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언니가 아침 당번이었나보다. 오뎅국에 아침을 먹고(언니! 그때 조미료가 뭐 없어서 못 넣었다고 걱정했던 것 같은데 진짜 맛있었어!!) 짐 챙겨서 출발.. 아마 이날도 승수오빠가 모자에 꽃을 꼽았었지.. 이날 아침은 호박꽃이 압권이었다. 오빠한테 호박꽃은 나 주라고해서 내 모자에 달기도 했는데 내 얼굴보다 크다느니.. 드디어 콩이가 광년이가 됐다느니해서 빼 버렸다. 학교를 막 빠져 나와서 등교하는 여중,여고생들에게 승수오빠는 안녕?!하고 인사를 건냈지만 돌아오는건 이상한 놈이네..라고 쓰여진 눈빛...
오늘은 전주에 도착하는 날이라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날이 무지 시원... 아마 밤 중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러나부다. 바람도 디게 많이 불었어. ^^ 주위를 둘러보면서 걸었다. 디게 빨리 걸었는데 잘 따라갔다. 헤헤... 넘넘 기분 좋았다. 젤루 잘 걸었다. 우하하... 내가 원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걸었다. 느끼는 거.. 뭔가 느끼는 거...(잉.. 잘못 읽으면 승환오빠 말투당.. 절대 아님) 기분 넘 cool....!
전주는 이번이 세 번째.. 모두 거쳐 지나가는 식이네.... 생각해보니 그 때마다 큰 추억거리 하나씩 있다. 거기에 또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거네..
전주로 들어가는 길이 생각이 나네... 도로 표지판을 자주 봤었던 것 같다. 익산, 군산... 저쪽에 맥주공장이 있었던 것도 같고.. 전주에만 도착하면 그때부터 쉰다는 생각에 룰루랄라.. ♪♬ 참.. 어디에서 잘꺼냐고 물으니까 아직 안정해졌단다.. 내가 전북대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 또 전주교대도 있으니까 가능하다면 거기도... 근데 잘 안될 것 같단다...
잘 걷다가 오른쪽 발뒤꿈치가 쓰려옴이 느껴진다.. 운동화가 약간 벗겨져서 뒤꿈치랑 마찰이 심해진 것 같다. 행렬을 또 벗어났다... 주연오빠가 같이 멈춰줬다. 오빠가 자기꺼 밴드를 꺼내서 줬다. 뒤꿈치에 붙이고 일어서니 오빠가 초코바를 준다. 조금 전에도 승환오빠가 준거 먹었었는데 배고팠던 터라 또 맛나게 먹었다. 근데 오빠가 충격발언을 한다. 자기가 이번에도 또 내 마니또라고.. 오잉!? 두 번이나 연달아서 마니또라구?! 신기하다.. 그런일이 있을 수 있구나.. "오빠 글면 우리 결혼해야 하는 거야?!"하고 장난쳤다. 근데 오빠의 충격발언은 계속 되었다. "나 내일 집에 가. 무슨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올꺼야.. 땅끝에라두.." 엉... 어찌된 일이야.. 간다니.. 많이 왔는데... 무슨 일이 있다니 잡을 수도 없고.. 나원참... 에공.. 마니또가 없어지는구나.. 나 챙겨줄 사람이 하나 없어지는구나... 흑...
본진이랑 거리가 상당히 된다. 주연오빠랑 같이 손잡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재홍오빠가 온다. 또 이야기를 하면서 갔다. 오르막길도 잘 올랐다. 오른쪽으로는 주연오빠 손을, 왼쪽으로는 재홍오빠 손을 잡고 가다가 장난끼 발동!! 양쪽으로 팔짱을 낀 상태에서 두사람은 뛰고 난 붕 날아서 가는거... 헤헤.. 잼있다. 오빠들은 차라리 배낭을 하나더 매고 만단다.. ^^ 본진이 저만큼에서 쉬고 있다. 한번 더 하고 싶은데.. 오빠들을 독촉해서 기어이 한번 더 했다. 본진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는다. 기분이 참 좋다. 서울에서 땅끝까지 가던 내 국토의 일부를 난 날아서 갔다. ^^
민석오빠가 뒤꿈치 괜찮느냐고 물었다. 그리곤 운동화 벗겨진 부분에 반창고를 붙인다. 약간 보기가 뭐했지만 아픈 것 보다는 나을 듯 해서 그대로 뒀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근데 건물들을 보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 쉬던 곳에 교회표지판이 있어서 교회로 가면 되겠다고 다행이라고 생각.. 운영진 중 누군가에게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교회로 가려고 하는데 민석오빠가 어디로 가느냐고.. 교회표지판을 가리키니깐 "200m나 가야하쟎아. 바보 아냐?!"라면서 앞장 서서 간다. 근데 주변에 집하고 식당 같은 거 밖엔 없었다. 오빠가 골목 안 식당으로 불쑥 들어가더니 주인 아주머니를 찾는다. 난 그냥 다음 타임에 쉴 때 간다고 했는데 오빠가 아주머니한테 말해서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에공...
그런데 사람들 있는 곳으로 가니 갑작스런 소식... 우리의 콜라동이언니와 뚱뚜루 승환오빠가 계약커플이 되었다는... 조건은 승환오빠가 정희언니에게 콜라를 마니마니 사준다는... 헤헤... 동이언니가 승환오빠에게 넘어가다니... 아무리 콜라가 좋다고 하여도..
전주 시내로 점점 들어서면서 전북대 위치를 대충 짐작해봤다. 터미널이나 전북은행 본점인듯한 그 건물만 찾으면 쉬울텐데... 인도가 차도 보다 한참 위인 곳이 있었다. 거길 걷는데 길 건너 왼편으로 플랑 하나가 눈에 띈다. 시각장애인 도서관 개관... 이제 막 생기나보다.. 광주에도 생긴지 얼마 안 됐는데... 모래내시장... 이름이 이뿌네... 조금 더 걸으니 높은 빌딩도 있고.. 여기가 번화가인가 보다. 몇 명이서 가서 식당을 알아보았고 곧 연락이 왔다. 민석오빠는 냉면이 먹고 싶단다.. 전주에 왔음 비빔밥을 먹어야지!! 식당에 들어가기 전 재홍오빠가 바깥에 배낭을 두고 잠깐 기다리란다. 근데 안에 있는 오빠들은 들어오라고 했었나보다. 그래서 얘들이 헷갈려했다.
암튼 식당으로 들어가니깐 시원... 반찬이랑 비빔밥이랑 모두 맛있었다. 전주 비빔밥이라고 해서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거랑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그래두 역시 전라도 음식은 맛있다. 근데 나에게는 모두 익숙한 맛이었는데 서울쪽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평소 먹던 거랑 맛이 다르단다.. 지역별로 역시 다르군... 남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가 어디 그럴 사람인가... 바닥에 누른 것까지 싹싹 해치우고는 벽에 기대어 배를 토닥거리고 있다가 나왔다.
전주 시청 앞마당에서 숙영지가 잡힐 때까지 대기... 전북대랑 전주교대는 우릴 받지 않겠다고 했대... 시청에 알아봐도 신통치 않아서 결국 우린 쉰김에 편하게 쉬자고 해서 여관을 잡기로 했고 선발대를 보냈다. 그동안 우리는 시청 앞마당에서 잘도 쉬었다. 벤치가 있었는데 이젠 바닥에 앉는게 더 편해서 털썩 주저앉아 노닥거렸다. 민석오빠랑 마적단이 놀고 있길래 그쪽으로 가서 놀았다. 글구 민권오빠 신발 가볍냐고 물어보면서 오빠 신발 구경하는데 민석오빠가 내 운동화끈이랑 민권오빠꺼 신발끈이랑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민권오빠는 풀려고 하다가 그 긴다리로 휘적휘적 날 끌고 다닌다. 덕분에 묶음은 더 풀기 어려워졌고 둘이 끙끙대다가 겨우 풀었다.(사실 민권오빠 혼자 다 풀었다) 갑자기 오빠들이 담에 올라타기 시합을 벌였다. 약간 힘겹게 올라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민권오빠가 또 휘적거리며 달리더니 한번에 가뿐히 올라간다. 짝짝짝!!! 승수오빤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것도 높은 화단 위에서 노숙자 아저씨와 함께..
여관을 잡았다는 소식이 와서 또 이동... 거북장... 입구에서 제비뽑기를 한다. 뭐지?! 방을 네 개 잡았는데 그중 한 방번호가 써있을꺼라고.. 그방만 쓰란다. 방에 가보니 정희언니랑 정은이랑 같은 방이다. 혜련언니두... 넘 잘됐다.. 헤헤... 명희랑 창희랑 철환이도 같은 방이다.. ^^ 글구 한숨 자고 일어났다. 공금으로 목욕탕에 가게 됐다. 거북탕... 계속 찬물로 샤워해서 그런지 따뜻한 물 보니깐 반가웠다. 빨래를 먼저 했다. 속옷.. 그리구 또 말릴 곳이 마땅치 않을게 분명해서 사우나실에 널어놨다. 아줌마한테 혼나면 안되는데... 목욕탕에서 빨래도 다하고... 무대포 다됐다. 다 씻구선 사우나실에 빨래가 다 말랐는지 들락거렸다. 그 때마다 라윤언니랑 명주랑 또 다른 손님인 한 아주머니가 잡고 묻는다. 넌 누구야? 누구에게 관심있느냔 뜻이다..
방에 돌아와서 배낭을 보니 보이는게 다 빨래감이다. 빨리 빨아버리고 싶은데... 전주에 오면 빨래방을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자고 일어났을 때 갑인이가 전북대 근처로 다녀왔다는 말을 들었던걸 기억해내곤 갑인이에게 위치를 자세히 물었다. 전북대 정문 앞에 ?데리아가 있는데 그 오른쪽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빨래방이 왼쪽으로 두 개 있는데 이중 뒤에 보이는 "원빨래방"으로 가란다. 그리 비싸지도 않다고... 노디도 빨래방 갈꺼냐고 같이 가잰다. ^^ 근데 저녁 먹을 자유시간을 9시 반까지 준단다.. 남관오빠한테 졸랐다. 10시까지 들어오면 안되냐구.. 첨엔 안된다고 했다가 설득시켜서 겨우 허락받았다. 다행... 노디랑 정은이랑 동이언니랑 빨래감을 한아름 안고 택시를 잡아탔다. 북대 정문으로 가달라고 했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아저씨는 우리가 서울에서부터 걸어왔다는 말을 믿지 않다가 우리가 우기니깐 겨우 믿는다. 북대 정문이 보인다. 에공.. 정문이 아니라 구정문이다. 예전에 한번 와봐서 그건 알고 있었다. 정문 앞엔 그런거 하나두 없다... 구정문에서 내려서 우린 벗겨지지 않는 양말을 신은채 약간 창피해하면서 빨래방을 찾았다. 여기군... 네사람껄루 해서 두 바구니가 나왔다. 8,000원만 달란다. 생각보다 싸다. 아까 갑인이랑 근창오빠랑 다녀갔다고 해서 싸게 해주신건가...
9시 40분쯤엔 세탁이 다 되있을꺼라는 아줌마의 말에 약간 불안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뭐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짜장면을 먹기루... 보통 가게랑 맛이 좀 틀렸다. 누구 한 사람은 짬뽕을 먹었었는데.. 기억안나... ?데리아 2층에서 팥빙수도 먹었다. 에궁 좋아라.. 시원하구...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대장정 중에 먹게 되다니... 오기 전엔 진짜 상상도 못했다. 9시 45분쯤 빨래방에 갔다. 근데 빨래가 덜 됐단다.. 그래서 근처 수퍼에서 뚱뚜루 사마시면서 수퍼앞 공중전화로 근창오빠에게 전화.. 조금 늦어도 되냐니깐 자긴 9시 반까지라고 했는데 남관오빠가 10시까지라고 한거라고... 더 이상 난 아무말도 못하고 끊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왜 아무말 없이 끊었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근데 그때 근창오빠에게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단 한마디도... 노디가 남관오빠에게 전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빨래방에 다시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아줌마랑 아저씨가 곧 끝난단다.. 지금 건조 중이라고.. 그러면서 다 마른 것부터 꺼내서 큰 비닐 봉지에 차곡차곡 담아주셨다. 결국 우린 뽀송뽀송한 빨래를 다 챙겨서 나와 큰길로 뛰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거북장으로 가달라고 하니 아저씨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 잉.. 아까 택시 아저씨가 거북장이라고 하면 다 안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약간 헤매는 것 같더니 우릴 목적지까지 잘 태워다 주셨다.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가 썰렁하다. 방안 분위기도 썰렁할 것 같다. 방으로 가서 구석에 조용히 앉으려니 명희가 한마디 한다. 단체생활인데 이렇게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하냐고...
세조씩 두방으로 나눠 회의 비스꼬롬한 것을 했다. 늦은거에 대해 혼도 나고... 그리고 엄청난 운영진의 발언... 사실 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자유시간 줄려고 했는데 우리가 약속을 어겨서 오후 4시로 줄이기로 했다는 것. 지각한 사람 뿐 아니라 오늘 제 시간에 들어온 사람들까지.. 너무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감정을 이용하는듯한 운영진이 미웠다. 너무 잔인했다. 내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봐서 그 사람에게 미안해야 하는건... 그리고 갑자기 운영진의 말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도 민석오빠가 이야기 했나보다. 내가 낸 건의라고 말하고 개인이 단체에게 반말로 하는 것, 그리고 사소하더라도 짜증섞인 말투는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자 명희가 하는 말... 고마운 줄은 모르고 불평만 하냐고... 누가 고마운 줄을 모르나.. 그런 말이 아닌데... 결국 이 문제는 거수에 부쳐졌다. 그러나 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잘못된 얘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결국 필요할 때만 명령조로 하기로 결정됐다.
각자 1,000원인가 내서 과자랑 음료수 사먹구 TV 보다가 모두들 잔다. 근데 지금 잘 자리가 없다. 오늘은 편히 자나 싶었는데 또 어디에 껴서 자야하나부다. 낼은 뭐할까.. 보람있게 잼있게 보내야지... 오늘 전주 와서 기분이 넘 좋다. 전주는 그냥 정이 간다. 꼭 광주에 있는 듯 하다. 전주가 좋구 우리의 대장정도 좋구.. 참 라윤 언니가 흰강아지를 샀단다.(나중에 안건데 민홍오빠랑 라윤언니가 주운 강아지였다) 이름은 "춘향"... 근데 힘이 없다. 여러사람들에게 시달려서 그러나... 불쌍하다. 우리의 속도를 잘 따라올 수 있을련지.. 가다가 죽는건 아닌지.. 사람들이 강아지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불쌍하다. 그리고 난 가만히 내가 만지는 건 괜찮지만 개가 무대포로 내쪽으로 달려오거나 남이 들이대는 건 싫다. 정은이도 개를 꽤 무서워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