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열대 과일이 뜨고 있다. 1970년대까지 흔치 않던 바나나.파인애플 외에 스타애플.구아바 등 이름도 생소한 열대 과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풍취가 물씬 느껴지는 열대 과일은 일반 과일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사과.배를 '과일의 왕'으로 치는 우리와 달리 열대 과일의 왕은 두리안, 여왕은 망고스틴이다. 각종 비타민과 칼륨.마그네슘.철분.아연.망간 등 미네랄이 일반 과일보다 풍부하다. 반면 지방 함량이 높고 열량이 일반 과일의 약 1.5배에 달한다.
대표적인 열대 과일의 영양을 즐겨보자.
♠ 지방과 열량이 많은 코코넛
윗부분을 자르고 빨대를 꽂아 액체를 마시는 공 모양의 과일. 차게 해야 제 맛이 나며, 안의 과육을 긁어 먹으면 맛이 구수하다. 식용유로 쓰일 정도로 지방 함량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은 "사과의 100g당 지방 함량이 0.4g인 데 비해 코코넛은 33.6g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코코넛 지방은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 비율이 89%에 이른다. 100g당 열량도 353㎉이다. 장점은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예방 효과가 있다.
♠ '밀림의 버터' 아보카도 최근 뜨고 있는 대표적인 웰빙 과일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경주 영양팀장은 "이 과일은 염분 함량이 적고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다"며 "대신 혈압을 조절해주는 칼륨이 열대 과일 중 가장 많이 들어 있어(100g당 634㎎) 고혈압.동맥경화 환자에게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100g당 열량은 177㎉나 되지만 당분 함량은 2.7g밖에 안 돼 당뇨병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아보카도는 100g당 지방 함량이 17.3g이나 되지만 코코넛과 달리 지방의 85%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다.
♠ 정장 작용을 하는 구아바 비타민 C(100g당 183㎎)가 귤의 3배 이상 들어 있는 '자연의 감기약'이다. 칼륨이 풍부해 혈압 조절 효과도 있다. 당분 흡수를 억제하고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혈당 낮추기)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추천된다. 정장 작용을 해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암.노화의 원인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토마토.수박 등에 있는 붉은 색소 성분)도 풍부하다.
♠ 눈에 좋은 망고 달고 향긋한 '열대의 복숭아'다. 강남차병원 이승림 영양사는 "단맛에 비해 열량은 낮은 편(100g당 65㎉)"이라며 "비타민 A가 과일 중 가장 풍부해 야맹증 예방 등 눈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비타민C와 D도 많다. 비타민D는 소화작용을 도우므로 식후 디저트로 알맞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디저트와 과자 재료에 더 많이 쓰인다. 특히 딸기와의 조합은 환상이다. 프랑스 요리의 디저트로 망고 무스에 딸기 소스를 뿌린 것은 유명하다.
♠ 단백질 소화제, 파파야 잘 익은 것은 겉이 호박처럼 딱딱하다. 속은 붉은 빛을 띠는 노란색이며, 수분이 많고 달다. 반면 덜 익은 것은 무처럼 푸르스름한 흰색을 띠는데 베트남 요리에서 채소처럼 쓰인다. 어린 열매를 고기와 함께 찌면 고기가 연해진다. 파파인이라고 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 덕분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유현재 영양사는 "스테이크.튀김.장어 요리 등 고단백질 음식을 먹은 뒤 디저트로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돼 위의 부담을 줄인다"고 말했다. 파파야와 우유를 믹서에 갈아 만든 '파파야 밀크'는 소화가 잘되고 비타민C와 베타 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권할 만한 건강음료다.
♠ 지옥 같은 향기, 천국의 맛 두리안 웬만큼 비위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먹기 힘든 독특한 냄새가 난다. 호텔에선 반입이 금지된다. 냄새는 나쁘지만 맛이 일품이어서 한번 맛보면 푹 빠진다. 열량(100g당 133㎉)이 높아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멀다. 먹으면 몸에서 열이 많이 나므로 술안주로 먹는 것은 금물이다. 두리안을 베트남에선 '서우지엥'으로 부르는데 비탄.아픔.가시라는 뜻이다. 피로.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두리안에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 고기와 찰떡궁합인 파인애플 브로멜라인이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 있어 생선.치즈 등 단백질 식품을 먹은 뒤에 디저트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대추밭한의원 홍성관 원장은 "질긴 고기에 파인애플을 넣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며, 돼지고기와는 찰떡궁합"이라고 소개했다. 탕수육.카레라이스에 넣으면 맛이 순해지고 영양도 많아진다. 이 과일의 신맛은 입맛을 되살린다.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공복에 너무 많이 먹으면 위나 입안이 헐 수 있고, 덜 익은 것은 피부를 거칠게 하고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 변비 치료제 바나나 섬유질이 풍부하고 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펙틴이 들어 있어 변비 예방에 좋다.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가열하면 비타민이 파괴된다.
♠ 모유 같은 스타애플 스타애플은 베트남에서 모유를 뜻하는 '부스'라고 불린다. 둥글고 반질반질한 껍질 속에 모유처럼 희고 끈적한 과즙과 희고 투명한 과육이 들어 있다. 과즙이 너무 많아 보통은 깎아서 먹지 않고, 윗부분을 둥글게 잘라낸 뒤 숟가락으로 퍼 먹는다. 맛이 달고, 몇 개 먹으면 식사대용이 될 만큼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