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19. 10. 25. 금요일.
날마다 날씨가 자꾸만 서늘해지고 추워지면서 가을이 깊어간다. 10월도 이제 며칠 안 남았고, 나뭇잎도 물들어서 땅 위로 떨어져서 바람에 날린다.
늦가을이다.
'늦가을'이란 우리말이 있는데도 '만추'라는 한자말을 쓰는 문학인이 무척이나 많다.
한자병에 찌든 사람과는 달리 나는 중국 낱말인 '만추'라는 한자를 쓰지 못한다.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확인해서야 晩秋(만추)의 한자를 알았다.
나는 몇 해 전까지 갯바람이 산능선으로 넘어오는 충남 보령지방 산골마을에서 치매기 진행 중인 어머니와 함께 둘이서 살면서 텃밭농사를 지었다.
마을회관에 붙어 있는 텃밭이고, 마을 중심지에 있는 밭인데도 나는 농약 냄새가 싫어서 농약은 전혀 치지 않았다. 텃밭 세 자리에 가득 찬 과일나무, 꽃나무, 키 작은 화초와 농사 짓기 쉬운 고구마 감자 쪽파 등을 심고는 그저 호미로 풀 매고, 낫으로 풀을 깎았기에 나는 늘 잡초, 벌레, 병균한테 졌다. 잡초는 억새...
나는 이런 나를 '게으른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 건달 농사꾼'으로 불렀다. 부끄러운 현실인데도 지방 농업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학교에 1년간 다니면서 나는 나를 위처럼 소개했다. 남들한테는 이상한 농사꾼으로 비쳤을 게다.
어머니 나이 아흔일곱 살 나던 2015년 2월 말.
먼 세상으로 여행 떠난 어머니한테 흙으로 된 무덤집 하나를 산속에 지어드리고는 나는 그참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생활을 다시 시작했으나 나는 아직도 과일나무, 조경수, 꽃나무, 화초를 잊지 못하였기에 인터넷 사이버세상에 들락거린다.
오늘도 화초를 판매하는 농업 관련 카페에 들락거렸고, 어떤 회원의 글을 읽었다.
국화를 노지와 화분에 각각 심었는데 노지에 심은 국화는 싱싱하게 커서 꽃을 화려하게 피었으나 화분 속의 국화는 아직도 비실거리며 꽃도 피지 않았다며 이들을 비교하는 사진을 곁들였다.
나는 '노지'의 한자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를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확인했다
노지(露地) : 이슬 땅?
쉽게 말하면 '맨땅'이다.
땅 위에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는 그냥 땅이다. 비닐로 흙을 덮지 않고, 비닐하우스(온실 등)도 짓지 않기에 작물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도 없다. 자연 그대로의 땅(흙)에서 재배한다.
우리말인 '맨땅'이 있는데도 구태여 중국 낱말인 '노지'로 말하고 글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말로 다들 유식하다. 특히나 농업 등 전문용어, 기술용어들은 대체로 일본서적을 한국말로 번역한 것들이 많아서 한자어가 무척이나 많다. 그만큼 시골사람들도 유식하다는 뜻일까?
나는 그렇게 유식하거나 잘나지도 못했다. 그냥 쉽고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말하고,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서 읽고, 글 쓰고 싶다.
인터네 뉴스에는 해외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라와 학교가 늘어난다는 기사가 떴다.
한국의 K팝, IT기술, 경제분야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덩달아 한국어를 배우는 현상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고무적이다.
아래 통계는 2018년 12월 기준.
28개국, 1,495학교, 134,000여 명. 학생수는 해마다 수천 명씩 늘어난다.
1.
간밤에는 '사물존칭', '사물높임' 말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존댓말이 지나치게 변질되어서 사람이 아닌 물질/사물에 대해서도 쓴다고 한다. 병적인 증세이다.
예)
- 1만 원이십니다. 삼만 원 나오셨습니다. 잔돈이 얼마이십니다.
- 그 메뉴는 지금 안 되세요. 재고가 없으셔셔...
- 주문하신 라떼 나오셨습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 저희 나라는(우리나라는 낮추고, 남의 나라는 떠받드는 거여?)
- 통닭이 나오십니다. 맥주 나오셨습니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치즈가 녹으시면 드세요.
- 세일이십니다.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 찾으시는 모자 있으세요?
- 다음 환자분 들어오실게요.
- 비가 오시는 거 같습니다(비가 내리는데도 ... '것 같다'고 남이 말하는 것처럼 말해야 되는지...)
한글 파괴, 우리말 파괴, 문법 어법 문맥을 해치는 짓이다.
아무리 장삿속이라고 해도 물건까지 극존칭, 간접존대, 간접높임 어법으로 말해야 되는지...
줄임말, 신조어 등 우리말 어법에 사뭇 어긋나고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줄였으면 싶다.
2019. 10. 25. 금요일.
첫댓글 한글이 생기기 전부터 쓰던 중국한자였으니 쓰은거 아닐까요 ㅎ
우리의 언어 속에는 한자말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자말이 곧 우리의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 것을 지키되 외국에서 들어온 것도 함께 보듬어야겠지요.
하지만 우리 것이 있는데도 외국의 것을 먼저 써서 우리 것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저는 한글세대이지 한문세대는 아닙니다. 100년 전에 썼던 100% 한문으로 된 문장을 저는 읽을 재간이 없습니다.
100년 전에는 양반/사대부/지식층은 지식을 독점했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최윤환/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만추와 늦가을]
을 읽어 가다가 저는 선생님 어머님과 삶을
엿보고 깝짝 놀랬습니다.( 아흔일곱 살 나던
2015년 2월 말.) 그 후 서울에서 삶을 영위하시군요.
지나간 세월 속에 시골생활이..(역귀농)
듣고 싶어서 Re:꼬리글을 달아봅니다.
예...
저는 역귀농자입니다.
지금은... 한때에는 명함에 '풀씨농장'이라서 해서 남한테 자랑스럽게 명함을 건네주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비좁은 아파트 안에서.. 화분 90개 쯤을 들여다놓고는... 흙냄새를 맡는 척하지요.
이따금 시골생활의 이모저모도 올려야겠습니다.
한편으론 한글도 문화라고 봅니다 ㅡ
시대마다 추구하고 유행하듯이 ㅡ
저는 한자도 모르면서 한자를 쓰기도하지요 ㅡ
한글사랑 느껴지네요 ^)
저도 한자를 조금은 이해하며 압니다만 쬐금만...
예컨대 우리말인 '나무'가 있는데도 한자말 '수목(樹木)을 쓰는 사람이 많대요. 수樹 : 나무, 목木 : 나무.
수목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순서를 바꾸면 '목수(木樹)'라는 단어는 있을까요? 없지요. 한자어 수, 목은 모두 나무를 나타내지요.
우리는 '나무'라는 단어가 있기에 '나무'를 쓰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만추.
뭔가 늦가을보다는
낭만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웬지 낙엽이 후두둑길에 바바리코트깃을 세우고 걸어야 될 것 같은.
오랜만에 깊어가는 가을같은 깊은 글을 올려주셨네요.
늘 기다리던 글이었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제가 전에 글로뵙던 최윤환 선배님 맞으시죠
존대말도 맞추어 써야 흉하지 않은거지요
무조건 존대 한다고 좋은것은 아니지요
예...
이제서야 댓글 답니다.
시골 다녀왔습니다.
시골.... 한적한 곳이지요.
자꾸만... 노인들이 사라지고...
님의 지적처럼 존대말 지나치게 남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