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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Side-1. Mr. Koo
시작은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었다. 날 깨우는 알람소리와 커튼 사이로 눈이 부시게 쏟아지던 햇빛. 자고 나면 퉁퉁 부어있는 두 눈과 하늘로 솟구친 앞머리도 어제와 같았고 그제와 같았고 그래서 난 앞으로도 같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역치 이하의 변화는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은 그 날 점심 때쯤 친구에게서 온 문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윤이나 이거 뭐임?]
밑도 끝도 없이 온 문자와 함께 보내진 사진을 탭하여 확대시켰을 때, 난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 화면을 캡쳐 한 것이었는데 거기에 떡 하니 쓰여진 볼드체의 큼지막한 제목이 참 웃겼다. 아니다 그냥 웃긴 게 아니고,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구진욱♡윤이나 결혼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D그룹과 H그룹 양간의 결혼설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삽시간에 화제가 되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D그룹 경영진 소속, 김모씨에 따르면 D그룹 구영호 회장의 차남 구진욱군(30)과 H그룹 윤석현 회장의 삼녀 윤이나양(23)의 결혼설이 기정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구진욱군은 한국대 경영학과를 3년 전 졸업하였고 윤이나양은 같은 곳을 4년 전 입학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학 시절부터 사랑을 키워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생겨나고 있으며
–중략-
구진욱군이 오늘 오후 3시경 D그룹 소속, 샤호텔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김국선 기자 -
제목만 보고선 어느 미친놈이 또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거야 싶었지만 친구가 친히 하이라이트까지 쳐준 기자회견이란 단어에 나는 또 다시 웃었다. 이번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구진욱 이 사람은 뭔데 나랑 한마디 상의 없이 기자회견을 준비해? 그리고 내가 무슨 경영대야 경영대는!! 입학하자마자 실디과로 전과한 게 4년전이다. 전과뿐이면 다게? 전과소속 다 마치고 미국으로 쫓기듯 떠난 것도 4년 전이라고! 그렇게 1년을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보냈는데 사랑을 키워? 누가, 내가? 이 구진욱이라는 사람이랑?! 잠깐, 30살? 여기 지금 괄호 안에 30이라고 쓰여진 거 맞지? 내가 이런 양아치처럼 생긴 30살 먹은 아저씨랑 결혼한다고?!
정말 가면 갈수록 가관이 따로 없다.
어느새 노트북을 켜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나는 각 포털 사이트마다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나와 구진욱이란 사람의 사진에 목덜미를 잡으며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했다. 아니 시늉이 아니라 진짜 금방이라도 고혈압이던 저혈압으로 쓰러질 거 같다. 당장이라도 아빠에게 전화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친구에게 문자가 오는 순간부터 시작된 문자와 전화 폭격에 휴대폰은 이미 꺼둔 지 오래다. 지금 시각 2시 30분. 기사에 따르면 앞으로 30분 후에 기자회견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 이 사태에 나까지 샤 호텔까지 가게 되면 일이 더 커질게 틀림없는 건 둘째 치고 집 앞에 가득할 기자들을 뚫고 그곳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난 계속 인터넷이나 붙들고 있어야 하는 거야?! 미치겠다. 정말 미치고 펄쩍 뛰겠다.
그리고 3시가 되기도 전부터 긴급속보로 티비 화면을 지키고 있던 고급스런 금색 벽과 기둥 배경에 인터넷에서 지금까지 지겹게 봐 온 익숙한 얼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구 진 욱.
그 양아치 늙으망탱이다.
영상으로 보니 그래도 사진보단 덜 양아치스럽지만 눈가에 주름은 어쩔 수 없다. 늙으망탱이가 틀림없다. 저 붉은 입술을 비집고 어떤 충격발언이 나올까 하는 초조함과 긴장으로 한달 넘게 금이야 옥이야 하며 케어해왔던 손톱이 내 이로 잘근잘근 씹혀지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기업간의 정략결혼이 비일비재 하다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고, 난 분명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독신선언을 한 몸이었기에 더욱 더 그랬다. 엄마와 아빠가 설마 날 이런 식으로 배신 때리진 않을 거야. 그럴거야. 분명해. 한 가닥 신뢰를 난 놓칠세라 꽉 부여잡고 있다.
하지만, 너무 꽉 잡고 있었던 탓 일까. 나와 부모님을 연결하고 있던 신뢰와 믿음의 끈은 한껏 팽팽해져 곧 한계치에 부닥쳤는지 탓- 하고 끊어져 버렸다.
“이나와의 결혼은 사실입니다.”
라는 망언과 함께.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없어져버렸다. 대신 끝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부터 활활 타올랐다. 나의 분노가! 배신감이!!
“으아아악!!!!!!!!!!!!!!! 미친거 아니야!!!!?!??!”
오,
지
져
스
!!!
Side-2. Mr. kang
파-앗.
탕.. 탕탕..탕탕탕.
운동장을 가로질러 길게 날아온 축구공 하나가 내 앞으로 떨어져 여러 번 튀어 오르더니 곧 사그라 들고 정지했다. 그 축구공은 꽤나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잔뜩 겁을 먹었던 나는 공이 간신히 내 앞으로 떨어졌음에 안심을 했고, 그 축구공을 주워 든 나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다.
죽었어. 가만 안 놔둬.
가자미 눈을 하고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한 남자아이를 보았다. 내 예상대로라면 이 공의 주인이다. 올해 같이 입학한 1학년들관 다르게 남자치곤 꽤 긴 머리가 땀에 젖은 채 뭉텅이 져 위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곧 가까워진 아이의 하복 셔츠 가슴팍에 달린 노란 명찰로 난 알 수 있었다.
“공 좀 줄래?”
나보다 선배다. 짜증나.
흥, 됐거든? 속으로 읊조리며 손에 들린 공을 최대한 멀리 던져버리곤 그 아이, 아니 선배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그대로 돌아서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야!! 거기 서!”
뭐라니.
그 때였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한 개의 계단으로 단차가 있는 학교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 할 때, 꽤나 두툼하게 느껴지는 손이 내 어깨를 잡아 날 돌려세운 건 말이다.
“주워 와.”
“…뭐?”
“공 주워오라고. 그리고 나이가 많던 적던 처음 보는 사람한텐 존댓말 쓰는 게 우리나라 예의야. 빨리, 주워 와. 그럼 이거 줄게.”
“뭐 하는 거야, 너!! 이리 안 내?!”
순식간에 머리 고무줄을 잡아 챈 노란 명찰 때문에 정갈히 묶었던 머리가 풀어져 내렸고, 그 애.. 아니 선배 손에 들린 고무줄을 다시 가져오려 손을 뻗었지만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하늘 높이 쳐들어버림에 되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난 결국 다시 가자미 눈을 하고 노려보며 선배 얼굴 앞으로 손바닥을 내 보였다. 무언의 의사표시였다. 지금 당장 내 고무줄을 내 놓으라는.
“우리학교 교칙 알지? 여자들은 머리 어깨 이상이면 무조건 묶고 다녀야 하는 거.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단발로 잘라버리는 거 말이야. 빨리 공 주.워.와.”
“…재수없어, 너. 최악이야.”
언제 어디서나 대접을 받는 할아버지와 아빠 곁에 있으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것만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하면서 코 끝이 시려왔다. 억울했다. 점점 나와 선배를 감싸고 하나 둘씩 늘어나는 학교 아이들의 시선도 짜증났다. 나는 나와 선배를 둘러 싼 아이들을 밀치고 운동장으로 걸어가 아까 던져버린 축구공을 들고 성난 걸음으로 다시 선배 앞에 섰다. 축구공을 가슴팍으로 획 던져버리고 손에 들린 고무줄을 낚아채 버렸다.
두 번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오늘 집에 가면 아빠한테 강제 전학 보내버리라고 해야지.
다시 건물 안으로 걸어가는데 등 뒤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개의 목소리 중 하나는 아까 그 선배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친구인 듯 싶다.
“야, 너 쟤 몰라? H그룹 손녀잖아. 너 어쩔라고 그래. 미쳤냐?”
“알아. 그래 봤자, 손녀지 H그룹이 쟤 것도 아니잖아? 야 축구나 하러 가자.”
“미친놈. 넌 이제 뒈진 듯싶다, 강준.”
강 준.
노란색 명찰에 한자로 적혀있던 게 저거였나 보다. 강 준. 하는 말마다 틀린 말이 없다. 그래서 더 짜증난다. 항상 모든 사람들은 –가족을 제외하고- 내게 꿀이라도 바른 듯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만 했었다. 나에게 지적하거나 태클을 거는 건 없었다. 난 패닉에 빠졌다. 난 내가 최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최고는 내가 아닌 할아버지였고, 강 준의 말마따나 난 그저 손녀에 불과하단 사실에.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을 먹다 어제 일이 생각나 전학을 보내버리라는 나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아빠의 말소리가 커져버렸다. 덕분에 아침부터 밥상머리에서 떼를 쓴다며 할아버지께 한 소릴 들은 나는 입이 100미터는 나와 꽁한 상태로 학교에 도착했다.
교문에서 아이들의 용의복장을 검사하던 선생님은 내게 한마디라도 붙이려고 친한 척을 해왔다. 선생님에게 붙들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교문을 들어서는 강준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나 보다.
선생님께 대충 인사를 하고 학교 건물까지 이어진 경사 길을 오르는데, 익숙한 느낌이 어깨에 와 닿았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깊은 숨을 내뱉었다. 경고였다. 나한테 다가오지 말라는.
“또 뭐..!”
“자 받아라. 어제 집 가는데 반짝이는 게 네 이름 생각나서 샀어.”
“근데?”
“어제는 어제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윤이나. 그리고 끝까지 존댓말 안 쓰지?”
“뭐?”
“수업 열심히 들어.”
어깨를 잡았던 그 두툼한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트린 강준은 내 손에 큐빅이 반짝이는 중학생이 하기엔 꽤 고급스런 머리핀을 주어주고 앞서간 친구에게 뛰어가 친구와 걸음을 같이 했다.
이상했다.
다른 아이들이 내게 이런 선물을 해오면 그저 가식 같아서 짜증나기만 하고 기쁘지 않았는데, 강준이 준 이 머리핀으로 하여금 나는 따뜻함을 느꼈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대명중학교 시절의 강준과의 첫 만남. 이 이후로 나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강준과 친해졌고 누군가와 처음으로 나눠보는 우정은 나를 조금씩 바꾸었다. 나만 독차지 했던 것들을 강준에게 나눠주고 내가 갖고 싶은 것 보다는 강준에게 주고 싶은 것에 먼저 눈길이 갔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엔 이게 단지 남녀 사이의 우정이 아닌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좋아해.”
내 졸업식에 와 꽃다발을 안겨주는 강준에게 나는 말했다. 좋아한다고.
“몰랐어? 나는 네가 가자미 눈하고 눈물 그렁거리면서 나한테 축구공 던져줬을 때부터였어. 나는.”
“뭐?”
“좋아한다고 나도.”
그의 기분 좋은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길고 길었던 첫 연애는.
간단한 소설 소개(등장인물,줄거리,연재방향)이니 읽고싶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쓰라린입니다.
우와 인소닷에 글 올리는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네요(아이디는 바꿧어요 새롭게 시작하려고..헿). 글 안올릴 때도 항상 조금씩 끄적이긴 했었는데 끄적이던게 전부여서 올릴 생각은 못했는데 이번엔 마음 잡고 한 번 써보려구요. 이번 프롤로그는 시험삼아 올려보는거라 본격적으로 연재가 언제 될지는 잘..모르겠어요. 아직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아서 캐릭터만 잡히면 스토리는 가벼운 로맨스물이라 쉬울거 같은데 으핳핳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에요 여러분 ㅇ0ㅇ!ㅋㅋ
가상을 한번 올리긴 했었는데 굉장히 짧아서 소설 내용 파악이 아마 안되실 거라 사료되어...<-
우선 인물은 3명입니다. 주인공이요.
첫번째 미스터 케이, 구진욱. 두번째 미스터 케이, 강 준. 그리고 사랑스런 여자 주인공 윤이나.
프롤로그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진욱은 D그룹 막내아들이구요 윤이나는 H그룹 막내딸이에요. 두 그룹은 현대 삼성 이런 큰 기업이라고 생각하심 될거에요. 뻔한 스토리죠 대기업 자제들의 정략결혼. 이게 주를 이룰거구요 준이는 윤이나의 첫번째 남자친구이자 첫번째 친구에요. 프롤로그에 나온 부분은 둘의 첫만남에서부터 사귀기까지의 이야기구요. 소설에선 정략결혼 후의 이야기를 다룰거긴 하지만 준이와 이나의 이야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과거회상 신으로 길게 길게 나갈거에요.
뭐 이정도까지하면 어느정도 어떤 이야기실지 감은 잡히..시....죠?
하하하하하하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1편에서 뵈어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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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쪽은 미스터
첫댓글 즐감해요
재미잇오여. 다음편궁금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