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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0.25%p 인하…3년여 만에 ‘피벗’
미국 금리 내리고 소비자물가 안정세
극심한 내수 부진도 금리 인하 힘실어
카드 대란 이후 소매 판매액 지수 최악
금리 인하 만으론 내수 부진 극복 한계
국민 실질 소득 감소가 소비 침체 원인
정부가 돈 풀지 않으면 금리 효과 반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를 마감하고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피벗)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시기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농산물 가격이 너무 올라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6%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유지했던 고금리를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0.1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기조 긴축서 완화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것도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4개월째 이어지는 내수 회복 지연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건설을 비롯한 주요 내수 부문의 투자가 부진한 탓에 경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내수 침체를 이유로 정부와 재계는 오래전부터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금리를 인하해 기업의 조달 금리와 가계 이자 부담이 줄여주면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다. 이런 시기에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면 기름을 부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리 인하를 발표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설명하며 집값 급등 등 금융 불안을 꼽았다. 그러면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이. 연합뉴스
가계·기업 이자 부담 연간 6조 감소 기대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이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했을 때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가계대출자 1인당 줄어드는 이자 부담은 연평균 약 15만 300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3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인 취약 차주는 이자 부담이 약 2000억 원, 1인당 12만 원 정도 줄어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이번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약 1조 7000억 원 감소한다. 1인당 평균 감소액으로 따지면 55만 원 정도다. 이는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66.2%)을 추정해 기준금리만큼 대출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을 가정하고 추산한 금액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이와 유사한 자료를 11일 내놨다. 한경협이 발표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면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6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0년 이후 기준금리와 가계와 기업 대출 금리 자료를 토대로 회귀 분석한 결과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금리는 누적 0.14%포인트, 기업 대출 금리는 누적 0.1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토대로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와 기업 대출 잔액을 곱해 산출한 연간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가계가 2조 5000억 원, 기업은 3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가구당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평균 21만 원 정도다.
기업·가계 대출 연체율 추이(%) [한경협 제공] 연합뉴스
금리 인하만으로 내수 침체 극복 힘들어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것은 고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점에서 가계와 기업 살림에 모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자 부담이 줄면 소비와 투자를 늘릴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극심한 소비 침체를 극복하는 건 역부족이다. 기준금리가 대출 금리에 반영되려면 시차가 있는 데다 이자 부담 감소액이 소비를 늘릴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감액된 전체 이자 금액은 수조 원대지만 차주가 많아 건별로 나누면 얼마 되지 않는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차입금 규모가 너무 커 기준금리를 내려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수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2014~2021년 30조~40조 원대였으나 판매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작년에는 94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8조 7000억 원과 비교하면 2.4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신용카드 사태 때만큼 급락한 소매판매액 지수
현재 소비 침체는 2000년대 초 발생했던 신용카드 사태 때에 필적한다. 당시 카드사들의 마구잡이 카드 발급으로 생긴 거품이 빠지면서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최근 소매 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로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증가율이 2.4%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카드 사태 때였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표는 3년 연속 하락 중이다. 내수 침체는 4분기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민 실질 소득이 단기간에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 근로자의 실질 소득은 3년째 줄고 있다. 가계가 쓸 돈이 없으면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24일 오후 서울 한 시장에 배추가 놓여 있다. 2024.9.24. 연합뉴스
정부가 직접 돈 풀지 않으면 금리 인하 효과 반감
가계도 기업도 과도한 부채로 소비 여력이 없다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전 재정’만 외치며 세출을 줄이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정이 튼튼해진 것도 아니다. 무분별한 부자 감세로 올해도 8월까지 실제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84조 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조 원 늘었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내수 진작에 필요한 돈 풀기는 꺼리고 있다. 야당이 소비 쿠폰 형태로 지급하자고 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현금 살포’라며 반대하고 대출금 상환 연기 등 면피성 대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지금은 금리 인하나 대출 지원 같은 간접 방식으로 소비를 살리기 힘든 단계다.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해 내수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때다. 단기적으로 세금 부담과 국가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내수가 회복되면 세수 증가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930
첫댓글 아메리카가 기본소득을...
우리도 직접주는 기본소득을
이젠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짐 자본은 한쪽에 치우쳐
스스로 살찌우고
한쪽은 빈곤에 끼니를
걱정하는 시대..
자본주의도 이제 그운명을
다한거 같다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