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린티아.....?"
"네에?"
"셀린티아."
"네, 왜요."
"셀린티아!"
"아 글쎄 이 노인네야, 왜 자꾸 말시키고 지랄인데?"
나는 내가 말을 해 버리고도 예상치 못한 나의 입방정에 내 입을 톡톡 두드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미안.....' 이라고 속삭였고, 내 속삭임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그 할아버지는 눈가에 눈물을 한가득 고이게 만들면서 날 향해 몇발자국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욕한게 그렇게 울만한 일인거야?
쳇, 이놈의 셀린티아 이자식은 도데체 뭘 하고 살았길래 일기장엔 욕 투성이에다가
내가 이정도 욕을 하니까 저 할아버지가 울 만큼 치명적인거야! 완전 이중인격이네.
"셀린티아, 그렇게도 미소년 하렘이 갖고싶더냐?
이 할애비가 반대를 하니까 갑자기 성격이 이렇게 변한것도?"
"하렘이요? 미, 미소년.....?"
나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되물었다.
셀린티아 이여자는 도데체 뭘 하고 살았길래 할아버지한테 미소년 하렘을 달라고 한거야!
젠장, 이여자 그렇게도 밝히는 여자였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아아, 이래서 한낱 인간속은 모른다고 했구나.
역시 옛말 틀린거 하나도 없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나이에 맞지않게 눈물을 글썽거리던
그 주책스러운 할아버지들과 뒤에 마치 비엔나 소세지를 연상시키는 떨거지로 추종되는 인간들이
한꺼번에 우루루루 모여서 내 방을 빠져나갔다.
물론 나는 할아버지에게 '전 그딴 하렘따윈 필요없어요' 라며 말하고는 할아버지를 보냈다.
그리고 랑시는 내게 '셀린티아님, 오늘은 일 안하셔도 되니까 푹 쉬세요.
필요한 것 있으시면 부르시구요.' 라며 내방에서 뛰쳐나가듯이 나갔다.
그리고서 복도에 한가득 울려퍼지는 '앗싸! 오늘은 해방이닷!' 이라는 경쾌한 탄성소리를 난 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더러울 수 밖에 없었다.
"후....."
나는 푸념섞인 한숨을 푹 내쉬며 침대로 폭삭 안겼다.
처음엔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방이고 내 옷이고 뭐고 그런것 따윈 내 눈에 차 들어 오지도 않았는데
내 방은 상당히..... 뭐랄까. 음.....
"돈쳐발랐군."
그래, 이 단어 외에는 아무런 문장도 더이상의 내 방을 설명할 길이 없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한번 방을 죽 훓어보았다.
다시한번 재대로 살펴보니 내 방 한구석에는 커다란 문 한개와 작은 문 한개가 있었다.
그중 커다란 문을 활짝 열어보니 그 안에 새로운 방이 있었고 그 방 안에는 상당량의 옷들과
악세사리, 그리고 구두들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옷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중세시대때나 입었을 법한 드레스였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런 닝기미. 이렇게 얇은걸 누가입어?"
나는 가장 심플해 보이는 노란색 원피스를 집어들었다.
사실 여기서만 가장 심플해 보였지 이 옷을 들고 내가 살던곳에서 입는다면 난 아예 밤무대 가수가
되었을 법한 그런 아주 쪽팔리는 의상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허리부분에 있었다.
허리가..... 굉장히 얇게 들어간 것이였던 것이였던 것이였던 것이였다!
"..... 재가되어라."
나는 이 원피스를 드레스룸에 재대로 꽂아놓지도 않은 채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신경질적으로 나와버렸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옷이 많더라도 저것들은 평소에 입을 수 없는 옷이잖아!
마치 '그림의 떡' 같은 패션쇼에나 나오는, 그런 화려하다 못해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옷인데
내가 어떻게 저런옷을 입겠냐고!
난 저런거 쪽팔려서 못입어! 아니, 안입어!
나는 신경질적으로 방에서 빠져나왔고 방을 휙휙 둘려보다, 바로 옆에있는 자그마한 문에 시선이 꽂혔다.
이 문은 벽의 색과 똑같았는데 멀리서 봐도 시력이 좋은 내가 봤을 땐 잘 보였지만
그래도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면 별로 잘 보이지도 않을 법한 색의 문이였다.
나는 호기심에 문을 열었고, 아까 드레스룸의 문을 열었을 때 처럼 낮게 깔리던 끼익 거리던 소리는 없었다.
뭐야, 셀린티아는 드레스룸 보다는 이곳을 더 찾았다는 건가? 이게 뭔데?
나는 그렇게 운디네의 정령술사의 길을 걷기위해 그 방 문을 열었다.
"우엑"
내가 처음 그 방에 발을 디딧었을 때, 그 방은 먼지가 폴폴 쌓여있..... 지 않았구나.
사실 내가 처음 내뱉은 엘레강스하고도 깜찍하고 섹시하고 앙증맞고 스폐셜한 나의 신음소리(!)는
다름아닌 저 책들로 가득 쌓여진 커다란 책상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이상한 용액들의 냄새를 맡았을 때 였을 것이다.
이 방의 분위기는 음침하다기 보다는 다소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내 방은 대체적으로 화려하고 밝은 느낌이였고 드레스룸은 삐까뻔쩍한 옷들에 의해 더 빛났다고는 하지만
거의 이 방은 내가 살던곳의 일종의 창고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방은 내가 있던 방 보다 약간 어둡고, 벽 전체가 책장에 가득 꽂힌 책으로 둘러쌓여있었는데
그 한가운데에는 엄청 커다란 책상이 있었고 그 책상 위에는 아까 내가 읽다가 사라져 버린 책과
그 책과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여러권 있었다.
나는 램프에 불을 붙이며 아까 내가 읽었던 셀린티아의 일기처럼 추종되는 그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마지막장에 다달았을 쯤에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로 추종되는 글이 여러편 있었다.
대부분 그것들은 '마나엘릭서를 보며 비율을 맞추도록 해.
크리슐라용액 3방울에서 5방울 정도의 비율과 증류수 한주먹정도와 크리스탈가루 2스푼이랑
마나석 희석액을 두어방울 정도 떨어트리면 너희세계에서의 콜레라를 막을 수 있을거야.' 같은,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글들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 나의 시선을 잡은건 나를 향한 그녀의 글이였다.
-안녕, 유나경.
나의 이름은 셀린티아 키스밀러스. 뭐 알다시피 넌 죽을 운명인데 내가 널 살린것 뿐이야.
이젠 넌 다시 죽어버려도 좋고 살아도 좋아.
미소년 하렘을 건설해도 좋고, 아예 상단을 망쳐버려도 좋고.
아예 드래곤이랑 맞짱 뜨는것도 좋을거야. 분명 내 화염목표인 브레스에 넌 처참히 화장될게 뻔하니까.-
여기까지 읽은 나는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난 이곳의 정보를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서 차마 찢지는 못하고
그저 온 몸만 부들부들 떨었을 뿐이였다. 정말 화가나는군.
이자식 내 눈에 띄기만 해봐. 내 이 기다란 머리카락으로 밧줄을 만들어서 허리를 조여줄테다!
나는 다시 책에 눈을 돌렸다.
-너는 이제부터 셀린티아 키스밀러스로 살아야 돼.
뭐 어차피 너같은건 필요도 없으니까 죽던 말던 상관은 안하는데, 난 이부근에서
상당히 성격파탄자로 설정이 되어있거든. 갑자기 성격이 변하면 사람들이 오해할 거란말이야.
.....뭐 그럴 걱정은 안해도 좋겠네. 넌 어짜피 성격파탄자에 비슷한 인물이니까.
내가 너의 영혼을 내 육체에 담은 이유는, 나는 운디네의 정령술사이기 때문이야.-
나는 순간 희열에 가득찼다.
와아, 나도 이제 마법을 부리고 정령을 부리고 황제를 꼬시는것만 남았다는 것인가!
아아, 마법과 정령은 이 셀린티아라는 여자가 미리 배워두었군. 꽤 좋은 여자였어. 음.
나는 다시한번 셀린티아라는 여자에 대해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는 대단한 여자구나.
-여기서 말하는 운디네가 누구냐면 맨날 나한테 개기는 그 물의정령 운디네 따위가 아니라
내 선조 운디네 키스밀러스라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지.
원래 정령을 부린다는 것은 태초에 태어났을 때 부터 저절로 생기는 자연친화력이 있어야 되거든?
그런데 이 운디네라는 사람은 자연친화력이 없어서 정령을 부릴 수 없었어.
그래서 개발해 내었지. 운디네의 정령술을.-
앗! 그거라면 나도 알고있었다.
마법은 배우면 어느정도 되지만 정령을 부리려면 선천적인 자연친화력이 있어야 정령을 부린다며?
그런데 자연친화력이 없어도 정령을 부릴 수 있는 방법이라니?
혹시 정령왕이랑 친구먹으면 그렇게 되는건가?
나는 궁금함에 글을 더 빨리 읽고 싶어서 다음장을 넘겼다.
-나는 알고있지만, 넌 모르고 있어.
사실 난 이 기술 정말 오랜시간동안 공들여서 힘들게 배운거거든?
근데 이 기술을 너한테 꽁짜로 알려주긴 싫어.
그래서 네가 배우고 싶으면 배우도록 하고, 싫으면 말어. 어짜피 너만 손해지 나한테 손해될건 없거든.
그리고 배우고싶으면 옆에있는 책들을 탐독하기를.-
.....젠장! 이여자 완전 악질이네!
그냥 그 기술 나 주면 안되는거였어? 빌어먹을.
나보고 공부를 또 하라고? 이제 겨우 중1에서 벗어났는데?
난 싫어!
라고는 했지만 나도 상당히 정령에 관해 궁금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장을 넘겼다.
-유나경, 나는 이제 셀린티아 키스밀러스가 아닌 유나경으로 살거야.
사실 내 육체가 죽고 너의 육체에서 너의 영혼을 밀어내버려도 상관은 없지만, 그러면 넌 영원히
육체가 없는 둥둥 떠다니는 영혼유령으로 살 것 같아서. 이것은 나의 최대한의 배려야.
그리고 날 이계[異界]에서 살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사실 나는 이계라는게 있는지도 몰랐거든. 다른 세계가 있는지 몰랐어.
정령들이 알려줘서 망정이였지, 그러고 보니 너..... 나랑 공통점 굉장히 많다?
그럼 이만 줄일게.
이제는 나경이가 된 나경이가.-
.....나는 그대로 책을 찢어버렸다.
빌어먹을! 어디가 어째서 너 따위 성격 파탄자랑 닮았다는거야!
첫댓글 성격파탄자 나경이도 웃기지만 셀린티아는 더더욱 골때림다
둘이 성격이 비슷한거에요 ㅋㅋㅋㅋ
ㅋㅋㅋㅋ.....문제네..
네 ㄱ- 꼬이고 꼬인거져~
성격판파탄자♥ 진짜 맞는뎅?ㅋㅋㅋ
살짝 예쁘게 수정한거에요. 사실은..... 저도 감당못해요[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