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닭백숙집
신 보 성
날씨 덥고 입맛 떨어지니
그 닭백숙집이 생각난다
전직 동료 교수가 가자하여 함께 가 본 곳인데
마곡사에서 일 킬로쯤 떨어진 곳으로 기억된다
그 집 앞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물속에 피라미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다슬기가 자라고 있었다
동동주 곁들여 닭백숙으로 배를 채운 후
밤에는 팬티만 걸치고 투망으로 피라미를 잡고
다슬기를 건져올렸다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인데 육질이 연했다
인삼과 대추를 넣었는데
도시의 식당에서 만든 삼계탕이나 백숙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랐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그 교수와 청춘시절의
꿈과 낭만을 이야기 하고
노년기의 의미 있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술잔을 기울이다가
새벽닭이 울 무렵이 되어 부근 민박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돌아왔다
피라미와 다슬기는 백숙집 아주머니가 공짜로 주는
고추 마늘 상추와 함께 집으로 가져와서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금년에도 마곡사를 들러 그 백숙집에 가 보고 싶다
그런데 그 교수가 가 버렸다
그날 밤 우리들이 바라보던 별나라로
가 버린 것이다
슬프다 그 닭백숙집은 그대로 있을 것인데
첫댓글 그 교수님 대신에 내가 가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