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항상 애매한 판결,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꼴
- “헌재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 89명이 작년 12월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미디어법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을 재심판한 결과, 기각이 결정됐다.
헌재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어도 무효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 지난해 7월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규탄하기위해 광주 삼복서점 앞에서 비가내린 가운데 집회를 열고 있다. ⓒ<이야기>자료사진
1년 전,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은 유효하다”라는 판정으로 헌재는 국민들과 야당으로부터 조롱 섞인 목소리까지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또다시 기각 결정을 내려 야당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결국 “헌재의 부작위가 국회의장 부작위를 정당화시켜준 꼴”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항상 애매한 판결로 일관해온 헌재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선고기일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헌재는 부작위 소송을 낸지 7개월만인 지난 7월에 공개변론을 진행한 이후 선고기일을 내놓지 않다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는 잇따른 비난을 받자 오늘(25일) 선고하게 되었다”며 “헌재 스스로가 결정의 구속력을 저버렸다. 이제 헌재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헌재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정신 최후의 보루인 헌재결정에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통해 “헌재의 상식적 판단을 목마르게 기다렸건만 돌아온 건,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 면서 “1년 전,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국민들이 의아했던 점을 교훈 삼지 못하고 또다시 민주주의 상식을 벗어나는 판결을 내린 헌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스스로가 미디어법 무효 청구 소송 판결 당시, 개정안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던 것은, 명백히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니 위법 사항은 국회 스스로 바로잡으라는 취지였다”며 어제 기각 결정에 대해 “또 한 번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결정이며 그나마 헌재의 권위를 깡그리 유실시킨 결정임을 확인한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진보신당도 같은 날 논평이서 “지난해 국회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 대해 위헌, 위법성을 인정했던 헌재가, 이번 권한쟁의심판을 심판정족수 5명을 채우지 못해 인용결정을 하지 못하고 기각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헌재는 지난해 신문법, 방송법 등의 처리되는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국회는 이후 미디어법의 재논의를 통해서 위법성을 시정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안병현 기자(gos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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