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군 훈련 중에 행군하다가 옆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에 맞아 숨진 아들의 유해를 면회하는 아버지의 비통한 마음을 쓴 글을 실어봅니다. 부인이 먼저 떠나고 아들 하나 바라며 살던 아버진데 가슴이 무너지죠,
그런데 아버지는 누가 쏜 총탄인지 범인을 가려내겠다는 연대장의 말에 그만두라 말합니다. 범인을 찾아낸들 죽은 아들 살아 돌아올 리도 없고 그 범인의 부모도 같은 아픔을 겪을 테니까... 슬픔을 묻고 일어서는 아버지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노자규의 칼럼에 나오는 어른들이 읽는 동화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많이 쓰는 세상이면 좋겠네요. 증오의 가슴을 안고 복수에 불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까... 가슴 아파도 한 번 더 생각하며 삽시다.
‘면회’
시간을 거꾸로 돌리던 남자는 2012년 5월23일 인생 비극의 시작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거기가 송.. 일병 집이죠?" "네 맞습니다만. 어디시죠?" 전화기를 붙들고 짧게 대답하던 남자의 손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뒤틀린 낮과 밤을 새운 다음날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가을비가 내리는 새벽 불빛을 따라 군병원으로 달려간 남자는 면회를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면회를...
'사격장에서 쓴 유탄에 맞아 순직하고 말았습니다.' 행군을 하던 아들이 옆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에 맞아 하얀 천에 덮여 죽음으로 돌아온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다 아버지는 실신을 하고 말았습니다.
"송 일병 아버지가 쓰러지셨대.' "온갖 궂은일 다하면서 송 일병 하나만 바라보며 사셨다나봐." "누가 쓴 총탄에 맞은거야? 범인은 밝혀졌어?" "아니 수사 중이래." 희미한 의식 속에 들려오는 낮선 군의관들의 속살거림에 눈을 뜬 남자가 토하지 못한 슬픔을 또 다시 울부짖는 소리에 놀란 군의관들이 그곳으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진정시키기 위한 소란은 한동안 이어졌고 얼마 뒤 그 남자가 또 다시 의식을 잃고서야 병원 안은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링거줄에 의지해 꼬박 이틀을 누워있던 남자는 스스로 링거줄을 제거한 뒤 아들이 있던 곳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빠. 내가 배정받은 부대가 엄마가 묻혀있는 곳이랑 얼마 멀지않은 곳이야. 연병장에 가만히 서 있으면 엄마의 향기가 느껴져 아빠' 그렇게라도 엄마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하던 아들이 서있던 그곳에 똑같이 서있는 아버지는 애써 감추었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이틀이란 조각난 시간이 더 흐른 뒤 아내가 먼저 잠든 땅에 아들의 시신을 나란히 묻고 눈물 속에 담겨있는 아픔을 간신히 지운 남자는 꺼뭇해지는 초저녁을 따라 군용차를 타고 아들이 있던 부대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 부대 연대장입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 지금 수사 중이니 곧 범인 잡힐 겁니다." "연대장님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네 뭐든 말씀하심시오 아들에 대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사격을 한 그 병사도 나처럼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이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니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 남자는 그 병사와 그 병사의 부모가 평생 죄인으로 사는 걸 원치 않는다며
아무런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말을 끝으로 뼛속에 도는 아픔이 서린 아들이 서있던 연병장에 서서 한 번 더 이별을 한 뒤 그리움이 병이 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내일이 없는 세상이지만 너의 죽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며...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면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