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옷 인식 달라져 운동복으로도 즐겨… BTS 등 영향도 한몫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주경기장 앞. 연둣빛 한복저고리에 다홍치마 차림의 외국인 소녀들이 스마트폰 셀카봉을 들어올리며 “스마일”을 외쳤다. 5만명이 몰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보러 온 해외 팬들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 중에는 전통 한복이나 생활한복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고, 노리개나 복주머니를 청바지 위에 달고 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BTS가 해외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자주 공연하고 슈가·진 같은 멤버는 평상시에도 생활 한복을 즐겨 입는다고 알려지면서 이들을 따라 한복을 즐기는 팬이 많아진 덕이다.
한복을 입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가 최근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hanbok(한복)’이라고 검색하면 뜨는 게시물만 104만여 개. 런던이나 파리 같은 유럽에서 한복을 입고 거리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외국인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부터 정호연·박은빈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유명해진 배우들이 한복이나 한복을 차용한 옷을 입은 모습이 뮤직미디오·화보에 등장하면서 한복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방탄소년단 공연장 부근에 마련된 한복 체험 부스에서 현지 팬들이 서울 경복궁 해태상 모습을 담은 배경판과 꽃가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10~20대에게 한복은 길고 거추장스러운 옷이 아닌 놀거나 운동할 때 입는 생활복이기도 하다. 각종 SNS에서는 한복을 입고 달리기를 하는 러닝트레이너의 사진에 수백만 개의 ‘좋아요’가 달릴 정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리빙브랜드 자주가 올해 실내복용으로 만든 생활 한복은 출시하자마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다.
한복 유니폼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7일부터 국내 전 점에서 옷깃에 동정을 달고 소매는 한복처럼 둥글린 생활한복 유니폼을 도입했다.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유니폼의 특성상 원단은 신축성이 좋고 구김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을 사용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30대 직원들이 생활한복을 유니폼으로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서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도 ‘오울’이라는 이름의 한국식 바를 오픈하면서 종업원 유니폼으로 생활한복을 선택했다. 이곳 종업원들은 동정이 달린 생활한복을 입고 허리춤엔 노리개 장식을 단다. 포시즌스호텔서울 관계자는 “서울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 손님뿐 아니라 20~30대 손님들이 한복 유니폼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10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생활한복 교복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학생들이 직접 교복 디자인 투표에 참가하는 경우가 늘면서 학생들이 생활한복을 고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통풍이 잘돼서 더위를 피하기 더 좋을 뿐 아니라, 저고리와 통바지를 입는 생활한복은 치마·바지로 규격화되는 전형적인 교복과 달리 성평등 시대에도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에만 16개 중·고등학교가 한복 교복을 입기 시작했고, 올해에도 19개 중·고등학교가 생활한복을 새로 교복으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