 의욕이 되살아나면서 "날개야 돋아나라" 하고 외쳤던 것 같은 그런 영감 말이다.
물론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최초의 동기는 누구에게선가 부탁을 받아서였다고는 하지만...
칠 번에서 나는, 육 번을 지을 때 받은 영감에서 기운을 얻은 베토벤이 이제 현실세계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본격적으로 초 현실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즉 인생은 괴로운 것이며, 善이 승리하고 惡이 패배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분함 속에 한을 품은 채 끝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체념과 그렇더라도 죽음 저편에는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이 곡을 지었지 않았을까. 팔 번 역시 칠번의 연속..
구 번은 마침내 먼 미래에 있을 “진실의 궁극적인 승리”를 기대하면서 현세의 고뇌를 초월하고 내세의 영원한 환희를 생각하며 이것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기 위해 지었을 것이다.
마치 네로에게 붙들려 경기장에서 사자에게 찢기고 불에 타죽으면서도 하나님의 영원한 승리를 바라보았던 기독교도들이 하던 찬미가 같은 것일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면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일번부터 구번까지 차례로 감상해 본다.
실제로 베토벤은 교향곡 구 번의 악상이 떠오르고 이 것을 작곡하기 시작한 때는 이 곡을 완성했던 1824년보다 30년 전이었다고 한다. 물론 본격적으로 작곡작업에 몰두 하기 시작한 때는 1822년부터였다고 하지만 이 곡의 주제는 삼십 년동안 계속 베토벤의 머릿속에서 연주되고 있었던 것이다.
즉 교향곡 구 번은 베토벤의 음악인생의 전성기의 전부를 바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베토벤을 배출한 유럽의 문화에서 나는 유럽의 정신문화의 깊이를 실감한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의 작곡된 연대를 보면 적어도 오 번 부터는 베토벤이 청력을 이미 상당 수준 상실해서 거의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상태에서 순전히 마음만으로 작곡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육 번의 전원교향곡의 2 악장은 음악의 문외한인 내가 처음 들었을 때도 계곡을 따라 굽이치며 평화롭게 흘러내리는 시냇물과 양옆으로 우거진 숲에서 이가지 저가지로 옮겨 앉으며 짹짹거리는 새들을 그린 풍경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었다.
두 귀가 멀쩡한 사람들이 못 듣던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베토벤이 찾아내 들려준 것이다!
베토벤이 전원교향곡을 작곡할 때는 이미 禪의 高手의 경지에 들어가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 때 석가모니가 베토벤을 만났더라면 큰절을 했지 않았을까!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c3gavEOlXdY
Beethoven Sonata #17 Op. 31 No.2. "Tempest" Complete performance Valentina Lisit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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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XuldgIR02dY
Anastasia Huppmann plays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e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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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ITidiBe-0T0
Beethoven Sonata # 14 "Moonlight" Op. 27 No. 2 Valentina Lisit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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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5JObP74jcw
Valentina Lisitsa - Beethoven Piano Sonata No. 23 Op. 57 in F minor "Appassi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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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피아노를 세게 쳐서 피아노의 줄이 끊어지곤 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TjfAIHpJjY
Beethoven Sonata #29 Op. 106 "Hammerklavier" Valentina Lisit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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