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 공백 앞두고도 “방역완화”… 변이 번지며 4차 유행
[코로나19]“4차 유행 진입”… 급속 확산,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근 정부가 내놓은 방역 완화 정책을 꼽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낮고, 20∼40대 접종은 8월에야 시작되는데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방역 해이’를 자초한 탓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상 활동이 늘어났고 하필 인도발 ‘델타 변이’까지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두 달 동안 ‘일상 회복’ 앞세우다 급선회
정부의 방역 완화 신호는 4월 말 본격화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4월 30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통제되면 7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8인 모임, 밤 12시 영업제한’ 방침도 이때 공식화됐다.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 이상을 유지하고 델타 변이 감염자가 속속 나오는데도 이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됐다.
정부가 계획하던 수도권 방역 완화는 지난달 30일 시행 8시간 전에 철회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단계를 시행한다”고 하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현행 방역 단계를 유지하자”고 건의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수도권 야간 야외 음주 금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방역 강화 조치를 쏟아냈지만, 사실상 ‘셧다운(봉쇄)’ 수준의 사회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거리 두기 4단계까지 고려할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5월 ‘생활 속 거리 두기’ 시행 이후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등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섣부른 방역 완화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며 “여론에 끌려가다가 결론적으로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못 하고, 국민들은 더 억압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확산은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사과나 반성 없이 ‘방역수칙 위반 시 일벌백계하겠다’며 국민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 7월 접종 공백 앞두고 ‘방역 완화’ 고수
정부가 2분기(4∼6월) 백신 접종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했을지 몰라도 접종률 자체는 높지 않았다. 6월 말 기준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은 29.8%였다. 대규모 접종이 7월 말에나 재개될 예정이라, 사실상 1개월간 접종 정체기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완화된 거리 두기 도입에다 ‘야외 노마스크’ 등 백신 접종 인센티브까지 도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만큼 접종자에 대한 노마스크 인센티브는 실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7일 “실외 마스크 착용 여부가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이르다”고 반박했다.
거리 두기 완화 기조에 대해 방역당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자영업자 상황 등에 대한 여론에 떠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방역 긴장감이 지나치게 이완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드렸으나, 이런 메시지 전달이 좀 더 효과적으로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KBS 9시뉴스에서 “7월에 (접종) 공백이 생긴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 수도권 델타 변이 12%…집단 감염 속출
4차 유행의 진원지인 수도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선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델타 변이가 본격적인 확산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확진자 중 12.3%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대는 델타 변이 검출률이 17.1%에 이르렀다. 7일 0시 기준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577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많았다. 수도권 전체로도 1000명에 가까운 990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집단 감염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총 53명이 확진됐다.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 육군 5사단 집단 감염 이후 단일 부대 기준 최대 규모 확진이다. 인천 미추홀구 인주초등학교에서도 16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와 발생 환자가 총 42명으로 늘어났다.
이지운 기자, 이청아 기자, 신규진 기자
당국 “20대 모임 자제-선제검사를”… 일부선 “백신 후순위에 책임 떠넘기나”
[코로나19]주점-유흥시설 밀집지역서 확산세
당국 ‘선제검사’ 촉구에 20대 반발
“백신도 못맞는데 확산주범 내몰려”
끝없이 늘어선 검사 대기 줄 7일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전날 33명의 확진자가 나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이날 오후 6시까지 20명의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관련 확진자는 69명으로 늘었다. 장승윤 기자
최근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주점과 유흥시설 밀집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6월 29일∼7월 5일) 동안 수도권에서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8.9명)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중구(7.9명), 용산구(6.2명), 종로구(5.5명), 서초구(4.1명) 순이다. 모두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유흥시설이 많은 곳이다.
이를 감안해 방역당국은 20, 30대에 초점을 맞춘 방역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수도권의 20, 30대는 증상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과 접촉했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며 “앞으로는 모임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20, 30대의 이용 빈도가 높은 학교와 학원, 대학 기숙사, 유흥시설과 주점 등에서 선제 검사를 실시한다. 또 서울 마포구 홍익문화공원, 강남구 강남스퀘어광장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지역 25곳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선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취업준비생 김민지 씨(22)는 “20대는 백신 접종 후순위라 백신 접종자가 적어 확진자도 그만큼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20대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이 많다고 몰아가는 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재익 씨(24) 역시 “20대는 사회 활동이 많은 연령층”이라며 “만약 정말로 20대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백신을 더 빨리 접종받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 백신 접종률은 80%를 넘는다. 하지만 20대 백신 접종률은 10.5%에 그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약학대학에 다니는 정모 씨(23)는 “8월에 중요한 실습이 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가 없다”며 “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인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층에선 코로나19 확산과 관계없이 휴가 등을 즐기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원생 이모 씨(25)는 “다음 주말에 친구 4명이 함께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어렵게 일정을 맞춘 거라 취소하기 어려워서 최대한 조심히 다녀올 것”이라고 했다.
김소영 기자, 김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