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붕어님의 글을 읽고
김 난 석
술붕어님이 우리 자유방에 웃음을 많이 주신다.
짧은 글 속에 위트가 숨어 있을 뿐 아니라
글과 댓글 표현에 예의도 참 바르다.
특히 중년에 들어선 부부생활에서
서로 챙겨야 할 것들이나 아쉬운 것들을
참 재치있게도 풀어내신다.
그럼에도 나는 이에 조심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편다.
왜냐하면
얼핏 보면 여성만 야단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해
남녀 균형을 잡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 구체적 실례야 술붕어님의 글에 나와 있으니
그걸 보면 알 수 있지만
나는 나대로의 견해가 따로 있다.
나는 내 아내가 예뻐서(美) 맞이했다.
지성이고 덕이고 재주고 마음씨고 뭐고 알바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내의 예쁨을 내가 가꿔줘야 할 판 아닌가?
하지만 그건 나에게 별 재주가 없으니
아내 스스로 예쁨을 가꾸는 걸 옆에서 방해하지 않는 게
나의 몫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미인은 잠이 많다.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라 한다.
노화한 얼굴세포를 빨리빨리 교체하려니 잠이 많아야 한다.
그런고로 아침을 차려놓고 나는 아내를 깨운다.
“여보, 아침 먹읍시다.”
그런 새에 아내의 방문을 열고
곱게 잠자는 아내의 모습을 살짝 보기도 한다.
설거지는 식사를 늦게 마친 사람이 하게 마련인데
나는 치아가 부실한 관계로 오래 씹는다.
그래서 설거지는 으레 내가 하게 마련이다.
반찬은 어떤가.
이것저것 해 달라 하면 복잡해진다.
무얼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고 물으면
내가 그 레시피를 다 일러줘야 한다.
그러느니 내가 슈퍼에 나가 식재료를 사와
내 나름대로 요리하게 된다.
주로 샐러드, 토마토 볶음, 가지무침, 당근채 볶음, 겨란찜.
뭐 이런 것들이다.
밥은?
아내가 해놓으면 퍼서 먹고
없으면 햇밥을 데워 먹으면 된다.
딱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이나 찌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아내가 만들어 놓으면 데워서 먹을 뿐이다.
나는 결혼 초에 아내 앞에 속옷을 내놓지 못했다.
그게 굳어져서 지금도 나는 내 옷들을 내가 세탁한다.
LG 세탁기로 드르륵, 14분 간편 세탁하면 끝이다.
직장생활 할 때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남들은 아내가 열흘 분 양말이며 내의며 와이셔츠를
차곡차곡 개어서 가방에 넣어준다 했다.
그러나 나는 대충 가방에 집어놓고 갔다가
뭐 부족한 게 있으면 현지에서 세탁하거나 사서 입었다.
남들은 남편이 밤에 손 시릴 세라 곰 털로 주머니도 만들어서
가방에 넣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주 문안전화도 받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곰털 주머니는 고사하고
한 번도 문안전화를 받은 일도 없었다.
서로 자유부인이요 자유남편이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남들은 출장 마치고 귀가하면 속옷 검사를 받는다 했는데
우리는 사르트르 부부보다 더 자유를 구가하는 부부였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하던 사르트르는
철학과 동문 보브아르와 계약결혼을 했다.
계약조건의 제1은 서로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 했는데
그럼에도 사르트르는 아내를 늘 감시했다니
나보다 더 쪼잔한 철학자였던 셈이다.
아내는 친구들과 전화를 자주 한다.
그것도 한 시간 두 시간 희희낙락 재미있게도 한다.
웃음이 건강을 유지하는 제1 조건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많이 전화하고 많이 웃으니 얼굴도 예쁘게 유지될 테다.
내가 권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웃음을 찾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내는 밖에 친구들이 많다.
어느 남자친구는 씩스 팩의 사나이라 했다.
그러면서 나하고도 친구 하자고 하더라는데
아마 미안해서 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아내가 싱글거리며 집에 들어오면 나도 마음이 참 흐뭇하다.
그러나 찡그리고 들어오는 날이면 어쩐지 짠하다.
얼굴이 상하지 않는가.
가급적 즐겁게 마무리하고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밖에 친구가 있고, 여사친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에게 여사친이 있다고 발설한 바는 없지만
아내가 있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나는 퇴직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연금권을 아내에게 주고 말았다.
언젠가 다달이 용돈 좀 달라 했더니
아내에게 용돈 타 쓰는 남자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크!
그래서 나는 친구의 사무실에 방을 하나 얻어
따로 컨설팅 사업을 차렸다.
사무실에 나가도 되고 안 나가도 되고
돈이 생겨도 좋고 안 생겨도 좋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게 되면,
그건 내가 부담하기 마련이다.
억울할 것도 없다.
그런 재미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외식이 줄어
용돈이 축적되어 간다.
벗들이여! 궁색한 아내를 갈구지 말고
나에게로 오라.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결혼상대를 찾는다면
니는 미(美)가 아니라 선(善)을?
지(知, 智)를?
그래서 틈나는 대로 고준담론(高峻談論)을?
그러나 해 다 갔으니
니체의 말대로 늙은 노파나 사랑하며 살리라.
*추기 : 니체가 말한 늙은 노파는 그리스시대의 이성과 중세의 영성
즉 구체제를 말한다.
첫댓글 세상에나~~
석촌님. 너무너무 멋지다요‥
석촌님 아내분은 참 편안하고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집 잔소리 영감님이 이 글좀 봐야 하는데‥
석촌님.
달달한 밤요~^^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래야 남성 여성 균형이 잡히는데..
집집마다 풍속이 다르다더니 저희집과는 완전 딴판이군요..
저로선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일례로 저는 가다죽어도 차려준 밥이 아니면 안 먹습니다.
노파나 사랑하며 살겠다는 대목도 저와 판이합니다.
저는 노파나 바라보며 살거든요.
사랑은 화석화된지 오래입니다.
그 이유가 전부 제가 꼰대 짓을 많이해서 생긴 후과입니다.
그럼 둘을 합쳐 반죽해서 나눌까요?
그러다 죽도 밥도 안될거 같기도 하고. ㅋㅋ
저희집도 반대입니다.
도와주는건 고사하고
친구들이나 안몰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도 주말농장에서 종일 친구들 치닥거리에 힘들었습니다.
석촌님과 함께 사시는분 행복하시겠어요.
집에 사람이 모여든다는게 홍복이예요.
그래도 몸이 가벼울때 많이 즐길 일입니다. ㅎㅎ
석촌님은 어부인을 모시는 집사네요.
.
. 밥상차려놓고 기다리고 다 먹으면 설거지하고 반찬없으면 반찬 만들고...
.
. 저는 요리는 하지만 설거지는 안합니다.
반찬은 동네 반찬가게에서 사다먹지요.
.국도 이것 저것 사다 먹습니다.순대국,해장국,설렁탕 등등...
뭐 집사라기보다 같이 사는거지요.
@석촌 집사는 주인의 옆방에서 기거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
. 단,유럽의 집사는 지금도 귀족들이 채용하며
급여가 일반인의 5~8배여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며 경쟁율도 치열하다고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에 좋은말씀이에요.
호들갑스러울 것도 없이 이심전심으로
정을 나누는 관계가 바람직하지요.
그런데 거주지가 잠실에서 먼가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저는 요리를 못 하는 관계로
딴 짓으로 마누라 환심을 삽니다.
심 자랑
에효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기 저기 맛집 찾아 사 멕이는 걸로다....
맞아요.
심 자랑, 그거면 탈레반도 걱정할거 없겠지요.ㅋㅋ
딴짓에 대한 중요한 정보,
.
.
. 트리믹스요법.80대도 가능함.전문의와 상담 하세요.
맛있는것 자꾸 먹으면 배둘래햄만 늘어납니다.일단 적게 먹어야 합니다.
지극정성 수발도
애틋한 사랑이 하는 거지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사탕발림의 사랑만으로
수발들 순 없겠지요
미녀 아내에 대한
석촌님의 사랑과 정성을
수발이라고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만
짧은 결혼생활을 했기에
석촌님처럼 결혼생활의
참된 맛을 잘 모릅니다
왜요.
하룻밤을 자도 알건 다 알잖나요?
ㅎㅎ
모범답안 같네요
사실 저도 웃기려고 그렇게 쓴 글이지
우리 부부 사이 아주 좋고 부부 싸움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주 화목한 가정이지요
아무튼 잘 살고 계십니다
부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