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일자 최대한 늦춰주세요”…집은 먼저 찜해놓고 등기는 천천히, 왜
정부가 26일부터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에 등기 정보도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실거래 조작을 통한 부동산 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미등기 거래가 실거래 조작은 아니다”라며 “최고가 거래여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30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계약된 수도권 아파트의 40%가 아직 미등기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는 46% 이상이 등기 전이고, 계약 후 4개월이 넘도록 미등기 상태인 아파트도 10%에 달했다.
올해 1월 이후 이달 27일까지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진 수도권 아파트 8만8927건(해제거래 제외)을 분석한 결과 등기를 마친 거래는 전체의 60.4%(5만3702건)였으며, 나머지 39.6%(3만5225건)는 아직 미등기 상태였다.
국토교통부는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올해 계약된 전국 아파트의 실거래가 정보에 등기 일자를 함께 공개하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 수도권에선 인천의 등기 완료 비중이 66.3%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61.3%였으며 서울은 53.7%로 가장 낮았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46% 이상이 아직 미등기 상태인 것이다.
등기가 끝난 거래의 계약부터 등기까지 걸린 기간은 수도권 평균 61∼120일 이내가 36.3%로 가장 많았고, 31∼60일 이내가 33.1%, 30일 이내 28.3%, 120일 초과는 2.2%였다.
서울의 경우 45.5%가 등기까지 61∼120일이 소요된 반면, 인천과 경기도는 각각 32.1%, 34.8%로 서울의 등기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등기까지 4개월 이상 걸린 계약도 경기와 인천은 각각 2.0%인데 비해 서울은 3.1%로 높았다.
서울의 등기 완료 비중이 작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은 대체로 서울의 아파트값이 높아 잔금 날짜를 길게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매수자는 살던 집을 정리해 잔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거래 부진으로 집이 잘 안 팔리거나 장기간이 걸리면서 잔금 일자를 3개월에서 최장 10개월 이상 길게 잡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값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강남권일수록 잔금 날짜가 길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도곡 렉슬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 1월 말 계약이 됐는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등기 전이다. 2월 초 계약된 대치 은마 전용 76.79㎡도 등기가 안 됐다.
등기는 잔금을 치른 날로부터 60일 이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통상 잔금일을 계약일로부터 두 달 뒤로 잡는 거래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계약 후 4개월(약 120일)이 지나도록 등기가 안 된 아파트는 시세 띄우기성 거래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등기기간이 길어진 것을 ‘집값 띄우기용 실거래 조작’으로 단정할수는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집값이 높은 서울은 잔금까지 넉넉하게 준비하는 경우도 많고, 기존 집이 안팔리는 경우도 있고, 대출과 세금 문제로 잔금을 길게 잡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집이 안팔리는 경우가 많아서 등기를 안전하게 길게 잡는다. 그렇기때문에 미등기를 집값 조작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부는 장기간 미등기 상태인 것은 이상 거래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현재 최고가 거래 신고 후 게약 해제된 것과 계약 후 6개월 뒤에도 미등기된 거래에 대해 지자체에 실태조사를 요청하고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등기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와 최고가 거래 사실 등을 잘 살펴 이상 거래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