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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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예산 30조 쓰는 본부로 통합, 정책 힘 받을 것"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 1시간 전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좁은 수로에 있었다면, (보건복지부 통합으로) 큰 강으로 가서 많은 물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 저는 보람을 느낀다."
김현숙 "예산 30조 쓰는 본부로 통합, 정책 힘 받을 것"© 제공: 한국일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여가부는 21년의 독립부처 역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마지막 여가부 수장이 될 김현숙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조5,000억 원짜리 예산을 갖고 있던 부처(여가부)가 30조 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되는 것"이라며 "기존 여성가족 사업 대부분이 묶여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복지 정책의 시너지가 생기고, 성평등 정책도 큰 덩치의 조직에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와 야당의 강한 반대 속에 부처 폐지의 '악역'을 맡은 그는 "그동안 여가부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애써 온 부분은 분명히 대한민국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시대정신에 맞게 양성평등의 관점이 취약계층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반영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김현숙 "예산 30조 쓰는 본부로 통합, 정책 힘 받을 것"© 제공: 한국일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_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을 평가한다면.
"여가부의 경력단절 여성 정책만 고용노동부로 가고 나머지 정책은 모두 복지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가게 됐다. 복지부가 담당하는 영유아 보육, 아동, 인구, 노인 정책이 결합돼 한 본부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연령으로 봤을 때 영유아부터 아동·청소년, 노인까지 전 국민에게 가는 서비스가 일원화되고, 거기에 양성평등·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모든 정책이 성차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짜여지는 것)가 같이 간다. 모든 생애주기에 맞춰서 여성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양성평등의 관점을 반영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거버넌스를 구축한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_복지부나 고용부도 업무량이 적은 부처가 아니다. 여가부에서 이관받은 업무가 이들 부처에서 '곁다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육 업무는 그동안 여가부와 복지부를 오갔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가부로 이관됐던 보육 정책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복지부로 다시 이관됐다.) 여가부에서 보육 업무가 국 단위로 커졌고 이후 다시 보내졌는데, 복지부에서 보육이 주변 업무가 되진 않았다. 스웨덴은 1983년 성평등국이 만들어진 후 재무부, 교육부를 거쳐 지금은 고용부 산하로 합쳐졌다. 우리가 보기에 스웨덴은 굉장히 양성평등한 나라인데, 고용부 산하로 갔다고 해서 그 업무가 주변화되지는 않을 거다."
김현숙 "예산 30조 쓰는 본부로 통합, 정책 힘 받을 것"© 제공: 한국일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_여가부 폐지로 성평등 정책과 관련해 다른 정부 부처들의 사업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약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성평등부'라는 독립 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성평등부는 이명박 정부 때의 여성부와 비슷하다. 100여 명의 공무원이 일하는 부처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하나의 부처로 있기엔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결국 가족업무가 돌아온 걸로 알고 있다. 인권위가 과거를 잘 살펴보고 말씀해주셨다면 좋았을 거다. 해외의 경우도 양성평등에 대해 얘기하는 기구가 많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여성이나 양성평등만 홀로 하는 게 아니라 복지나 고용과 결합된 조직이 훨씬 많아지는 추세다.
노인 문제를 예로 들면, 빈곤한 노인 중 여성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여성 노인의 빈곤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굉장히 적다. 하지만 복지부로 간다면 그게 굉장히 주요한 이슈가 된다. 또, 현재 여가부가 하는 성별영향평가(정책이 성평등한지 살펴보는 평가)에 보건·의료 관련 항목에 대한 분석은 미흡했는데 복지부로 합쳐진다면 이런 부분도 양성평등 관점으로 봐서 여성의 다양한 질병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이 더 강화될 수 있지 않겠나."
_보건복지부가 비대한 부처가 되는데, 복지부와 보건부를 나누는 것도 염두에 뒀나.
"분리해서 얻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증거를 채취하고 초기에 치료도 받는 해바라기센터의 경우,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예산으로 사용되고 여가부가 담당하지만 모든 게 이뤄지는 장소는 병원이다. 여가부는 해바라기센터를 늘리려 하는데, 병원은 이를 꺼려한다. 복지부에서 운영한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_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마지막 여가부 장관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여가부의 일을 잘하는 것과 동시에 기능을 강화하면서 다른 조직 편제로 보낼지를 고민했는데, 그게 쉬웠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 같다. 그래도 개편이 잘된다면 새로 만들어질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상당히 많은 업무를 하게 된다. 1조5,000억 원짜리 예산을 갖고 있던 부처와 예산이 많은 부처를 합쳐서 30조 원 정도의 예산(여가부 기존 예산에 복지부의 아동·보육 예산 9조 원, 노인 예산 약 20조 원을 더한 수치)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본부장이 된다. 그 본부장이 제가 의도했던 것처럼 생애주기에 걸친 가족 정책을 펼치고, 그로부터 인구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고, 그 안에 양성평등 관점이 잘 녹아난다면 보람 있게 끝낸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