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CIEsC25hC6Y&ab_channel=VaticanNews
교황
교황과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40분 대화... 무고한 이들 위한 “인류애의 몸짓” 시급하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5월 13일 오전 로마에 도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만난 뒤 이날 오후 바오로 6세 홀에 딸린 접견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공개 대화가 이어졌다. 교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끊임없는 기도를 약속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인을 지원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과의 만남 후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를 만났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이곳에 오게 돼 영광입니다.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두 사람이 나눈 첫마디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교황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했다. 5월 1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바티칸을 찾았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간,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 안뜰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색 바지와 검은색 군용 상의 차림으로 먼저 목례한 다음 손을 들어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사도궁이 아닌 일반알현이 열리는 바오로 6세 홀 입구에서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함께 접견실로 향했다. 교황과 대통령은 십자고상이 있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계속되는 전쟁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정치적 상황과 관련된” 사안을 두고 약 40분 동안 비공개 대화를 시작했다. 오른쪽에는 루한의 성모님 성상이 있었다.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은 작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주님께 꾸준히 기도하고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등 끊임없는 기도를 해 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인을 지원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교황님은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향한 ‘인류애의 몸짓’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선물 교환
15개월이 넘는 침략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등장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교황의 호소,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친밀함 표명과 고통에 이를 정도의 슬픔 그리고 평화에 대한 희망의 말은 이날 교황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한 선물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교황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묘사한 청동 작품을 선물했다. 이와 함께 2023년 제56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 바티칸 출판사(LEV)가 펴낸 2020년 3월 27일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Statio Orbis)에 관한 서적,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관한 교황의 공개 발언을 모은 서적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관한 교황 말씀 모음』(Un’Enciclica sulla pace in Ucraina)을 선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탄조끼 잔해로 만든 예술작품과 ‘잃어버린 2022-58’이라는 제목의 전쟁 중 어린이 학살에 관한 그림으로 화답했다. 여기서 숫자 58은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지 58일째 되는 날을 뜻한다. 그때까지 243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미래와 인류 전체에 대한 손실”이라는 의미심장한 작품설명이 적혀 있다.
선물 교환
두 번째 바티칸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방문은 2020년 2월 8일,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의 위협이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고 전쟁이 우크라이나 동부에만 고립된 문제인 것처럼 보일 때였다. 키이우가 처음으로 러시아의 폭격을 당한 지 1년 반이 지난 후 전화, 편지, 호소, 공개 및 비공개 접촉이 오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 몇 달처럼 고립돼 있기보다 이제 직접 다른 국가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 수도를 방문하는 여정에서 그는 로마에 들러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적 지원과 친밀함 그리고 구체적이고 외교적인 도움을 베푸는 데 인색한 적이 없는 교황에게 돌아왔다.
마타렐라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와의 만남
젤렌스키 대통령은 5월 13일 오전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로마에 도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에 교황 계정(@Pontifex)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계정을 태그하며 로마 도착을 알렸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중요한 방문”이라는 글을 남겼다. 멜로니 총리는 포옹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영하며 이탈리아의 “전폭적인 지원”, 특히 밀 수출 계획에 대한 이탈리아의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에서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납치된 사건을 두고 비열한 행위라고 규탄한 마타렐라 대통령도 이 같은 지지를 거듭 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강제로 끌려간 어린이가 약 1만9393명이라며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우리의 승리는 평화”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후속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교황과 교황청의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로마는 평화의 수도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와의 만남
삼엄한 경호가 펼쳐진 로마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미 삼엄한 경호가 펼쳐진 로마 한복판에 위치한 이탈리아 정부청사 키지 궁(Palazzo Chigi)을 출발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향했다. 차량들은 광장을 가로질러 바오로 6세 홀 앞으로 향했다. 교황궁내원 의전 담당 레오나르도 사피엔자 몬시뇰이 그를 맞이했다. 안드리 유라시 교황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와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갤러거 대주교와의 면담
교황과의 비공개 대화를 나눈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를 면담했다. 전날부터 포르투갈 파티마의 코바 다 이리아(Cova da Iria, 평화의 분지) 성모성지에서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거행하기 위해 파티마에 머물고 있던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불참했다. 갤러거 대주교와의 면담은 약 30분 동안 진행됐다. 교황청 공보실은 “무엇보다도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이와 관련된 긴급한 사안, 특히 인도주의적 사안과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번 만남은 특히 우크라이나 내 가톨릭 교회의 생활과 관련된 여러 양자 현안을 논의하는 데에도 적절한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윗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착한 지 70분 만에 바티칸을 떠났다. 그는 이튿날인 5월 14일 다음 방문지로 베를린을 찾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과의 만남 직후 트윗 게시물을 통해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의 비극에 대한 교황의 개인적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러시아로 강제로 끌려간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모든 노력을 기울여” 집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교황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르는 범죄를 규탄해 달라”고 요청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평화 공식이 정의로운 평화를 이룩하는 데 효과적인 유일한 알고리즘이라는 점도 이야기했다”면서 교황청이 “이 같은 실행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