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3.10.15(수) 08:09
전자정부 대민 서비스의 핵심인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의 안전성이 핫이슈로 부상했다(본지 10월 8일자 1면 참조).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민원서류를 출력 이전에 위·변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업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는 물론 국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과연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의 안전성에는 어떤 문제가 있으며 이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인가. 또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가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민원서류 위변조 분명히 가능’=인터넷을 통해 발급되는 민원서류는 위·변조가 가능하다. 특히 프린터로 민원서류를 출력한 이후에 해상도가 높은 복사기나 스캐너로 문서를 이미지 파일로 만든 후 이를 수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프린터 출력 이전 단계에서도 위·변조가 가능해 심각성을 더한다. 이는 컴퓨터가 프린터 출력 과정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문서를 이미지 상태로 임시 저장하는 파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임시 파일을 이미지 파일로 바꾼 후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위·변조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송두헌 용인송담대 교수는 “종이에 출력된 문서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만이 위조할 수 있는 반면 프린터 출력 이전의 위·변조는 컴퓨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차원 바코드나 온라인 문서 조회 등을 통해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는 위·변조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위·변조에 대한 법률적 지식의 결여에서 나온 주장이다.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사후 조치로, 일단 민원서류의 내용이 변경됐다면 그 자체는 위·변조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야한다.
이는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시행 주무부처인 행자부도 인정한다. 행자부는 지난 9일 이 문제에 대한 해명 자료를 통해 “인터넷 민원발급 시스템에 보안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컴퓨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도에서 지적된 방법 등으로 위·변조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원서류 위·변조는 실제 대국민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달 30일부터 인터넷 발급이 실시된 토지대장이나 개별공시지가 등은 금융기관의 대출 증빙 서류에 속한다. 따라서 위·변조를 통해 대출 사기 등의 범죄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행자부의 방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인터넷 발급 대상이 인감증명, 호적등초본 등 국민생활에 빈번히 활용되는 다른 민원서류로 확대되면 그 피해가 더욱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안전장치에 대한 홍보 부족이 문제’=위·변조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가려낼 수 있는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다. 인터넷으로 발급되는 민원서류에는 온라인 조회 솔루션과 2차원 바코드가 들어가 있다.
온라인 조회 솔루션은 전자정부 홈페이지에서 민원서류의 발급 번호를 입력하면 그 내용을 조회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상태라면 1분 이내에 위·변조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만에 하나 인터넷대란처럼 전국적인 인터넷 마비가 벌어져도 2차원바코드라는 대안이 마련돼 있다. 2차원바코드는 민원서류의 내용을 암호화한 것으로 스캐너나 디지털카메라로 읽으면 문서 내용이 그대로 나타난다. 2차원바코드에 적용된 암호화 기술은 슈퍼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오프라인으로 발급된 문서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려면 발급된 기관을 찾아가 문서를 열람해야 했지만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위험은 그 만큼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변조 확인 절차가 관련 기관 및 민원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원서류와 밀접한 금융 관련 단체는 아직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확인에 대해 공문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일각에서는 민원서류 위·변조 문제로 인해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행자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위·변조라는 문제점은 드러났지만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의 당위성은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원인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편리하게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에 민원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위·변조 방지를 위한 기술적 대책을 마련하고 위·변조 여부 확인 절차에 대한 대국민 홍보의 선행으로 가능하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늦어도 이달 중에는 프린터 출력 이전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린터 출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시 파일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계획이다.
대국민 홍보도 시작됐다. 행자부는 이번 주 중으로 금융관련 단체에 위·변조 확인 절차를 알리는 작업을 시작하고 인터넷 발급 민원서류 대상이 확대되기 이전인 연말까지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는 전자정부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경쟁 속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것이다. 이번에 불거진 위·변조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도입은 분명한 성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9월 30일은 우리나라 행정사에 역사적으로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만하다. 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류 인터넷 발급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급하는 공문서를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민원인이 출력하는 이번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민원서류 인터넷 발급 서비스는 위·변조 확인을 위해 2가지 차원에서 보안성을 보장하고 있다. 첫째는 발급된 문서의 발급번호를 이용한 온라인 조회이며, 둘째는 문서내용 전체에 전자서명 기술로 전자서명을 한 뒤 이 데이터를 고밀도 2차원바코드에 입력한 기술이다.
대학교의 성적증명서 인터넷 발급 서비스나 강남구청의 민원서류 인터넷 발급 서비스 등 대다수 기존 인터넷 발급 서비스들은 발급번호를 이용한 온라인 조회를 통해 문서의 위·변조를 확인하고 있다.
만일 인터넷 대란처럼 인터넷이 마비되거나 온라인 조회를 위한 문서 확인 가능기간(행자부의 경우 60∼90일)이 지난 이후에는 2차원바코드라는 기술적 대안이 마련돼 있다. 특히 발급된 민원서류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전자서명 기술을 적용, 전자서명법이나 전자정부법을 통한 관련 근거로 법적 효력을 보장받는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민원서류 인터넷 발급 등 신뢰도가 높은 대민 서비스에는 반드시 공개키기반구조(PKI)와 2차원바코드 등의 안전장치가 적용돼야 한다.
결국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관건은 정부가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새로운 제도 시행에 맞춰 국민들도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있어야 명실상부한 ‘초일류 인터넷 인프라 국가, 대한민국’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