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이야.
난 이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어.
남의 시선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다른사람 배려따윈 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거, 그게 내 삶의 방식이야.
난 익숙하거든.
그러니까,
너도 익숙해져봐.
남을 위한 배려는 이제 버려.
나를 위한 배려 또한 이제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
그게 너를 위한 내 마지막 배려야.
00.
그 날은 흐렸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거 같은 무거운 비구름을 안고 있던 그날.
몇번이나 울음을 삼키고 또 삼켰던 그날.
"헤어지자."
난 이성적이었다. 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고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나는
이성적이었다.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이성에 따르는, 감정에는 동요되지 않는
인간.
"왜? 왜 갑자기."
왜 그 때 아무말 없이 보내줄 수 없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다른사람을 위한 배려가 조금이라고 있을 순 없는지. 그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 그 애의 심정을 조금도 헤아릴 순 없었다.
"나 결혼해. 내일, "
놀란 그애의 얼굴에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으며 똑부러지게 말했다.
"S그룹 후계자. 나 그사람하고 결혼해."
"아직 잊어버린 게 아니었나보네."
신데렐라의 꿈.
천애고아가 갑자기 부잣집 며느리로 인생을 살아가는 그런 역.
난 그런 비중있는 역할에 발탁이 됐고, 대사처럼 잔인하게 전애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신데렐라의 꿈을 비로소 이루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고."
비가 쏟아진다.
마구 쏟아붓는 비를 피하려 달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내일 와줄래? 니가 안오면 섭섭할거 같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구 쏟아붓는 빗줄기 사이로 걸어갔다.
내 자취를 쫓는 눈길을 외면하고 또다른 인생의 길로 나아갔다.
신데렐라의 꿈을 위한 길.
난 이제 신데렐라다.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고 부잣집이라는 사실로 당당하게 설수있는
하예린.
그게 나다.
신데렐라를 위하여..
01.
내가 생각을 할수 있게 되고, 모든게 보이게 됐을때
처음 본건 내가 누워있는 자그만한 아기 침대였어.
내 주위가 시끄러운데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든 생각은,
난 혼자구나. 이거였어. 겨우 날 지켜줬던 건 태어날 때부터 고아원 천장에 붙어있는
천사 모빌 뿐이겠지. 누구도 날 지켜주지 않았으니까.
*
신데렐라는 언제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와 행복한 결혼을 한 그녀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를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묻고싶다.
' 넌 그 뒷이야기를 알고있어? '
라면 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할것인지 궁금하다.
"오늘도 못 들어가. "
자신이 할말만 딱딱한 어조로 말하고 그대로 나가버리는 현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소파에 주저앉았다. 부드럽고 폭신한 소파. 화려한 일상복. 어마어마하게 큰
집. 베르사유 궁전같이 넓은 정원.
모든게 내가 바라는 데로다.
난 신데렐라가 됐고, 난 최고의 여자가 됐다.
하지만, 내 가슴 한쪽 구석에 남아있는 외로움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행복하지 않은 신데렐라로 만들었다.
이 넓디넓은 집에 달랑 남은 것은 결국 나.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는 그 감정이 또다시 되풀이되어 외로움과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쓰디쓴 상처만을 남겨주었다.
난 자그만한 한숨을 내쉰뒤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언제 한번 집에 들리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난 오늘 그집에 가야한다.
또 다시 느끼겠지.
이방인.. 완전한 소외를,
난 이렇듯 태엽을 감아 작동시키는 인형처럼,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고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이 이끌어지고 있다.
이걸 보고 누가 신데렐라를 행복한 여자라고 하겠는가.
부유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그녀가 왕자와 결혼을 한 삶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
"왔니? 와서 이 방 청소좀 하렴. 오늘은 가정부 아줌마가 안 와서 그 대신
니가 해야겠다."
앉을 새도 없이 구석진 방을 가리키며 말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난 겉옷을
대충걸어놓고 그 방으로 걸어갔다. 오랫동안 안 쓰던 방인지 먼지가 자욱했고 캐캐 묵은 냄새가
났다. 가구는 달랑 책상과 침대. 그다지 온전하지 못한 듯 하다. 침대는 한쪽이 푹 꺼져있었고
책상 서랍은 달랑거리고 있었으니까.
난 한숨을 내쉰뒤 천천히 청소를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와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는 시어머니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와 마주해 호탕하게 웃는 어떤 남자. 난 또다시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웃사이더같은 기분, 한두번이 아니잖아.
왜 새삼스럽게 이래.
그래서 인간은 약한 존재인 것이다.
몇번이나 겪은 일이어도 또다시 그 일이 닥치면 상처받고, 또 같은 상황에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기 보단, 가슴에 무언가를 담고 사는 약한 존재이다.
인간이 손짓 하나로 죽이는 개미보다 더 약한.
햇빛이 기운다. 조그마한 창문새에서 햇빛이 기울고 있다.
그리고 그 햇빛이 내 쪽으로 기울었을 땐, 난 어떤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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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스..허접스.
꼬릿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스무니다용.
첫댓글 멋진데요.. 느낌 좋군요! 건필하세요, 기대하겠습니다아!
기대해주신 만큼 성실하게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