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실제 채용 결정 순간에는 강한 고리보다 약한 고리가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 약한 고리는 공식적 지원서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한 고리” 인맥이 추천한 사람의 경우, 채용 담당자는 추천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 회사 직원이 자기 동생을 추천했다면, 일단 참작을 하고 심사 대상에는 올릴 것이다. 그러나 동생에 대한 형의 평가는 도저히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그 평가를 제외하고 나면, 졸업장이나 학점 같은 객관적 수치만 남는다. 추천인 없이 공식적으로 지원한 사람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약한 고리는 다르다. 회사 마케팅 담당자가 파티에서 한 번 만나 음료수를 들고 선 채 5분 동안 나눈 최신 마케팅 기법 관련 대화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졸업을 앞둔 MBA학생이라면, 아주 좋은 입사 후보자로 일단 평가된다. 둘 사이의 친분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 평가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 좋은 평가를 더하면, 졸업장이나 학점 같은 객관적 수치에 가산점을 얻어 다른 지원자들보다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파티 자본주의와 회식 자본주의
이런 결과는 미국 특유의 ‘파티 자본주의’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회식 자본주의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새로운 수주 계약도 회식 술자리에서 결정되고, 승진 후보자도 회식 술자리에서 결정되고, 업무 협의도 회식 술자리에서 이뤄진다.
미국 사회에서는 파티가 한국 사회의 회식에 해당한다. 대신 회식과 파티는 다른 점이 많다.
일단 파티장에는 의자가 몇 개 없다. 큰 테이블 위에 음식과 음료수만 주욱 늘어서 있다. 음료수와 스낵을 들고 선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사람과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정신없이 5~10분씩 이야기하는 가운데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역사가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로 MBA과정에서도 수많은 파티를 준비한다. 때로는 학교 동문들과의 모임이기도 하다. 만나기 쉽지 않은 다른 학년 동료들과의 파티이기도 하다. 때로는 과학이나 인문학 같은, 전혀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파티를 통해 결정되는 일도 잦다. 파티에서 동문과 우연히 만나 나눈 몇 마디 이야기가 일생일대의 승부처인 MBA 졸업 직후 취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많은 공학도와 만나 함께 MBA졸업 뒤 창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한국사회에서도, 약한 고리의 힘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과거처럼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구축된 인맥이 아니라, 봉사활동이나 클럽활동, 또는 세미나 등에서 만나 맺어진 인연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 다시 ‘네트워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 인맥은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인맥이란 가벼운 인맥을 말한다. 꼭 고등학교 동창일 필요도 없고, 고향 친구일 필요도 없다. 그저 얼굴을 알고 좋은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사이라면 그게 자신의 인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
결국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전혀 모르는 외국사람이라도, 관심사가 전혀 다르고 전공이 다르고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라도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은 미리 갖춰 두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인맥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모임에 계속 관심을 갖고 참석해야 한다. 취미 클럽활동은 아주 중요하다. 전공공부 스터디 모임이나 사회문제 토론 모임도 좋다. 동기생들과의 저녁 파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정작 활동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오직 ‘인맥’을 위해 이들 모임을 이용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에게 잘 맞는 모임을 찾아 활동해야 한다. “약한 고리” 인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평판이다. 사람을 취업에 이용하려고 한다거나, 활동 자체에는 무능한데 인맥만 넓히려고 든다거나 하는 인상은 평판에는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한번 만나 의미있는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나눈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나의 인맥이라고 여기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사이, 즉 “Stay in touch mode”를 유지해야 그 사람이 나의 인맥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와 내 인맥에게 다가갈 때도, “약한 접근”으로 시작하는 게 필수적이다. “저, 제가 갈 만한 일자리를 갖고 계신가요?”라는 말은 상대방이 약한 고리마저 끊어 버리게 만든다. “당신이 일하는 업종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접근을 시작해야 할까요?”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로에 대해 최대한 조심하고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바로 약한 인맥의 미덕이다.
* 졸저 ‘MIT MBA 강의노트’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 ‘단행본 공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첫댓글 맞아 가벼운 인연으로 만난사람을 잘 알고지낸사람보다 더 쉽게 추천한다는 기사도 봤었어
여러모로 약한인맥을 많이만들어두는게 이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