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자리도 불편하구 덥구 그래서 자주 깼다. 춘향이가 낑낑거리기도 했다. 옷장 앞에 자리잡고 자던 춘향이는 옷장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딴놈인줄 알았나보다.. 6시 정도에 한번 깼었는데 TV("벙어리 삼룡이"였던 것 같아..)보다가 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11시.. 이렇게 늦잠을 자다니... 부시시 일어나서 세수하고 정희언니, 정은, 승수오빠, 명선언니, 현실이랑 같이 나왔다.
어딜 갈까 하다가 우선 시내쪽으로 가기로 했다. 길에서 사람들에게 물으니 길 건너 바로 있단다. 정말 조금만 가니깐 시내가 나왔다. 우선 새하나 백화점 옆 버거킹을 가서 새로 나왔다는 치킨 뭐라고 하는 버거랑 팥빙수를 먹었다. 춘향이를 데리고 갔는데 빵이랑 감자는 안먹고 고기만 먹는다. 얍삽한 넘.. 그래도 테이블 위나 사람한테 안겼을 때는 참았다가 바닥에 일을 보는 건 기특했다. 콜라를 엎질렀다. 나를 포함한 세명정도가.. 사회에 적응이 안되서 그러나보다고 웃었다. 맛있게 다 먹고 나서 지하로 내려가서 다른 사람들은 펌프를 하고 나는 구경을 하고...
전주시 관광안내도를 보니 극장이 많았다. 그쪽이 전주 국제 영화제인가를 했던 곳인 것 같았다. 안내도를 보며 어딜 갈까 궁리하다가 연꽃이 호수 하나가득 있다는 덕진공원을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덕진공원으로 향했다. 매표소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승수오빠가 우리를 위해 표를 끊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꽃으로 장식된 길이 쭈욱 있고.. 연꽃과 연잎이 가득한 호수가 눈에 확 들어왔다. 호수도 크고 그 안의 연꽃도 크고.. 너무너무 멋있었다. 우와....
다리가 호수를 가로질러 있었는데 진짜 길었다. 우린 그 다리를 건너면서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을 느꼈다. 물 속에는 자라인지 거북인지 하는 넘들이 헤어쳐 다니기도 하고 또 연잎 위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쭈욱 둘러보니 나들이객들이 상당히 많다. 낮은 담 너머로 수영장이 보였다. 그 곳에서 수영수업인지 훈련인지가 있어서 잠깐 구경을 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다가 다시 물속 구경을 하는데 다리 중간에 있는 팔각정에서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중 전문 사진사인 듯한 아저씨에게 우린 사진 한판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끼리 서로 찍어주다보면 빠진 사람도 있고 또 그 아저씨가 찍어주면 왠지 작품사진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하지만.. 작품사진처럼은 안나오고.. 원판불변으로 이뿌게 자알 나왔다.
다리를 다건너와서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난 화장실을 찾아 나섰고 도중에 공중전화를 발견해서 엄마와 잠깐 통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일행에게로 돌아오면서 성춘향이 그네를 발견했다. 와.. 잼있겠다.
다시 그 벤치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노닥거렸다. 사람들이 춘향이를 보러 우리에게 왔다가 우리의 까만 모습을 보고 한마디씩들 한다. 우리가 서울에서 여기까지 걸었다고 하니 절대 믿지 않는다. 그래서 양말자국과 발바닥의 물집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대단하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엄마랑 놀러나온 꼬마가 춘향이를 본다. 춘향인 덕진공원에서 인기폭발이었다. 그 꼬마랑 춘향이의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아주머니가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셔서 승수오빠가 우선 자기껄로 찍고 대장정 끝나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아주머니에게서 주소도 받고.. 그런데 이날 찍은 필름을 「MBC 6시 화제집중」PD아저씨에게 빌려줬는데 늦게 돌려받았고 나중에 승수오빠가 그 아주머니가 적어준 주소로 보냈는데 돌아왔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아까 그 그네를 보게 됐고 모두 한번씩 타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두명씩 짝을 지어서 그네를 힘껏 밀었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네.. 전에 남원에서 타본적이 있었는데...
다시 쭈루룩 놓인 벤치에 앉아 노닥거렸다. 중고생들이 소풍을 많이 나와서 북적거렸다. 춘향이를 보고 한마디씩들 한다. 너무 귀엽다고.. 또 뒷다리가 불편해하는 춘향이를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이날.. 명선언니랑 현실이랑은 별로 말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랑.. 정말 더 친해지지 않고 대장정을 끝낸게 아직도 아쉽다.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정말 한가로운 시간이 즐거웠다. 4시로 휴식시간이 끝나는게 안타깝구.. 어제의 잘못으로 인해 4시로 땡겨진 약속시간이 되어갔다. 우린 택시를 타고 은행이 많은 그곳에 내려 거북장을 찾아갔다. 거북장으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거의 다 들어온 듯 했고 인원체크가 간단히 있고 6시 반에 저녁을 먹을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주연오빠는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걸 못 봐서 참 미안했다.
참.. 자연언니가 드디어 돌아왔다. 사람들이 무지 좋아했다. 서로 소리지르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정신 없다가 마적이랑 기타등등이랑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어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신포우리만두에 갔다. 메뉴를 하나씩 정해 먹었다. 흡족하진 않았지만 전주에 와서야 우린 밥을 사서 먹게 되어서 고마운 맘으로 잘 먹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마적창단식을 하자는 말이 있었다. 자연언니가 와서 마적 5인방이 다 모이게 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수퍼에 들렀다가 방으로 들어왔는데 승환오빠랑 민권오빠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이지?! 잠시뒤.. 그들은 우리가 열광하는 버거킹 팥빙수를 들고 나타났다. 종이왕관과 함께.. 마적회장인 민권오빠가 왕관을 쓰고 축하파티가 있었다. 나중에 엽기오빠랑 승수오빠도 왔고 그리고 사진도 여러장 찍고..
그렇게 놀다가 보니 사람들이 모두 들어왔고 운영진들이 종이를 나눠줬다. 무기명으로 건의사항을 받겠다고.. 난 그냥 최대한 솔직하게 썼다. 다 쓴 사람들은 운영자들에게 주고 운영진들이 모여서 함께 그걸 읽고 회의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내일 다시 출발이기에 배낭을 정리했다. 자연언니가 놀랬다. "우와.. 까만콩.. 짐도 척척 챙기고.. 너희 그동안 많이 늘었구나.." 구럼.. 많이 늘었지..^^
그리고 잘 시간이 되었던가.. 난 또 민홍오빠랑 같이 불침번을 섰다. 여관에서도 불침번이라니.. 대단해..^^ 그냥 멍하니 불침번서기가 뭐해서 승수오빠에게서 책을 빌렸다. 법정스님의『무소유』.. 1시간동안 정말 잼있게 잘 읽었던 것 같다. 그때 읽다 만 뒷부분을 아직도 읽지 않았네.. 어서 읽어봐야지.. 그 때 읽었던 부분을 읽으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불침번을 서고 잠을 잘 잔 것 같다.. 참.. 낼부터는 오후에 5시부터 걷는다.. 햇볕 많을 때 안 걷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