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130회) 경사(慶事)1
하인의 처인 송혜련을 좋아했다가 한바탕 큰 우환을 겪고 난 서문경은 그 뒤로 좀 마음을 바로잡게 되었다.
우선 앞으로는 절대로 일곱 번째 여자를 맞아들일 생각은 않기로 마음을먹었다. 그러니까 아내는 여섯으로 끝 막음하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손을 대는 일도 삼가기로 했다. 송혜련을 건드렸던 일이 너무나도 끔찍한 재앙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서문경은 삼십 줄에 들어서서 비로소 조금 속을 차린 셈이었다. 그래서 그의 애정은 다시 여섯 번째 아내인 이병아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가 말하자면 가장 새 아내인 셈이고, 또 다른 다섯 여자들과는 달리 전당포 일에 재미를 붙여 진경제를 도와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문경은 이병아를 위해서 그녀가 살고 있는 집 한쪽 넓은 뜰에 연못을 파고, 그 못가에 정자형(亭子型)의 아담한 별채를 하나 지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이름을 비취헌(翡翠軒)이라고 붙였다.
그 비취헌에다가 서문경은 가지가지 화초를 들여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화초 가꾸기를 취미로 삼았다.
서문경의 그런 태도 변화를 이병아는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도 곧잘 그 비취헌에서 서문경의 화초 가꾸기를 도우며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병아뿐 아니라, 정실인 오월랑도 남편이 그처럼 고상한 쪽으로 취미를 돌리는 데 기뻤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더니, 송혜련의 죽음이 남편을 그처럼 변하게 한 것 같아 그녀에 대한 원망이 어느덧 고마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따금 무료하면
그 비취헌을 찾아 화초를 감상하며 쉬었다 가곤 했다.
둘째와 셋째인 이교아와 맹옥루도 서문경의 그런 취미를 좋게 생각해서 간혹 그곳에 들렀다.
넷째이면서도 부엌데기에 불과한 셈인 손설아는 서문경의 취미가 고상해 지거나 말거나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무관심이었다.
오직 한 사람 반금련만이 속이 뒤틀리고 있었다.
이병아가 자기 다음으로 들어와 자기를 밀어내고 서문경의 애정을 빼앗아간 셈이어서 늘 그녀에 대해 질투를 느껴 왔는데, 연못을 파고 못가에 비취헌까지 지어 거기서 화초를 가꾸며 둘이 즐기는 터이라, 생각만 해도 시새움이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반금련은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두 사람 사이의 재미를 방해라도 하려는 듯이 곧잘 비취헌을 찾아갔다.
어느 무더운 날 오후, 비취헌을 찾아간 반금련은 문 밖에서 가만히 걸음을 멈추었다. 마침 안에서 서문경과 이병아가 야릇한 말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당신 이 더운데 웬 단속곳이지?"
"점잖지 못하게 뭐 그런 걸 다 물으세요?"
"치마 밑으로 빨간 단속곳이 내다보이잖아.
당신이 허리를 굽히니까. 그래서 물어보는 거라구"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구요"
"무슨 이윤데?"
"차차 알게 될 거예요"
이병아는 사방 창변에 줄줄이 놓인 화분의 화초에다가 물을 주고 있었고, 서문경은 등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그녀의 물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며 반금련은 출입문 옆의 우거진 줄장미 덤불 그늘에 숨어서 창 너머로 안을 살짝살짝 훔쳐본다.
서문경은 부채질을 하면서 무척 심심한 듯 또 싱겁게 지껄인다.
"궁금하다구. 한여름에 단속곳을 입고 있다니,
더구나 빨간 색깔의... 이유가 뭘까?"
"한 번 알아맞혀 보시라구요.
착실한 가장 같으면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병아는 여전히 물뿌리개로 화분에 차례차례 물을 주어 나가면서 말한다.
"착실한 가장 같으면 알 수 있다구?
그럼 못 알아맞히면 엉터리 가장이 되겠네.
허 그것 참, 음- 도대체 무슨 이율까?
한여름에 빨간 단속곳이라..."
서문경은 고개까지 살짝 기울이면서 알아맞혀 보려고 애를 쓴다.
그러자 이병아가 물주기를 잠시 멈추고 돌아보며 나긋이 미소를 짓는다. 서문경의 그런 표정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아, 알겠다구. 당신 배가 아픈 거지?
배탈이 나서 단속곳을 입고 있는거 아냐?"
"하하하..."
"맞지?"
"글쎄요...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군요.
절반쯤은 맞은 것 같애요"
"맞았으면 맞았고, 틀렸으면 틀렸지, 절반쯤 맞은 건 또 뭐야?"
"근처에는 갔다는 뜻이죠"
"근처에는 갔다... 그럼 보자..."
서문경은 또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곧, "허허허... 알아냈다구. 이번에는 틀림없을 거야"
하고 큰소리로 지껄인다.
"어디 말해봐요"
"여자가 한달에 한번씩 있는 그걸 하는 중이지 뭐. 맞았지?"
"아니예요."
"호호호..."
이병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그것과 관계가 있긴 있지요"
하면서 다시 화초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여전히 절반밖에 안 맞았다는 건가?
허 그것 참... 아이고 더워라"
서문경은 뭐가 그렇게 어려우냐는 듯이 조금 짜증을 내듯 냅다 활활 부채질을 해댄다. 그리고 부채를 놓고, 벌떡 일어서서 이병아에게로 다가간다.
"도대체 무슨 이윤지 벗겨보지 않고는 모르겠군"
"어머나, 여보..."
"가만히 있어봐"
서문경은 화초에 물을 주느라 약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이병아의 뒤로 다가들어 그 치마를 걷어 올린다.
그리고 빨간 단속곳을 밑으로 끌어내린다.
"누가 본다구요"
"보기는 누가 봐. 가만히 있으라구"
이미 서문경의 목소리가 약간 열기를 머금고 있는 것을 느끼며 이병아는 물 주던 손을 멈추고 그래도 다소곳이 내맡기고 있다.
"혜련이는 말이야 여름에는 숫제 속곳을 입지 않았다구.
그러니까 매우 편리하던데... 언제든지 치마만 들추면 되니까"
그러면서 서문경은 자기의 아랫도리를 벗어낸다.
"그 여자는 상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럴 수 있지,
어디 제대로 행세하는 여자가 그럴 수 있나요.
아무리 더워도 나처럼 단속곳은 안 입더라도 속속곳은 입어야죠"
이병아는 물뿌리개를 마룻바닥에 내려놓는다.
"자, 허리를 더 굽히라구"
"누가 보면 어쩌려고..."
"괜찮아. 어서"
마지못하는 듯 이병아는 상체를 숙여 두 손으로 화분 받침 선반의 낮은 쪽을 짚는다. 벙벙한 엉덩이가 유난히 하얗다.
그 엉덩이로 서문경의 아랫도리가 바싹 다가간다.
"음-"
"아으-"
정원에 우람하게 솟아있는 호두나무 쪽에서 때마침
매미 우는 소리가 찍- 맴맴맴 맴맴맴... 요란하게 들려온다.
서문경이 선 채로 일으키는 물결이 서서히 거세어진다.
이병아의 입에서 교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흐으흥, 아응 아~응"
바깥에서 숨어서 그 광경을 엿보고 있는 반금련은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침을 한 덩어리 꿀컥 삼킨다.
"여보, 나 아랫배가 아파요. 땅긴다구요"
"왜?"
"너무 센가봐요. 살살..."
"알았다구"
서문경의 물결이 현저히 부드러워진다.
"여보"
"응?"
"안되겠어요. 그만..."
그러면서 이병아는 굽혔던 상체를 일으켜 버린다.
자연히 서문경의 욕망이 그녀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저리 가서 누워봐"
서문경은 한쪽 창변에 놓인 침상으로 이병아를 데리고 가려 한다.
"여보, 그만 참으세요"
"이러다가 참을 수가 있나"
"밤에 내가 다시 잘 모실테니까요.
지금은 안되겠다구요"
"음-"
"배가 왜 땅기는지 아세요?"
이병아는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는 빨간 단속곳을 주워 다리에 꿰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몰라. 왜 땅기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서문경은 기분이 틀어진 듯 볼멘소리를 한다.
"당신이 땅기게 만들었지 뭐예요"
"언제는 그 정도로 안했나?"
"호호호... 그래도 짐작을 못하는군요"
"무슨 짐작?"
"내가 한여름에 단속곳을 입고 있는 이유가 바로
배가 땅기기 때문이라구요. 알겠어요?"
"땅기는 건 결국 아픈 거 아냐.
그럼 아까 내가 알아맞혔잖아.
배탈이 났다고. 그런데 왜 절반쯤 밖에 안 맞는다는 거지?"
"배가 탈이 난 셈이긴 하지만,
아파서 그런게 아니라, 호호호..."
"그럼 뭐야?"
"당신이 뿌린 씨가 뱃속에서 자라느라..."
"뭐라구?"
서문경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여보, 그게 정말이야?" 다그쳐 묻는다.
"정말이에요. 벌써 여러 달 됐다구요.
그래서 배를 차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더위에도 단속곳을 입고 있는 거예요"
"야- 이거 정말... 헛헛허..."
서문경은 그만 함박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달려들어 냅다 이병아를 끌어안아 불끈불끈 들어올리며,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하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밖에서 엿보고 있는 반금련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해지고 만다.
이병아가 임신을 하다니...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가벼운 현기증이 눈앞을 지나가기까지 했다.
"아들만 낳으라구. 그러면 당신이 우리 집의 여왕이니까. 알겠어?"
"예, 호호호..."
"정말이라구. 아들만 하나 있으면 난 세상에 더 바랄게 없다구"
서문경은 대견해서 못 견디겠는 듯 탁자와 등의자가 놓여있는 쪽으로 데리고 간다.
이제 정욕(情慾) 따위는 싹 사라져버린 듯한 표정이다.
서문경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딸도 하나뿐이었다.
정실인 오월랑이 향림이 하나를 낳았을 뿐,
그동안 다른 네 아내들은 한결 같이 아이를 생산하지 못했다.
그래서 집안사람들 사이에 어쩌면 서문경이 뿌리는 씨앗은 제대로 알맹이가 박히지 않은 쭉정이가 아닌가 하는 말이 은밀히 나돌기도 했다. 오월랑이 낳은 딸 향림이가 서문경의 씨가 아닌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향림이가 진짜 서문경의 딸이라면 어째서 다른 네 부인한테서는 한 명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가 싶은 것이었다.
물론 서문경은 향림이가 자기의 딸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네 여자들을 아이 못 낳는 병신들로 여기며 공교롭게도 자기한테는 석녀(石女)들만 굴러들어왔다고, 처복(妻福)이 없는 모양이라고 내심 씁쓰레하게 생각해 오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여섯 번째인 이병아가 잉태를 했으니 그녀가 대견할 수 밖에 없었다.
"자, 오늘 당장 축하연을 베풀자구"
"어머, 성급도 하셔. 쑥스럽게 아이 뱄는데 무슨 축하연이에요.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그때 축하를 해줘도 늦지 않다구요"
"아니야, 당장 한잔 마셔야겠어.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안 마실 수가 있어? 허허허..."
"그럼 내가 술과 안주를 마련해 올 테니까 그저 둘이서 한잔해요
"둘이서 벌이는 축하연이 어디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하려구요.
집안사람을 모두 모이게 한단 말이에요?"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고, 내 마누라들은 다 모여야지"
"아이 쑥스러워"
"쑥스럽긴, 자랑스럽지. 당신은 여기 가만히 앉아있으라구"
서문경은 등의자에서 일어나 자기가 직접 축하연의 지시를 하려고 출입문 쪽으로 간다.
반금련은 심기가 매우 안 좋았으나,
서문경이 문밖으로 나오면 눈에 띌게 뻔해서
살그머니 줄장미 그늘에서 나와 시치미를 뚝 떼고,
"날씨가 왜 이렇게 덥지"
하면서 비취헌으로 들어간다.
* 계속 131회 ~~
첫댓글 시내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나이 70먹은 남자하고20대 처녀하고 같이 잠을 잤답니다."
".......?"
모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싶어서 얼굴만 처다 보는데
“밤새 잠을 자고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 사람이 죽어 있더랍니다."
그가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래서요?"
라고박자를 맞춰주자 옆 사람이
"죽은 사람이 70먹은 남자겠습니까? 20대 처녀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야 물론 70먹은 남자겠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그중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젊은 처녀가 신중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은 20대 처녑니다."
"왜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 처녀를 쳐다보면서 묻는 것이다.
처녀 대답,
" 그야,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먹었으니까요.“
형님께서 불량식품 글을 쓰셔서
저도 배탈나서 종일 시름거리다 이제 좀 우선합니다
@골드훅 어이쿠~!
죄송하게 됐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말이 맞네요.
낼부터는 불량식품은 입도 뻥긋 않겠어요.
얼른 쾌차하시길....!
그렇게 바람을 피워댔으니
씨가 온전 할랴구요 ㅎ
정실인 오월랑만빼고는 다 날라리 같은 여자들이라
밭인들 기름진 옥토인리 만무하구요 ㅎ
한 많은 월미의 생은 그것으로 끝인가 봐요
우찌되던 추천은 꾸욱~
늦게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병아 잉태
반금련 이 알았으니
클났다
추천꾹~
감사합니다
드뎌 반금련이 활동개시하네요~
금병매~하면 반금련인데
그동안 넘넘 활약이 없어 싱겁더니만~
질투ㅡ 분노와 공포의 합작품으로
질투의 대상도 괴롭히고
자기도 파멸한다는데,,,
션~해지는 가을에
반금련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침💦 꼴깍 넘어갑니다~😝
p.s 추천은 🥕
이야기 전개가 궁금합니다
고맙습니다
월미 이야기는 끝나고....
다시 서문경의 이야기..
경사났네요..
이병아 왕비 처럼 대접받겠네요..
추천눌렀습니다..
재미있는 얘기가 전개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조신 하게 잘보고 갑니다
경사편이라 하니 조용히 꾹 하고 갑니다ㅡㅡ
잘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