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한창 저녁식사준비 하고 있는데..
평소와 달리 TV 떠드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방이 넘 조용하여 둘러보니
거실에는 큰넘도 작은넘도 눈에 띄질 않더이다..
순간 수상쩍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순식간에 방마다 검문검색 실시~
우선 애들방..
4학년 큰넘 열쉬미 숙제하고 있더만요..
잘~하고 있군~ 머리 함 쓰다듬어 주고 나왔지요..
문닫으며 생각해보니 그럼 작은넘은 어디?
혼자서 이리 조용할 땐 뭔가 사고치고 있단 말씀인데..
불안한 맘에 욕실문 벌컥~ 없네..
내 방에 있나? 살며시 문 열고 빼꼼..
방한가운데 곱게 앉아있는 작은녀석
뭔가를 열심히 자르며 혼자 놀고 있더군요..
요즘 한창 가위질 재미있어 하길래
알록달록 광고지들 빈박스에 모아주었지요..
멀쩡한듯 보여 일단 안심하고는
자르는 솜씨가 늘었나 볼 생각에
살금 다가가 어깨너머 들다보니~~~
으아아악~~~~아아아악~~~~
4살딸은 놀래서 가위도 떨어뜨리고
그럼에도 오려지다만채 너덜너덜 아이의 왼손에
꼭 쥐어져 있던 것은 바로...
이누엔도 앨범 CD 에 들어있는 가.사.집...
광대옷을 입은 멤버들도 하나하나 동그라니
예쁘게 오려져 바닥에 모셔져 있고..
이거 지난 달에 새로 산건데..아뿔싸..
어느날 퀸 앨범 죄다 모아놓고는
이것들은 엄마한테 아주 소중한 거니까
만지면 안된다고 그렇게 일르고 다짐을 받았건만..
딜라일라에 나오는 고양이(기타)소리를 들려주는게 아니었어~~
퀸 뮤비도 같이 보는게 아니었어~~
퀸 음악을 이넘이랑 같이 듣는게 아니었어~~
퀸 음악 좋은줄은 알아서 어린넘이 지가 먼저 CD 들고와
엄마 라디 가가 들어요~ 위위라큐 들어요~ 무따빠 들어요~
엄마 티비에 썸바디 나와요~~ 하는게 그저 이뻐서
같이 좋다고 히히덕 거릴게 절대 아니었어~~~ 으어엉~~~
누더기가 된 가사집을 망연자실 바라보면서
지난번에 장난감 통에서 퀸2 CD 발견했을 때 그때 벌써
손 닿지 않는 곳에 멀찌감치 감춰뒀어야는건데
뒤늦은 후회가 쓰나미 처럼 ㅇㄷㄷㄷ 몰려오더이다..
제가 평소같지 않은 무서운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하니
아이도 그제사 분위기 상~당히 심상찮음을 알고는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만질게요 용서해주세요오~~~
CD 들 몽땅 책장 맨 꼭대기칸에 올려 치우는 것으로
일단락은 했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누더기 가사집이 눈에 띄니
맘이 영 쓰라립디다..이걸 새로 사야할까 어쩔까..
사야겠지요..새로 살겁니다..으어엉~~~
애들이랑 같이 살면 별 일들 많아요..
소중한 물건들은 잘들 간수하시길..생각하니 또 열받으~~~
첫댓글 ㅋㅋㅋ 그래도 씨디 던지고 안놀아서 다행이네요. ㅎㅎㅎ
저도 ㅋ ㅋ ㅋ 그래도 사랑스러운건어쩔수없죠 아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