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한담을 한 동안 쉬었습니다.
얼마 안되었는지 알았는데 소식을 전한지도 꽤 되었군요.
외국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자리를 잡아가자 그 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2주정도 몸살을 앓았습니다. 최고의 무기였던 살인미소도 몸살 앞에선 좀체 나와주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긴장을 잔뜩했던 탓에 쌓여던 스트레스가 쏟아져나오면서 온 몸으로 받아내었습니다. 가뜩이나 몸이 받쳐주지 않는데 혜일강당에 오면서부터 깐죽거리며 친근감을 표시해오던 스님이 눈치없이 까칠해진 신경을 긁어데고, 절의 대중중 막내였던 사미는 다른 절로 가면서 사미가 보던 소임을 제가 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바위 섬을 때리는 것을 소임으로 하니 파도가 잠잠해졌다고 다음번 파도가 안오는 것은 아니니..오히려 어떻게 올지 기대를 하며 즐겁게 기다려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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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곳의 날씨는 아주 널푼수를 떱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온도가 18도에서 26도까지 오르락 내리락 거려 내복을 껴입다가 반팔을 꺼내 입는 것을 반복해야하는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온도가 18도 정도면 선선하고 상쾌한 날씨지만 이곳은 평균 습도가 8~90%인지라 체감온도는 7~10도 정도됩니다. 어쩌다가 날씨가 쨍한 날은 마치 토끼풀 속에서 네잎 클로버 발견한 기분입니다. 아래사진은 같은 반 학생들(同學)들과 해가 쨍하고 뜬 날 사수산(四獣山;호산(虎山), 표산(豹山), 사산(獅山), 상산(象山)의 네 산을 합쳐 사수산이라 합니다.)중 호산에 올라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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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101타워와 타이베이 시내
타이베이 시내는 대부분 평지여서 어렵지 않게 101타워를 볼 수 있습니다. 언뜻보면 신비로운 분위기로 101타워가 타이베이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 같지만 스모그가 뿌엿게 낀 장면입니다. 타이베이 시내와 비교하면 서울시내의 매연은 참아줄만 합니다. 왜냐면 이곳은 오토바이 부대가 쉬지않고 도로를 누비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겨울(?)이라 공기가 맑아 잘보이는 편이라 합니다. 겨울을 겨울이라 부를 수 없는 기묘한 기후^^여름은 상상금지라나 뭐라나..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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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날씨가 우중충해서 사진찍을 맘이 안나지만 날씨가 이렇게 좋으면 모바일 폰으로라도 한장찍지 않고 그냥 지나칠수 없습니다. 쉬는 시간 교실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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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포대화상께서 총 출동하셔서 웃음 꽃을 피워주시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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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학생들(同學)과 한식당에서 찍은 사진.
왼쪽 맨앞은 부모님은 홍콩(香港)분들이지만 영국에서 나서 자란 영국인 친구 에디, 오른 쪽 맨앞은 한국인이지만 호주 국적의 우희정, 뒤의 두명은 일본인 나카시마와 마에다 입니다. 한식당이긴하지만 식재료가 대만산이다보니 한국식도 대만식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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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가서 2주정도 절에서 모든 음식을 기름에 볶은 들큰 짭자름한 각종 두부요리와 야채위주의 대만 음식을 먹다가 처음 한식당에 가서 김치를 먹게 되었습니다. ^^ 외국에서 김치 한조각의 감동이란..그것은 마치 훈련병 시절의 눈물젖은 건빵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훈련병 시절처럼 힘들고 절박한 상황과는 다르지만 늘 먹던 조국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가 맵고 시큼한 복잡한 레시피가 입안에서 퍼질 때 가슴속에서 뭉클하게 올라오는 미묘한 감정은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훈훈하게 올라오는 포만감은 고국의 음식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는 것 입니다. 이곳의 음식은 배는 부르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은 느끼지 못합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해외여행을 가면 '현지식'을 즐겨 먹던 것은 옛 말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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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키 큰 친구는 던컨이고 뉴질랜드인입니다. 주말이면 서핑보드를 타러 바다로 달려가는 혈기왕성한 친구입니다. 가장자리 왼쪽친구는 마에다 상인데 오전에는 어학당에 나오고 오후는 직장을 나가는 성실한 일본인 친구입니다. 오른쪽 가장자리의 나카시마는 오전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영어를 배우는 극 성실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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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전경입니다.
가운데 만학도는 일본인으로 핫토리 상입니다. 수업과는 상관없이 늘 자리에 앉아 계신 특이한 분입니다. 사진에서는 옆모습만 보이지만 맨 오른쪽의 친구는 중미(中美)의 온두라스 출신의 보링, 어린 시절보던 인형같은 외모를 하고 있습니다. 늘 지각하는 지각대장이지만 내년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해서 한마디 가르쳐 주었습니다. 물건 살 때 비싸면 '너무 비싸요! 언니 깍아주세요~!'라고 가르쳐 주었는데 외국인 치고는 발음이 깔끔했습니다. 등만 보이는 왼쪽 편의 여자 친구 역시 온두라스 출신으로 오후에는 영어를 배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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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같은 날씨에 크리스마스 캐럴은 좀 분위기가 안나지만 크리스마스가 낼 모래니 그려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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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산의 일몰입니다. 타이베이의 하루가 저물고 있네요.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대만사범대학교 어학당에서 저는 다양한 국적과 나이의 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기고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새 캠퍼스에서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새로운 경험들..마치 대학교 새내기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더불어 다가오는 다양한 경계들에서 서핑보드에 올라타 사나운 파도를 즐기듯 대만한담은 한가로이 흘러 갈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달마대사도 갈대 잎 타고 양자강을 건넜네요..ㅋㅋ
첫댓글 _()()()_
타향을 넘어선 외국에서의 몸살.
앓음, 그 자체보다는 뭐라고 표현이 안 될 그 외로움에 서러웠으리라 짐작 됩니다.
늦었지만 버섯 죽과 김치 보내오니 드소서.
친구분들이 생기시니 제가 약간 안도 되네요.
"훈련병 시절처럼 힘들고 절박한 상황" ←여기서 조카의 군 시절을 엿봅니다.
널푼수가 뭔가요? 저의 짐작으론
푼수 + 푼수 = 널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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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매연, 정말 상상 이상... 어디에서 있든지 몸 아프면 제일 서럽더라구요. 지원스님, 건강하십시요. 그런데 아니 벌써... 대만 스님의 분위기가 납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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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건강하십시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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