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으로 1 ]
새들이 지저귀는 이른 아침. 에린은 밤새 비가 내렸던지 조금은 축축한 땅을 밟으며 황궁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이 세계의 드래곤인 케릭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세 달이 흘러가고, 카센 제국과 여러 왕
국의 사절단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다. 에린은 이세계의 드래곤이자, 동족이기도 한 그와 헤어지는 게
아쉽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또한 에린이 중급의 정령사 이상이라는 소문은 뮤리아스 영지에서부터 소문
이 나 이제는 제국 내에서는 백치였던 황녀의 등장과, 그녀가 그 희귀하다는 고급 정령사라는 소문은 평
민들의 주요 화젯거리가 되고 있었다.
에린은 시녀들이 자신에 대한 수군거림을 들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유난히 다른 이들보다 청각이 좋
은 그녀는 시녀들이 조그만한 목소리로 주고받는 내용들도 모조리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황제의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황제의 집무실 앞 쪽에는 근위기사 여섯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다가 에린이 접근하자 제일 앞쪽에 선 기
사가 그녀의 방문을 황제에게 알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던 에린이었기에,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에린을 향해 길을 열어주었다.
“왔느냐.”
토란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를 환영해주었다. 그 동안 그녀에게 잘 해주지 못해서 그런지 토란
은 그녀를 더욱 더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아바마마. 처음이자 마지막인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더냐? 나 시스토란 리에 하르피스의 이름을 걸고 무엇이든지 네 부탁을 들어주마.”
“세상을, 세상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에린의 말에 토란의 눈은 부릅떠졌다.
“안 된다!”
“무엇이든지 들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도, 그 부탁만은 안 된다. 다른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주겠다.”
에린은 그런 황제 토란의 눈을 바라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이제 19살, 성인입니다. 제국의 황녀로써 현 대륙의 실세와 동태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저 또한 제 몸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바마마도 들으셨지 않습니까? 저에 대한 소문을 말입니
다.”
“중급정령사 이상이란 소리 말이냐? 그게 사실이더냐?”
토란은 놀란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에린은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토란
은 그녀의 말에 고민하는 듯 했다. 정령사는 대륙에서도 몇명 되지 않는 희긔한 인물들이다. 제국에도
궁중 정령사 3명이 있긴 했지만, 그들 중 단 한명만이 중급정령 3명을 부릴 수 있으며, 나머지는 하급정
령사였다.
에린이 진짜 중급정령 이상을 부릴 수 있다면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정
령사는 강하고, 또한 유용한 존재였다.
“정녕, 떠날것이냐..”
“예, 아바마마.”
“그동안 너를 보살펴 주지 못해서 너를 좀 더 가까이 두고 싶었건만, 네 생각이 그러하다면 떠나거라..
난 너를 믿는단다. 네가 어디서든지 훌륭하게 잘 적응해나갈 것을... 가끔 안부소식을 전해주고. 적어도
2년 안에는 돌아와야 한다. 알겠느냐?”
토란은 에린의 단호한 대답에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아바마마!”
에린은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그에 토란도 함께 미소를 지어주었다.
에린은 토란의 허락을 받고 자신의 거처인 베라넨 궁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이미 토란에게 가기 전 준
비를 끝내놓았던 에린은 짐을 가지러 가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에린이 간단히 싸 놓은 짐을 가지고 궁을 나서려 했을 때, 모든 시녀들은 그녀의 방 앞에 있었다.
“에린님...”
“유모? 여긴 어떻게..”
에린은 당황한 듯 했다. 하기는 아무도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시녀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으니 당황
할 만도 했다.
“황녀님께서 싸 놓으신 짐을 봤습니다.. 그래서 알았지요. 황녀님이 떠나려는 것을.”
에린은 자신의 유모와 시녀들이 자신을 배웅해 주려고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모 셀티네는 그녀에게
준비해 놓은 음식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에린님. 붙잡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이 늙은이는 에린님이 돌아오시는 날
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에린은 자신의 손을 꼭 잡고있는 유모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유모는 어느 덧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어린 시녀들도 몇 명은 벌써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에린은 그들을 향해 미소와 고개를 숙여주고는 베라넨 궁을 나섰다.
어찌 어찌 해서 에린은 무사히 황궁을 빠져나왔다.
에린은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 수도 한 구석으로 가서 폴리모프를 시전 했다.
그녀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나더니 그녀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녀는 푸른눈의 아름다운 은백색 머리를 가지고 있고, 창백해보이는 우유 빛 피부에 오똑 솟은 코, 새
빨간 입술과 가느다란 손목과 목, 굴곡선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
운 여인으로 변해있었다.
바로 지구에 있었을 때의 슈린의 모습이었다.
‘너무 감정대로 행동해왔다...’
슈린은 차가운 표정으로 황궁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곧 표정을 굳혔다. ‘에린’의 감정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지구에서는 단 한번 도 감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던 그녀가 말이다.
“난 슈리네이드. ‘에린’이 아니다. ‘에린’은 단지 유희 대상일 뿐. 그녀와 나는 동일 인물이 아니다. 나태
해 지지 말아라, 슈리네이드.”
슈린은 아무도 듣지 못할만큼 차갑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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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ㅠㅠ 이번편은 내용이 조금 이상한듯하기도 하고 아닌것같기도 합니다..ㅠ
여튼 즐감해주시길..ㅠ
첫댓글 또 감격의 연속이에요 소.나 에서도 읽고 인.소.닷에서도 읽고있는데 너무 좋아요
후후;; 두군데서 다 보시나봐요;;ㅅ ;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어 떤 분은 칼쑤마도 잇다하네요;ㅅ ;
재밋어염~ 벌써 끝나서 하십지만 잼써여 ㅎ
흠.. 이번편 짧앗나요;ㅅ ;
꺅 아십지만을 하십지만 ㄱ- =ㅂ = OTL 꺄울
헤헤= 감사합니다앙~ㅇㅅㅇ
재밌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