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대장동 개발에서 가장 많은 수익금을 챙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쌍방울이 오르내리고 있다.
천화동인 1호가 받은 1200억원대 막대한 배당금의 일부가 쌍방울 측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장동 핵심 인물인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대장동에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란 김만배(57·화천대유) 과거 발언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지만 복잡한 중간 돈 거래 과정 때문에 최종 종착지를 밝히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지난해 10월 1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설 당시 헬멧을 쓴 최모 전 쌍방울 부회장이 마중을 왔다. 김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천화동인 1호에 빌린 장기대여금이나 법인 자금에서 수십억원을 최씨에 빌려주는 등 수차례 돈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명 지분 의혹’ 천화동인 1호와 쌍방울 측의 수상한 돈 거래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지분(보통주) 약 30%를 소유해 개발 이익금 4040억원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 받았다. 대주주가 개인인 천화동인 2~7호와 달리 1호는 대장동 시행사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의 100% 자회사 형태다.
이에 따라 화천대유 100% 주주인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의 명목상 소유주인 셈이지만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회계사가 녹음한 녹취록에는 김씨 스스로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말하는 대목이 여러번 나와 차명 논란이 불거졌다.
대표적인 게 김씨가 유동규(53)에게 “직원들이 천화동인 원(1호)이 너라고 지칭은 안 했지만 내꺼가 아니라는 건 다 알아”라고 말한 2020년 10월 30일 자 녹음이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천화동인 1호는 유동규가 실소유주로 보인다. 김씨는 같은 날 1208억 배당금 중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유 전 본부장이 설립한 유원홀딩스 또는 부동산 시행사 투자금 등 명목으로 주기로 약속하기도 했다.(뇌물공여약속 혐의)
하지만 김씨가 실제 천화동인 1호 법인자금에서 유 전 본부장에 건넨 돈은 지난해 1월 31일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40장과 현금 1억원 등 뇌물 5억원뿐이다.
김씨는 오히려 쌍방울 측 인사와 빈번한 자금 거래를 벌였다. 그 중심엔 같은 성균관대 출신 후배인 최모(55) 쌍방울 전 부회장이 있다.
김씨는 2019~2020년 천화동인 1호에서 장기대여금으로 473억원을 빌린 후 그중 20억원을 2020년 2월 최씨에게 빌려줬다. 4개월 후 2020년 6월에 천화동인 1호가 최씨 투자회사에 30억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는 등 이외에도 둘 사이에는 수차례의 금전거래 흔적이 나타났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난해 10월 초순에도 김씨가 직접 최씨에게 30억원을 계좌 이체했다고 한다.
김씨 측은 이와 관련해 언론사에 “해당 거래는 범죄 혐의와 무관한 두 사람 간 사적 거래”라며 “이미 검경 수사 과정에서 클리어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최씨 간 돈 거래가 주목받는 건 쌍방울 그룹이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해외 도피중인 김성태 전 회장이 2010년 거래소 상장사인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참여했고 초창기 쌍방울 대표이사를 맡는 등 김 전 회장의 측근이었다.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 발언도 재조명
여기에 유동규 전 본부장의 이재명 대선 경선자금 제공 의혹 폭로에 이어 남욱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를 지목해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다”고 폭로에 가세하면서 차명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김씨가 과거 남 변호사 등에게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의혹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씨가 4살 어린 유 전 본부장을 ‘너’라고 하거나 동생으로 대했기 때문에 천화동인 1호의 ‘그분’은 최소한 유 전 본부장 윗선이란 의심을 낳았기 때문이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10월 28일 법정에서 "2015년 2월 내지 4월께 김만배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말했다"라고 폭로했다.
천화동인 1호 자금 일부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2019년 쌍방울 전환사채(CB) 인수 자금으로 흘러간 대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2014년 대장동 사업 초기 20억원을 댔던 토목업자 나모씨에 2019년 4월 말 분양대행업자 이모씨를 거쳐 100억원을 입금해줬다. 나씨는 이 돈으로 KH그룹(배상윤 회장·해외 도피)의 대양금속 인수조합 지분을 인수했고, 다시 KH그룹은 김성태 전 회장에 쌍방울 CB 인수자금으로 50억원을 빌려줬다.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불기소하면서 결정문에 “변호사비가 쌍방울 등으로부터 대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의혹 열쇠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내 귀국 여부 미지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주행시험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모두 해외에 도주 중인 상황에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과 법인 계좌를 거치면서 중간 과정에서 돈의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김성태 전 회장의 귀국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물론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열쇠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말 해외로 출국한 김 전 회장이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연내 귀국할 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 사업 주가조작 의혹과 횡령 의혹은 물론 대장동 이익금에 대한 사용처에 대한 자금 추적이 진척될수록 김 전 회장의 귀국 압박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