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 낚시이야기
지난이야기는 “400번째 편지”였습니다. 매주 한번씩이니 400번째 편지는 8년정도 썼다는 이야기네요. 처음 시작할 때 10년간 쓰기로 마음 먹었으니 앞으로 100번 남았습니다. 말이 되든 안되든 앞으로 2년간 지속해 보겠습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부부가 같이 운동을 하기 위해서도 중년이면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골프를 배우지 못했다. 어느 해 골프스쿨에 3개월간 등록하고 골프클럽도 장만했으나 잦은 결석으로 인해 코치로부터 정중한 퇴출 요구가 있었다. “선생님은 연말연시를 피해 한가할 때 배우러 오세요.” 이렇게 해서 골프와 멀어졌고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했으니 나의 소일거리는 책읽기와 끄적거리기, 민물낚시와 정겨운 친구들과 막걸리 먹기이다.
얼마 전 나주에서의 1년간 생활을 글로 썼더니 낚시회 회원인 C원장이 “낚시회 고문이면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지요.”하고 농담을 한다. 오늘은 소일거리이자 취미인 낚시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붕어가 없는 곳에서도 부시럭거리며 붕어를 만들어내는 실력”을 갖고 계셨던 선친의 실력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님 낚싯대로 낚시를 시작했으니 釣歷으로만 따진다면 50년이 넘는 신선급 이다. 나는 왜 낚시를 50년 넘어 하고 있고 낚시에서 절정의 쾌감은 무엇일까?
옛날 양반이 길을 가다 낚시꾼이 잉어를 걸고 씨름하는 것을 봤다. “이보게 내가 쌀 한가마니를 줄 테니 낚싯대를 나에게 넘기게” 낚시꾼은 대꾸를 하지 않고 잉어를 끄집어내려고 애를 썼다. 드디어 어린아이 만한 잉어를 끄집어 낸 후 양반에게 “쌀 반가마니만 주시면 잉어를 드리겠다.” 하니 양반은 “일 없네.” 하면서 가던 길을 재촉했다.
낚시꾼들은 잡은 고기를 끌어낼 때 낚싯대에서 전해지는 고기의 몸부림을 최고의 쾌감으로 말하기도 한다. 나도 낚시 초보였던 젊은 시절 향어와 잉어 대물을 풀어 놓은 양어장 낚시에 몰입하며 많은 돈을 갖다 바쳤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原始의 몸부림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낚시의 쾌감을 모른다. 양어장은 대물을 풀어 놓은 탓에 낚싯줄을 굵게, 낚싯대도 여러번 부러져 낚싯대도 튼튼하고 질긴 것으로 장만하여 대물사냥에 나서곤 했다. 下手는 무조건 큰 것을 잡고 손이 아플 정도로 많이 잡아내면 그것에 만족하고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中手를 넘어가게 되면 “찌 오름“에서 오르가즘을 느낀다.(낚시꾼들은 이를 농담으로 찌르가즘이라 한다) 찌 오름을 결정하는 요인은 찌맞춤, 수온, 기압, 미끼의 물성과 종류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에는 붕어 마음이다. 일반적으로 붕어는 찌를 올리고 잉어는 찌를 내린다. 그래서 찌르가즘을 느껴야 하는 중수들은 잉어를 싫어한다. 붕어들도 체급에 따라 찌 오름이 다른데 작을수록 찌 올림이 경박하고 큰 붕어 일수록 중후하다. 하지만 월척급 붕어의 찌 오름은 특이하다. 숨이 막힐 듯 서서히 올릴 듯 말듯 하는 조심스러운 찌 올림에 조사들은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래서 중수들은 큰 입질을 보기위해 미끼로 옥수수나 메주콩, 대하, 송사리 등을 사용한다. 찌르가즘을 느낌과 동시에 정확한 챔질 타이밍을 잡아 대물을 건져 올리는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수와는 비교할 수 없으나 대물붕어를 노리는 중수의 낚시채비는 꽤나 튼실하다. 대물 붕어를 건져 올려야 하니 줄도 굵고 대도 질기다.
高手가 되면 찌르가즘을 초월하고 줄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가느다란 줄을 사용한다. 일본 낚시소설을 보면 예전 기술이 없어 가느다란 낚싯줄을 만들지 못했을 시절, 여자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이어서 낚싯줄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느다란 줄과 연약한 낚싯대, 초정밀 찌맞춤으로 승부를 한다지만 잡아내도 좋고 놓쳐도 무방하다. 붕어를 낚아내는 것에 초월을 하는 경지가 되면 비로소 고수에 반열에 속한다.
강한 채비로는 중수도 대물을 잡아내지만 약한 채비로는 잡아내기 어려운데 고수들은 그것을 즐긴다. 잡고자하면 물밑의 붕어 움직임을 꿰뚫고 있으니 못 잡을리 없지만 굳이 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정도 수준이면 붕어를 잡으러 낚시를 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연을 즐기러 가는 것이다. 낚시터로 들어가는 진흙길도 정겹고 이름 모를 잡초까지 예뻐 함부로 밟지 못하고 피해간다.
내 낚시수준은? 50여년의 조력을 돌이켜 보면 중수의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골프는 스코어를 보고 수준을 가늠을 할 수 있지만 낚시는 객관적 지표가 없어 낚시꾼의 채비와 마음, 태도로 구분한다. 나는 마음만 高手의 흉내를 내고 있다.
2016.04.10 전력사업처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