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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봉봉>
prolouge
6:00PM.
서울의 큰 번화가 강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기업 회사들이 줄지어 모여있는곳. 그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AA사 건물 1층에 위치한 고급 커피전문점 내부는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한 편이였다.그 중, 창가 자리에 앉은 여인이 유독 돋보인다. 초조하게 시계를 몇번씩이나 들여다보며 연신 인상을 찡그리고 앉아있는 붉은머리의 여자.
그녀는 남들과 비슷한 모양새의 정장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여자들과는 확실히 대조되어 보였다.
그녀는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완벽한 쓰리사이즈의 소유자였다. 패션의 완성은 몸매라 했던가? 그녀의 몸매는 단정한 정장마저도 섹시하고 세련되어 보이게했다.
물론 이국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지만 남들보다 개성이 넘치는 붉은계열의 긴 생머리 또한 당연히 한 몫 했다.
나이는 올해 27세. 그녀의 이름은 이제아였다.
그녀는 조금 늦는다는 남자의 연락을 받아 약간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것들 중의 하나는 약속시간을 어기는것. 그것도 남자가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상황은 더더욱 용서 할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에 돌아가고도 남았을 상황이지만 그녀가 참고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얼마전에 소개받은 잘나가는 변호사에, 집안 재력도 어느정도 받쳐주는 앨리트였기때문이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는동안 내일까지 회사에 제출해야할 서류를 작업하기로 결정했고, 개인용 노트북과 USB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마무리 단계였고 조금만 손보면 끝낼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였다. 원래는 데이트 후에 집에가서 할 생각이였지만 그를 기다리는동안 시간떼우기로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타자치는 속도는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고 작업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친 그녀의 짜증지수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몇분이나 지났지?'
뚜르르르 - 뚜르르르 -
그 순간, 극적으로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가방을 몇번 뒤적거리더니 얼마전에 새로 구입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발신자를 확인해보더니 그녀는 한숨을 한번 가볍게 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제아씨? 이제 거의 도착했어요. AA건물 근처에요. 1층 Sweet.C&D 카페라고 했죠?
"네. 창가자리에 앉아있어요."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나머지는 집에가서 한번 더 손보면 되겠다.'
통화를 끊은지 얼마 안되서 20대 중후반에서 많으면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카페안으로 유유히 걸어들어왔다.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에 모델을 연상시키는 185cm의 큰 키. 보통 남자치고는 마른 체구의 남자의 몸에는, 누구나 알 만한 명품 정장을 걸쳐져 있었고 그의 오른 손목에는 고가의 브랜드 시계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카페 창가쪽 자리를 한번 훝어보더니 확 튀는 붉은 머리의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좀 늦었죠? 미안해요."
그녀의 굳은 표정을 눈치챈 남자가 멋쩍다는듯이 씨익 웃으며 사과했다.
그는 늘 웃을때 눈이 반달 모양으로 예쁘게 휘었는데, 무커플이지만 작지도않고 너무 크지도않은 또렷한 눈. 그 밑에 자리잡은 과하지않은 애교살은 그의 눈웃음에 +α 작용을 했다.
"커피 드실래요?"
눈웃음에 약해진 그녀가 못이겼다는 듯이 피식 웃어보이며 묻자, 그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음 커피보다는 배가고픈데...저녁이나 먹으러 가요."
*
같은 시간, 강남의 유명한 정통 호스트바 'Eden'.
정통 호스트바인 만큼 잘생긴 연예인 지망생 선수들이 많다고 유명한 이 곳은, 상위 1%의 여성 혹은 회원제로 VIP 고객만을 접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곳 출신의 선수들이 아이돌가수나 연기자로 데뷔해 유명세를타, 다른 가게의 VIP고객들을 한동안 끌어 모으기도했다.
돈많은 주점 아가씨들부터 높은 사회계층의 사모님까지 손님들의 직위나 나이는 다양했고 그만큼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꽤나 짭짤한 편이였다.
이곳에는 대략 50명정도의 선수들이 있는데 서로 친해보였지만 나름대로의 서열과 질서가 있었다. 단골손님이 많을수록 벌이가 좋았고 몸값이 올라갔다. 물론 손님이 개인적으로 제공하는 팁이나 선물들은 가격대부터 무시할 수 없었다.
"정훈아 우리 이번주에 따로 한번 볼까?"
룸 안.
아직은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명품 원피스를 입은 여성과, 역시 명품 정장을 입고있는 잘생긴 남자가 고급스런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있다.
눈치 챘듯이, 온 몸에 명품으로 치장한 젊은 여자는 알아주는 재벌가의 외동딸이였고, 남자는 지명1순위 선수였다 그의. 나이는 24세. 이름은 도정훈이다.
"이번주? 미안하지만 바쁜데. 일하는거 알잖아?"
"너도 참 일개미다. 언제쯤 밖에서 따로 만나줄건데?"
"만나고 싶으면 여기로 찾아와 누나. 한동안은 좀 바쁠거야."
정훈은 조용히 테이블위의 양주를 집었고, 여자에게 따라주었다.
"왜? 요즘 돈 필요해?"
"아니 그런건 아니고..."
"잔 받아. 뭔데 말해봐!"
"...."
여자가 궁금하다는듯이 남자를 바라보더니 대답이없자, 이내 졌다는듯 양주가 가득 든 잔을 집어 살짝 흔들었다. 정훈도 잔을 집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와 그녀의 양주잔이 부드럽게 맞닿았고, 순간 챙- 하는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한 룸안에 퍼져나갔다.
"너도 참 비밀이 많다니까? 확 지명 바꿔버려?"
"누구 맘에드는놈 있어?"
"눈여겨본 선수는 하나 있는데... 후후!"
"실망인데? 누구한테 반한거야? 나 아니고?"
정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가자, 그녀가 저돌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의 넥타이를 확 잡아끌었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정훈이 그녀를 바라보자, 곧 그녀의 긴 손이 그의 양 볼에 맞닿았다.
"정훈아 키스해줄래? 나 꽤 오랫만에 왔잖아?"
"그러게… 예전엔 거의 매일같이 오더니. 요즘 식었다 정아누나?"
"에이~식기는! 그래도 올때마다 매번 너만 찾잖아!"
정훈은 여자를 한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곧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에 입을 맞췄다.
*
[Eden. 9:00PM]
"도정훈. 이따 11시에 지명손님있어."
에덴의 부장 신현중. 나이는 32세. 그는 이 바닥에서 성공한 사람들중, 꽤나 젊은 축에 속했다.
나이 스물 다섯에 이바닥에 들어와 웨이터로 연명하다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실장에서 부장까지 고속 승진한 케이스. 운이 좋아 지명손님 여럿을 거물로 얻어 지금은 이바닥에서 알아주는 2인자가 되었다.
원래 정통 호스트바 'Eden'은 예전부터 알아주는 정통 호스트바에 속했지만, 신부장이 가게를 크게 키우는데 한 몫을 했고.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을 대신해 에덴을 거의 운영하다싶이 하고있다.
대기실에 누워있던 정훈은 현중이 지명손님 얘기를 꺼내자 관심을 보였다.
정훈과 눈이 마주친 현중은 곧바로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정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누군데."
"S그룹 사모님."
"하. 귀찮게됐군..."
S그룹 사모님이라... 정훈은 그녀를 그닥 좋아하는편이 아니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비호감'이랄까?
그녀는 집요한 성격이였고. 이곳에서 놀다가 몇번인가 들켜서 S그룹 사장에게 붙잡혀 간적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잊을만 하면 꿋꿋하게 정훈을 찾아왔다.
그녀는 매번 올때마다 '벤츠'라던지, '명품시계' 같은 고급스런 선물들로 유혹하며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진짜' 애인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혹은 '스폰서'가 되어주겠다고 제안한적도 종종 있었으나 그는 당연히 거절했다.
세상엔 공짜란 없는법이지. 여자든 남자든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어야 하는법이다. 정훈은 예전에 한번 크게 꼬인적이있어 대기업의 '사모님' 혹은 부잣집 '아가씨'들은 왠만하면 엮이지 않으려 조심했다.
아, 물론 그가 그녀들이 건네는 '선물'을 전부 거절하는것은 아니다. 일종의 영업이라고 해두자,
"현중형. 나 잠깐 바람좀 쐬고올게."
정훈이 현중의 눈치를 쓱 한번 보더니 말했다.
"11시까지는 들어와! 다른 지명이면 몰라도 그녀는 VVIP손님이니까!"
"알았어~"
그가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현중은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녀석... 보나마나 안들어오겠구만."
***
[a fancy restaurant 7:00PM]
그는 그녀의 제안으로, 가까운곳에 위치한 논현동의 고급 레스토랑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차에서 먼저 내려 제아의 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익숙하다는듯 차에서 내렸다.
그는 키를 직원에게 건냈고, 그들은 직원이 차를 주차하는동안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갔다.
건물 9층에 위치한 전망좋은 레스토랑 bonheur. 주로 이삼십대 고객이 주로 많이 찾는다는 이곳은 아름다운 전망과 맛있는 프랑스 음식으로 입소문난곳이였다.
'고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만큼 이곳은 외관부터가 남달랐고 전체적으로 은은하면서도 엔틱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였다.
입구로 들어서자, 로비에 있던 직원이 그들을 맞이했고, 곧 브라운 계열의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나타나 그들을 안내했다.
"두분 이십니까?"
"예."
"자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 창가 자리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죠."
직원을 따라서 자리를 안내받은 그들은 전망이 좋은 창가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유독 창가자리를 좋아했다. 탁 트인 전망에 마음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아직은 저녁시간대라 야경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였지만, 고층에 위치한 만큼 전망이 무척이나 훌륭했기 때문에 제아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도형씨,요즘 일이 많이 바쁘신가봐요?"
"하하. 뭐 그렇죠. 요즘들어서 사무실에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요. 의뢰는 의뢰대로 들어오지, 정리할 서류는 산더미지... 제아씨도 만만치 않은것같던데."
"제가 다니는 회사가 빡세기로는 유명하잖아요. 알면서 참고 하는거죠."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홀을 담당하는 직원이 다가와 테이블을 셋팅했고 메뉴판을 건내주었다.
그는 메뉴판을 한번 쓱 한번 훑어보더니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메뉴고르기에 열중이였다.
"제아씨 이곳은 무슨 음식이 제일 맛있나요?"
"음...사실 저도 자주 와본건 아니라서요. 이 스테이크가 어떨까요? 시즌한정으로 나온건데 저번에 먹어보니 괜찮더라구요."
"그럼 전 그걸로 할게요. 제아씨는?"
"저는 봉골레 파스타로."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고,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사라진지 얼마안되서 테이블에는 싱싱한 샐러드와 갓 구워서 나온듯한 식전 빵이 세팅되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만큼, 음식마저도 유럽 왕실이 연상되는듯한 멋진 접시에 담겨져나왔는데, 무척 푸짐해보였다.
"여기 괜찮네요 제아씨. 자주 오시나봐요?"
"아, 얼마전에 친구랑 한번 와봤는데 분위기가 괜찮아서요.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럼요! 제아씨가 추천한 레스토랑인데... 다음에는 제가 잘 아는 식당에 가봅시다. 멋진 일식집이있는데 유명한만큼 맛도 좋거든요. 일식 좋아하세요?"
"일식은 별로 안좋아해요. 회라던지 갑각류라던지 그런 종류는 좀..."
그녀가 인상을 한번 찌푸리자, 그가 허허 웃으며 어색한듯이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서로 만난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이렇듯 그들의 대화는 무척이나 평범했다. 이상형이라거나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 그 외에 취미생활이나, 일상 에피소드 같은것들이랄까?
그녀는 이런 대화를 지루해하는듯이 보였지만 그는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지못하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의 이름은 김 도형. 변호사가 직업인 31세의 건장한 청년이였다.
한달전. 그는 친구를 통해 우연히 들어온 소개팅 자리에 나가게되었고, 서로의 사진도 없이 장난반으로 나가게된 소개팅 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붉은 장미꽃을 연상시키는 긴 생머리의 그녀는 '아름답다'는 단어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눈동자가 처음 마주친 순간, 그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고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않았던 그의 심장은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였다.
그녀는 그의 전부를 순식간에 장악해버렸다.
***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봐 몇자 적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호스트바에관한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쓴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