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입출항조종
선박의 조종도 기본적으로는 자동차운전과 원리는 같다. 하지만 도로와 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즉 물은 도로보다 마찰력이 훨씬 작아서 자동차처럼 방향의 전환이나 정지가 바로 되질 않는다. 그래서 선박에는 보통 두개의 엔진과 프로펠러가 있다. 기어에 해당하는 피치와 엑셀에 해당하는 알피엠레버는 좌우 엔진별로 있고 전후로 100% 조정이 가능하다.
입출항시는 주차된 차가 출발하거나 주차하는 것처럼 방향타를 많이 조작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티어링휠 대신에 스티어링펌프를 조작한다. 일반적인 향해중에는 하나만 사용하나 빠른 조종이 필요한 경우는 두개 모두 펌프를 가동한다. 입항시는 우선 피치를 70%로 조정한후 알피엠을 다시 70%로 조정하여 순항중의 49%의 속도로 접근한다.
그리고 피치를 점차 줄여서 항구 근처에서는 1노트수준까지 감속하고 배와부두가 평행해지면 좌현피치만 사용하여 선수를 우현방향으로 틀어 선수무어링을 하고 우현피치만 후진으로 사용하여 선미무어링을 한후 다시 로프가 팽팽해지도록 우현피치만 전진으로 사용하여 마무리한다.
또 하나의 큰 차이를 들자면 자동차는 2차원인데 배는 3차원이어서 깊이를 고려해야 한다. 즉 출항시는 항구에 따라 다르지만 수심이 충분히 깊지않은 곳에서는 막다른 곳에 정박하지 않아도 그런 곳에 주차된 자동차와 같이 후진으로 출발해야 한다.
선박의 입항은 비행기의 착륙과 비교할 수 있는데 같은 3차원 이동이고 물이나 공기라는 마찰력이 작은 매체에서 이동하다 속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비행기는 일단 착륙하면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있는데 선박은 로프를 던저 팀플레이로 고정해야 하므로 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래는 순항중의 조타실 피치와 알피엠 조정레버(좌현과 우현 두개씩)로 위에 있는 엔진회전수는 1700대지만 피치를 거처서 아래의 프로펠러 회전수는 300대로 낮아진 상태다.
4.12 악천후 조종
물리시간에 배운 간단한 벡터내용인데 선박의 조종에 적용되니 또 느낌이 다르다. 바람이 50노트로 배속도인 10노트의 5배나 강하게 불고 비가 억수다. 그래도 내해에서는 그런가 했는데 외해로 나가니 예전에 청룡열차보다 훨씬 다이나믹하다. 그 이유는 배는 3차원으로 흔들리기는 하지만 6가지의 운동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 세가지 직선운동(서징, 스웨잉, 히빙)과 회전운동(피칭, 롤링, 요잉)이 동시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예정항로를 무시하고 선장은 항로의 우현방향으로 상당히 전진하여 피칭(선수의 상하회전운동)이 심하다. 그리고 좌회전하니 이번에는 롤링(선체의 시계방향회전운동)이 강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람과 그 바람으로 인한 파도가 우현에서 작용했기 때문에 그만큼 밀릴 것을 고려하여 외해쪽으로 경로를 잡았던 것이다. 그래야 밀려도 육지나 육지로 밀려온 빙산들과의 조우를 피할 수있으니까.
오토 파일럿 시스템을 가동했는데도 불구하고 선체의 진행방향은 좌우로 10도씩이나 요잉(선수의 좌우회전운동)을 하고 있다. 아래는 좌우로 30도씩 롤링중의 선박인데 내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느려서 실감은 별로지만 아래좌측의 윈드트랙커를 보면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알수 있고 그나마 사진찍을 수 있도록 바람도 29노트에 불과하게 약해져있다.
4.13 충돌방지 규정
통계에 따르면 해상조난의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충돌이다. 빙하나 다른 선박과 부딫히면 선체가 손상되면서 침수되고 방수격벽이 여러개 손상되는 경우 침몰에 이른다. 타이타닉이 건조당시 여러개의 방수격벽을 적용시키면서 침몰불가능한 선박이라고 불리웠지만 빙산이 세개의 격벽의 방수기능을 무력화하면서 세계적인 조난사건을 발생시켰다
빙산은 무조건 피해야 하지만 다른 선박과 조우하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 국제규약에 의하면 동력선(기선)과 무동력선(범선이나 고장난 기선 등)이 만나면 당연하게 기동력이 높은 편이 항로를 변경해야 한다. 기선끼리 만나는 경우 좌현쪽의 배가 양보해야 한다. 다만 정면으로 향하는 경우는 서로 시계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여기는 통행량이 작고 특히 범선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딱 한번 보게 되어 기념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나도 언젠가는 범선으로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다.
4.14 안개 운항
바람과 안개가 선박운항에는 가장 어려운 자연조건인데 그중 안개는 그래도 향해가 가능하다. 시계가 제한되지만 GPS가 장치된 전자해도를 따라 가면 되기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에 없는 빙산이나 다른 선박의 경우 레이더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잘 보이는 때는 레이더가 보조적인 장치지만 밤이나 안개가 끼는 경우에는 필수다.
레이더와 실제 보이는 거리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거리는 먼 것이 작게 보이기 때문에 좌우에 비해 전후가 짧아 보인다. 그래서 레이더와 전자해도를 비교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 아래는 앞에 가는 선박이 표시된 레이더(화살표가 현재 배의 진행방향이고 동그라미가 정상항로이니 바로 앞에 같은 방향의 배가 진행하는 것이 정상).
4.15 조종연습
가끔씩 기회가 되면 선박조종을 할 수있었다. 하지만 실습 마지막 2주간은 매일 조종을 했다. 하루 평균 5시간씩 했으니 2주동안만 70시간이나 된다. 입출항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선장이 맡고 나머지 구간은 내가 거의 문제없이 했지만 좁은 곳에서 다른 배를 만나는 경우는 선장이 끼어들곤 했다.
실습생이라고 급여는 주지않고도 선원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해서 다소 불만이 있었는데 이렇게 벤츠처럼 고급차는 아니지만 수십억이 넘는 배로 개인교습을 받으니 그동안 화물상하역, 설겆이, 청소, 페인트 등 잡다한 일을 그냥 성실히해온 보람을 느낀다. 전에 언급한 충돌방지 규약중 빠진 것이 특수임무중의 선박우선순위다. 즉 조업중인 어선이나 준설중인 준설선 등의 경우 범선을 보면 양보해야 하지만 기선에게는 양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이를 잊고 양보하지 않자 선장이 끼어들어 우현방향으로 조타했다. 아래는 조업중인 어선과 갈매기들.
5. 관광
5.1 페리운항경로
페리의 베이스는 매일 운항하는 샬롯타운이라고 할 수있다. 이 곳은 거리상으로 중심부이기도 하고 육로도 연결되있어 인구도 여기서는 많은 편인 300명이 넘기 때문이다. 인구 529명으로 가장 큰 어촌인 포트 호프심슨은 남쪽끝이 강어구에 있어 일주일에 이틀만 운항한다.
윌리엄스하버는 인구는 가장 작지만 중간에 있어 가장 북쪽에 있는 노만스베이와 같이 일주일에 나흘이나 운항한다. 바다냄새가 가장 강한 곳은 샬롯타운으로 여름빙하와 새우양식으로 유명하고 새우 가공공장이 있어 가끔 일본사람이 일하러 오기도 한다. 아래는 페리가 운항하는 경로.
5.2 여름빙하
승선은 포트 호프심슨에서 했다. 거기서 윌리엄스하버까지는 알렉시스강, 알렉시스 베이, 그리고 윌리엄스 하버 런을 따라 내려가는데 강은 흐름이 하류로 있기 때문에 빙하가 올라올 수 없다. 그래서 페리에서 볼 수 있는 빙하는 북대서양에 내려가야만 한다.
샬롯타운에 가까와지자 소금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기 저기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음의 비중은 0.94이고 바닷물의 비중은 1.04이므로 물아래 빙하의 크기는 보이는 크기의 10배정도이므로 배는 빙하를 보면 멀리 돌아가곤 해서 근접촬영은 어렵다. 아래는 페리에서 촬영한 여름빙하.
5.3 갤리
배의 주방은 키친이라고 하지않고 갤리라고 한다. 기본적인 냉장고, 오븐, 싱크 등은 같지만 선체가 2차원으로 이동을 하고 동시에 바닷물과 바람의 작용으로 인해 결국 상하좌우전후의 3차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주방은 물론 여러 부분에 선체움직임으로 인한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제거하기 위한 고려사항이 적용되있다. 특히 주방의 경우 냉장고문이 열리거나 오븐 위의 냄비 등이 떨어지지 않도록 추가장치가 많다. 아래는 갤리의 오븐에 적용된 흔들림 방지용 격자.
5.4 와인
나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와인을 마시는데 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대체로 2주정도면 마실만하고 숙성을 시키면 더 맛이 좋아지며 비용도 주스값 정도로 주세도 내질않으니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중에는 이 것이 불가능하다. 병으로 사면 주로 홀로 배낭여행을 다니는 내게는 너무 많고 가격도 높기때문이다.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이동을 전제로 한다. 특히 나처럼 경비중 비중이 큰 항공료를 고려하여 한번에 여러 곳을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다니는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보통 지역을 정하면 그 곳에서 시간이나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을 추가하여 여러 나라를 다니곤 했다. 2년전에도 프라하에 도착해서 5주간 비자없이 그리고 저렴하게 버스나 기차로 이동이 가능한 10국이상의 동유럽 국가를 방문했다.
또한 와인만들기에 2주이상이 걸리므로 만드는 동안 계속 효모가 과당을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므로 가지고 다니는 것도 발효되는 김치만큼이나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번 실습에는 6주간 매일 이동은 하지만 같은 선실에서 계속 지내게 되므로 집에서와 같이 와인을 즐길 수있다.
그래서 우선 애플와인을 시작했고 다음날 오렌지와인을 시작했으며 3일차에는 크렌베리와인을 시작했다. 매주 마시는 양만큼만 향후 계속 만들면 주스와 설탕은 실습선에서 제공되므로 미리 가져간 10센트 정도의 효모비용으로 6주동안 매주 한두잔씩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아래는 2일차 애플와인, 1일차 오렌지와인, 그리고 크렌베리주스(2주정도 지나면 1차발효가 끝나고 다시 투명해진다).
첫댓글 직접 만든 와인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진 않나요? 저는 이웃에서 직접 담궜다고 와인을 줘서 먹어보니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다양한 경험을 하시는군요 ! 글 감사합니다 !
박대선님 글은 볼때 마다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는 방식이야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할수 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것에 도전하는 님이 부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박대선님에게는 이 지구가 너무 작은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