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턱밑… 4단계로 격상땐 저녁 6시 이후 2인 모임만 가능
[코로나19]하루 확진 1212명 ‘셧다운’ 초읽기
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이른바 ‘셧다운(봉쇄)’ 수준의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방역 조치다. 그만큼 실제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를 놓쳐 더 큰 고통을 겪기보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서울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 서울은 곧 ‘셧다운’ 기준 넘어설 듯
정부가 검토 중인 강력한 방역 조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를 말한다. 정부는 4단계의 정의를 ‘대유행으로 확산돼, 퇴근 후 바로 귀가하고 외출 금지 필요’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4단계가 적용되면 사적 모임에는 지금처럼 4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후 6시 이후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직계가족에 대한 예외 조치도 없어진다.
다중이용시설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식당과 카페, 목욕탕은 오후 10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마트와 백화점, 헬스장, PC방, 영화관, 놀이공원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학교 수업은 원격으로, 종교 예배는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 결혼식장엔 친족의 입장만 허용된다.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인구 10만 명당 1주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4명이 넘은 채로 사흘 이상 유지되면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4단계 격상을 검토할 수 있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계산에서 뺀다. 서울만 놓고 보면 4단계 기준은 389명이다. 7일 기준 최근 1주일 평균 확진자는 356.7명이 됐다. 8일에도 서울에서 600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 4단계 기준을 웃돌게 된다.
만약 4단계로 격상돼도 앞서 해외에서 취했던 완전 봉쇄 수준은 아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이 넘자 한 달간 식당과 주점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 이탈리아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건강이나 업무상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낮 시간 외출도 제한하는 조치를 두 차례 실시했다.
○ “방역 강화 늦으면 비수도권도 위험”
외국의 셧다운 수준은 아니어도 4단계 격상 자체가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적용된 5인 사적 모임 금지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방역 피로감과 자영업자의 영업 손실이 크다. 정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중대본과 서울시가 이날 △대중교통 오후 10시 이후 감축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재택근무 권고 △1가구 1명 코로나19 검사 받기 운동 △숙박시설 정원 초과 입실 금지 등 추가 방역 조치를 내놓은 것도 4단계 격상 없이 어떻게든 확산세를 잡아보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번 유행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 후유증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확진자 중 절반이 나오는 서울부터 선제적인 4단계 적용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2, 3일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4단계 적용은 빠르고 강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간 축적된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보면 방역 강화는 한발 빠르게, 완화는 신중하게 해야 유행세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수도권의 거리 두기도 한 단계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 특정 지역만 방역 수준이 크게 높으면 다른 지역에서 유흥을 즐기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수도권의 지난 주말(3, 4일) 이동량은 3147만 건이었다.
조건희 기자, 이지윤 기자, 김소민 기자
“격상땐 입에 풀칠도 못해”…4단계 조짐에 시름 커진 자영업자들
[코로나19]제주 렌터카 “예약취소 문의 오전에만 10건”
서울 치킨집 “준비해둔 생닭 100마리 폐기”
정부 제시한 성장률 4.2% 먹구름…기업들 재택근무 완화 계획 취소
“3단계만 돼도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가능성까지 나오자 1년 넘게 코로나19 위기에서 사투를 벌여 온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에서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38)는 7일 “오전에만 10여 건의 예약 취소 문의를 받았다”며 “5인 이상 단체여행을 할 수 없게 되는 3단계만 돼도 비수기에는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정부의 7월 방역 조치 완화 방침에 미리 주문해놨던 생닭 100여 마리를 결국 못 팔고 3일 전 폐기 처분했다”고 했다.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를 완화하려던 기업들도 방침을 바꿨다. LG전자는 이달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40%에서 20%로 완화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 수펙스추구협의회도 8일부터 최소 필수 근무인력만 나오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고 4단계 거리 두기 조치를 가동하는 상황이 오면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4.2%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내놓은 ‘7월 경제동향’에서 “6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등은 앞으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5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하반기(7∼12월) 들어서도 더디게 진정되는 ‘비관 시나리오’ 상황에선 올해 경제성장률이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하반기부터 수그러든다고 봤을 때인 4.0%보다 0.6%포인트 낮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제시한 4.2%보다는 0.8%포인트 낮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소비 활동이 많이 위축됐을 것이기 때문에 올해 3분기(7∼9월)에는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부진) 가능성이 있다”며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거나 이 수준이 장기간 이어지면 올해 4%대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박성진 기자, 홍석호 기자
무역센터 현대百, 사원 확진날에도 슈퍼마켓 계속 영업
[코로나19]델리 코너 내 4개 매장만 폐쇄
뒤늦게 전면 휴업… 69명 집단감염
하루 1만 방문, 검사대상 10만여명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 식품관 내 슈퍼마켓 판매대와 델리 코너에서 일하던 협력사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일 하루 동안 델리 코너 일부 매장만 폐쇄하고 슈퍼마켓 영업은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지침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인 전면 폐쇄 조치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3일 정오경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식품관 협력사원 2명이 미열 증상을 호소하자 귀가 조치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이어 4일 오전 10시 백화점 측은 협력사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30분 내 확진자가 나온 델리 코너 내 4개 매장을 폐쇄한 뒤로 확진자 주변에 있던 직원 50명을 자가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다만 슈퍼마켓은 폐쇄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슈퍼마켓이 넓은 데다 판매대 근처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자 백화점 측은 5일 임시 휴점했다. 이어 방역당국과 협의해 6일은 식품관만 닫은 채 영업하다가 오후 3시경 조기 폐점했고 7일에는 휴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확진 직원이 협력사원이어서 대처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7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이 몰렸다. 대부분 최근 무역센터점을 방문했던 사람들로 진료 대기 시간만 3, 4시간 걸리면서 진료소 업무가 마비됐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무역센터점 관련 확진자는 69명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해당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무역센터점 하루 방문객이 1만 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0만 명이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지원 기자, 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