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나의 비밀스런 연인이 된 마이클은
학교가 끝난 뒤엔 늘 한나의 집에 들러
그녀의 부탁대로 책을 읽어주게 되는데요.
마이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웃고, 우는 한나.
책 읽는 것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을 칭찬하는 한나의 말에 뿌듯해진 마이클은
그녀를 위해 책 읽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해요.
늘어가는 책의 수만큼 한나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던 마이클은
한나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요.
이 둘을 모자지간이라 여기는 카페테리아 주인 앞에서
보란듯이 키스를 하며 한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렇게 즐거운 시간은 꼭 오래 가지 못하죠.
성실한 근무 태도를 인정받은 한나는 인사이동을 제안 받고
한마디 언질 없이 마이크를 떠나게 된답니다.
그렇게 한나가 마이클을 떠난지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세미나에 들어가게 되고
교수님과 함께 재판에 참관했다가
우연히 피고인 신분의 한나를 발견하게 돼요.
고지식하다고 느껴질만큼 정직하고 어리숙한 증언에
다른 피고인의 죄까지 뒤집어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지만,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는 한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마이클은
사랑하는 이의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그녀를 그대로 철창 안으로 떠나 보낸답니다.
(마이클이 진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정확치 않지만, 전 이렇게 해석했어요.)
그렇게 또 다시 십여년.
그동안 결혼과 이혼을 모두 치른 마이클은
감옥에서 외로이 지낼 한나를 위해
책 한권 한권을 녹음해서 그녀에게 보내요.
그러던 어느 날,
한나에게 드디어 가석방을 할 기회가 찾아 왔어요.
친,인척도 지인도 없는 한나를 거두어 줄 사람은
주기적으로 소포를 보내오던 마이클밖에 없어 그에게 연락이 가게 되고,
드디어 그 둘은 재회를 하게 된답니다.
그동안 뭘 배웠냐고 묻는 마이클에게
한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나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 곳에서 깨우친 것은 글 뿐이다."라고 말하죠.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그리고 형을 마친 지금에도
'간수로서의 의무를 다 했으니 뉘우칠 것은 없다.'라는 한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이클은
그녀와 일주일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어색하게 헤어지는데요.
한 번의 이별로 이미 한 차례 마이클의 삶을 뒤 흔들어 놓았던 한나는
그 일주일 사이, 감옥에서 자살을 하며 그를 영영 떠나고 말아요.
또 다시 떠나버린 한나 뒤에 남겨진 마이클.
그녀로 인해, 자신의 딸에게 조차 마음을 꽁꽁 닫은 채 살아왔던 마이클이
어느 날 딸에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영화는 끝이 난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상영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을 보면
결말이 슬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케이트가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가 아닌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데에 의아함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두 작품을 모두 보고 난 지금은 이해가 돼요.
폭발하는 감정씬이 많던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케이트도 물론 좋았지만,
'더 리더'의 한나 역은 그녀가 아니면 누가 맡았을까 싶을 정도로
딱 맞는 옷은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케이트는
17살에 '천상의 피조물 (Heavenly Creatures, 1994)'로 데뷔한 이래
줄곧 농익은 연기로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죠.
저 역시 그녀의 영화들을 보며 매번 감탄하게 되니,
정말 대단한 배우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첫 정을 준 여인에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내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어린 마이클 역의, 데이빗 크로스 (David Kross)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지요.
어린 나이에 감독의 눈에 띄어,
이 역을 맡기 위해 성인이 될 때까지 3년을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배역을 위해 언어코치에게 매일 7시간의 교육을 받아 왔다고 하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물론 데이빗이 노력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예고편]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MV]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OST _ 임형주 - You raise me up
자신있게 잘 만든 영화,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더 리더'
기회가 닿으면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