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님이 오시려는지 하늘이 어두컴컴합니다.
뉴질랜드는 햇빛이 귀한 나라라서 해가 쨍하면 아무런 이유없이도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귀한 햇빛을 받는 썬룸을 따로 만들어서 햇살을 가득 채우기도하지요.
그러나 때로는 이런 잿빛하늘도 그다지 나쁘진 않습니다.
기분이 차분해지니까 따듯한 차 한잔마시며 사색에 잠겨볼 수도 있구요.
그런데 뉴질랜드 겨울은 이런 차분한 날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리...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기도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여름이 무지무지 그립습니다.^^
나이 50은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의 나이라고 하는데, 나이들수록 옛성인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면 그리 정확하고도 옳은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나이들어도 철이 안 들면... 에고..죽어야지...ㅎㅎ
우리나이가 아직은 아이들 결혼시킬 연배로는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이제 슬슬 그런일에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얼마전 이곳에 살고계신 지인의 따님이 결혼을 하게되어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느낌을 에세이로 써 놓은 글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장미와 포도나무
지난 금요일에 지인의 자제분이 결혼을 하게 되어 다녀왔습니다.
이곳뉴질랜드에서는 장례식장에는 아무나 올 수 있지만, 결혼식에는 꼭 초대받은 사람만 올 수가 있다고 하는군요.
아무 생각없이, 날짜와 시간 맞추어 식장으로 가면 되려니 하고 있다가, 초대장이 있어야 참석 할 수 있다는 말에 허걱! 했습니다. 다행이 저 같이 생각없는 사람을 위해 몇자리는 예비로 남겨 놓는다고 하더군요.^^
이곳 치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중에 하나인, '크라이스트 처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원.
정원안에, 노아의 방주처럼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교회안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노아의 방주안에 마련 된 레스토랑에서 피로연을 열었습니다.
잘 익힌 슬라이스된 쇠고기를 그레비 소스에 듬뿍 재우고, 야채 샐러드, 그리고 몇가지 키위 스타일의 음식들을 부패식으로 차려놓은, 와인과 더불어 부족함이 없는 음식을,주인공들과 하객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피로연이었습니다.
(참고 - 뉴질랜드 사람들을 애칭으로 '키위' 라고 부릅니다)
주최측에서 한국떡을 준비해와서 놓으려 하니 레스토랑측에서 자기들이 준비한 음식 외에는 놓지 못하게 합니다마는 그래도 떡이 빠지면 안되죠.
이유인즉, 이곳은 음식에 관한 한 위생이 철저해서, 만약 가지고 온 음식으로 인해 손님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레스토랑측에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때문이라고 합니다.
글 제목을 '장미와 포도나무' 라고 정해놓고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피로연을 하는 중,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들의, 하객들께 전하는 감사의 인사가 있었고, 뛰따라 신랑과 신부의 감사 인사도 있었는데요.
'장미와 포도나무' 는 신랑이 했던 인삿말 중에 나온 이야기 입니다.
뉴질랜드의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요. 그만큼 뉴질랜드에는 포도 농장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어느 날, 신랑이 운전을 하던 중, 포도농장을 지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나다보니 포도밭 사이에 피어 있는 장미꽃들이 너무 아름답게 보여, 와인도 한병 살 겸, 잠시 포도농장을 들렀다고합니다.
그런데 멀리서 아름답게 보이던 그 장미꽃들이 가까이서 보니 온갖 벌레가 들끓고, 꽃잎은 병에 걸려 시들어 가는것이 여간 볼품없는 모양이 아니었다고합니다.
그래서 왜 저 아름다운 장미를 잘 돌보지 않고 저리 시들게 만드느냐고 포도농장 주인에게 물어보니, 주인이 하는말이,
포도나무가 해충에 시달리지 않고 열매를 잘 맺으며 자랄 수 있도록, 포도나무 사이마다 장미를 심어 포도를 괴롭히는 온갖 해충과 병들이 장미나무로 옮겨가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장미는 포도나무를 대신해서 온갖 병충해에 시달리게되고 포도나무는 그런 장미덕분에 알찬 열매를 맺어 맛난 포도주를 만들어 모두를 기쁘게 해 주게 되는거지요.
그 농장주의 말을 듣고 난 신랑은, 부모님을 생각 했다고 합니다.
포도나무인 자신을 그렇게 온갖 어려움으로부터 보호하여 튼실한 포도열매로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장미가 그렇게 빛을 잃어가듯 부모님께서도 온갖 희생을 감수하신 걸 생각하니 감사의 눈물이 나더라고...
아직 철이 없는 나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 나이인데, 그런 어른스런 말을 하는 신랑을 보니 참으로 듬직하더라구요.
이 좁은 교민사회에서 같은 한국사람끼리 결혼 하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인데, 속깊은 신랑과 어여쁜 신부는 정말 어울리는 아름다운 선남, 선녀였습니다.^^
주례를 서신 목사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생각이 나네요.
신랑, 신부가 부부 서약을 마치자, 두 양가 부모님을 향해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앞으로 신랑, 신부에게 이래라 저래라, 이러쿵 저러쿵 참견만 안 하시면, 두 사람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 거니까, 두 양가 부모님께서도, 앞으로 신랑, 신부일에 절대로 참견 안 할것이라는 서약을 하시라고요.^^
부모님 마음에야, 목사님의 말씀에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드셨을 수 도 있으셨겠지만,^^ 부모가 자식한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정을 끊어 주는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 주례 목사님의 말씀에 백 프로 어그리 하며, 사랑스럽고 예쁜 신랑과 신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마음깊이 기도합니다..
참고로, 신랑의 나이는 24, 신부의 나이는 28이었습니다.
요즘은 신랑 나이가 어린거이 트렌드라고 하네요.^^
재미있게 읽으셨어요?
그럼 요기 아래 코멘트 도 한줄 부탁드려용.
첫댓글 ㅎㅎㅎ 재미있는 발상... 추풍령을 비롯한 영동 김천 등지에서 포도밭을 많이 봐왔지만(그 부근에서 30년가까이 살았음) 포도나무 사이에 장미꽃을 심어놓은곳은 보덜덜덜 못한것 같은디......배워야 할 지혜일세...벌레생긴다고 약을 치는게 아니라..벌레들이 좋아하는 장미꽃을 심어주므로써 포도를 실하게 키울 수 있다.....캬~!!! 올리비아 디따 재밋었다..ㅎㅎㅎㅎ
요즘 아이들은 우리때와 달리 시청각 문화세대들이라...깊은 사고 보다는 감각적인 면만 발달해서...늘 가볍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장미와 포도나무에 등장하는 올리비아 지인 아드님을 가진 부모님 부럽습니다...*^^* 좋은 글 감사...부모된 우리도 여러가지 자식 여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
포도나무와 장미.....그거 말되네요....초보농군이 참고 할께요.....
부모가 결혼하는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정을 끊어 주는 것'이라는 말...가슴 깊이 새겨 두리다.. 좋은글 감사^^
옛말에 "정을 끊기가 가장 더럽다"는......... 이런 시대가 왔네요. 정을 끊어야 자식이 오래 오래 살아 간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울것 같아요.... 상상속에~~~구름위의 산책이란 영화 처럼~~!
내새끼를 내눈에 넣어도 아프지않다고 한다면 내 부모님도 그리 하지 않았을까? 부모님을 한번 더 생각나게 하는군. 글 잘 보았어.
어린나이인데도 철든 말을 하는 신랑이네요. 목사님 말씀도 맘에 들고 ㅎㅎㅎ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잘읽고 잔뜩흐린 이아침에 한수 배운거 같읍니다
요즘 결혼 할 세대들이 햇가족 시대의 첫 유산물들이라 혼자 크거나 많아야 둘이다 보니 저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키웠고 그리 커왔다는 게 맞을 겁니다..어느 프로에서 결혼 1년만에 부부가 클리닉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 원인중에 하나가 결혼한 당사자들이 부모와의 정을 못 떼어서 이고 둘째는 부모님들이 자식을 결혼 시키고도 아직 내 품안에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더랍니다..두 부부가 양가 부모님을 모셔놓고 부모님 불참견의 서약을 하는 것 보고 황당했는데..결국은 정을 떼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군요.....잘 읽었습니다.
간섭을 안하는게 도와주는건디.. 우린 충분히 그럴수 있는디.... 아직 우리 웃대들은 그걸 못해 싸우니..~~ㅋㅋㅋ
올리비아님^^ 아주 재미있는 내용 잘 보았습니다..감사.ㅎ
지천명에 든 우리 생각에 뒤지지 않는 철든 신랑의 이야기 좋은 얘기입니다. 나중에 강의할 떄 써먹을 소재로...생큐요,
이글을 읽는동안 " 구름위에 산책 ' 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포도 나무가 무척 인상적이던...넘 아름다웠던 , 좋은 글 감사해요 친구..............
좋은 글이네요..곳간에서 편한 시간 되시길~~~~~~~~~
딸냄 워홀로 크라이스처치로 간지 4개월이 지났네...농장일도 없고 알바구하기도 힘든데다 발에 화상을 입어 병원갔는데 진료치료비 하루 130,000이나 들었다고 속상해하는걸 보니 더 걱정스럽기도하고...그래도 이렇게 올리비아 덕에 뉴질랜드 소식을 접하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