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명 갈수도”… 이대론 4단계 ‘셧다운’
이틀째 신규 확진 1100명 넘어… 정부 “4차유행 진입단계로 판단
8월초까지 확산세 지속 가능성”, 일단 현행 거리두기 1주일 연장
이르면 주말 단계 격상 여부 결정… 文대통령 “방역위반 무관용 원칙”
‘69명 집단감염’ 백화점 인근 선별진료소에 검사 행렬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 6번 출구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로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근처 스타필드 코엑스몰 주변에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날까지 6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집단감염 여파로 검사 신청자가 급증해 한때 대기시간이 3시간을 넘기도 했다. 7일 0시 기준 국내 전체 신규 확진자는 1212명으로,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뉴시스
우려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됐다.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12명. 하루 만에 466명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체를 놓고 봐도 3차 유행이 정점이던 지난해 12월 25일(124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7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도 1100명을 넘었다. 8일 발표될 일일 확진자는 1200명을 넘어 1300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
신중하던 정부도 현 상황을 ‘4차 유행의 시작’으로 봤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7일 “정부는 현재 4차 유행의 초입에 진입하는 단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건 확산세를 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통제관은 “7월까지 또는 8월 초까지 현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2000명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수도권 중심의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퍼질 수 있다. 말 그대로 ‘대유행’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하지 않고, 현행 2단계를 또 1주 연장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식당 카페 등의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이 14일까지 계속된다. 그 대신 김부겸 국무총리는 “2, 3일 더 지켜보다가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 거리 두기 체계의 가장 강력한 단계(4단계)까지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단계가 적용되면 오후 6시 이후 모임 인원이 2명까지로 제한되고 행사·집회가 금지되는 등 사실상 ‘외출 금지’ 수준의 봉쇄조치가 내려진다. 서울과 수도권의 확진자 발생 기준은 이미 4단계에 근접했다. 이르면 주말에 4단계 격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백신 접종에 따른 ‘일상 회복’을 기대하던 상황은 이제 ‘셧다운(봉쇄)’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7월 ‘접종 공백’을 대비하지 않고 정부가 방역 완화 메시지를 쏟아낸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도권 방역강화회의를 주재하고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방역지침 위반 시 무관용 원칙을 강력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박효목 기자
소비쿠폰 등 내수진작책, 방역과 엇박자… “2차 추경 다시 짜야”
방역당국 거리두기 4단계 검토속… 추경 3분의 1이 소비활성화 관련
작년에도 혼선 빚다 두차례 중단, 기재부 “방역상황 지켜보며 판단”
“재유행 상황 내수진작책 의미없어… 장기화 대비 피해계층 더 지원을”
김부겸 총리, 홍대 거리 현장 점검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가 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2m 거리 두기’ 팻말을 들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최근 서울 강남과 마포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지역의 주점과 식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가 하반기(7∼12월) 소비 진작을 위해 준비한 대책이 강화된 방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이 ‘셧다운’ 수준인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적용까지 검토하는 만큼 소비 촉진에 초점을 맞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피해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8월 이후 대규모 소비대책 앞두고 ‘방역 적신호’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소비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이다. 프로스포츠 영화 농축수산물 등의 분야에서 각종 소비쿠폰·바우처 1584억 원, 신용카드 추가 사용액의 10%를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1조1000억 원이 대표적이다.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주는 국민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10조7000억 원(저소득층 추가 지원 포함)도 소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다 골목상권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도 2400억 원을 들여 발행 규모를 늘린다. 이들 소비 활성화 예산을 합치면 12조1984억 원에 이른다. 반면 백신 구매를 포함한 코로나19 방역 대비 목적의 예산은 소비 활성화 예산의 36.1%가량인 4조4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각종 소비쿠폰을 발행했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8월과 11월 두 차례 소비쿠폰 사용이 중단된 바 있다. 이번 대책 중 신용카드 캐시백은 당장 8월 초에 시작될 계획인데 지난해처럼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방역 상황을 보며 소비 활성화 대책 시행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지원금과 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모두 8월 이후 시행 예정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우선 방역 상황을 지켜보고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소비쿠폰에 대해 “방역당국과 긴밀한 협력하에 추진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추진 시기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피해 계층 중심으로 추경안 다시 짜야”
전문가들은 내수 진작에 치우친 2차 추경안을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 지원과 방역 대책 중심으로 다시 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당국이 거리 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할 경우 즉각적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와 실직자, 필수 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코로나19 위기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되지 않으면 소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선 자영업자 같은 피해계층 지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2차 추경에 반영된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소비 활성화 관련 예산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집합금지 및 제한조치를 받았거나 경영위기업종에 속하는 소상공인 113만 명에게 최대 900만 원을 지원하는 희망회복자금은 3조2500억 원 규모다.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금, 고용유지 지원금 등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추경에는 올해 7∼9월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을 받는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지원금 6000억 원과 항공·여행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예산 2000억 원만 반영돼 있다. 미국 등 ‘셧다운’에 들어간 국가들이 추진했던 대책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미국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자금을 즉각 수혈하기 위해 은행이 먼저 대출을 해주고 소상공인이 일자리를 유지하면 대출 상환을 면제하는 대책인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가동했다. 이인실 전 한국경제학회장은 “방역 상황에 따라 연내 다시 추경을 편성해야 할 가능성도 있으니 33조 원인 2차 추경 규모를 줄여 재정 여력을 남겨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