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oo Lee
우리은행 100억원 횡령 적발, 이게 끝이 아니다.
유사한 부정이 얼마나 깔려있을지 알 수 없다. 군대 제대후 1979년 공인회계사로 잠깐 일했는데 증권회사 회계감사 중에 대규모 횡령사건을 적발했다. 군 입대전에 금융회사에 1년 넘게 근무했던 경험이 감사에 도움이 됐다. 경리부장이 감사하는 동안 이상하리만큼 붙어다녔고 부장이 없을 때 대리가 이상한 말을 가끔했다. 환갑지난 감사는 충실한 금고지기로 보관 중인 주식 수를 매일 확인하는 것이 임무였다.
부장이 회사가 투자한 보유주식 일부를 오래전에 빼돌려 팔아서 횡령하고 년말에는 주식을 개인적으로 빌려 채워넣어 숫자를 맞춘 초보적 부정이었다. 상근감사는 연말 숫자를 믿고 속고 있었고 대리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 수상한 상황이라 회사보유 주식 모두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됐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1주일만에 배당금이 안 들어온 회사보유주식을 발견했고 부정을 잡았다. 당시는 컴퓨터도 없었고 회사별 배당금 지급사실을 일일이 전화해 확인해야했다.
나는 지금도 여러곳에 주식횡령한 부장, 알고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대리, 회계지식 전혀없이 도장 챙기고 숫자 확인하는 상근감사가 있다고 믿는다. 수년전 공인회계사 회장 출마하면서 부정적발 경험이 있는 회원을 중심으로 적발방법을 연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히 보상하면서 실효성있는 적발과 예방 대책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감사수임제도에 회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번 공인회계사 회장선거도 온통 수임제도 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