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거부하면 불이익, 일자리 잃을 수도"
기사입력 2021.06.30. 오후 9:31 최종수정 2021.06.30. 오후 11:04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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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백신의 낮은 접종률로 고심하던 러시아가 최근 접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채찍을 꺼내 들었다. 백신 접종 대상자가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자국산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러시아인들은 정부의 접종 강요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에서 시민들이 스푸트니크V 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AFP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당국은 내달 15일까지 외식업, 운수업 등 모든 서비스업 종사자의 최소 60%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백신 접종 여부는 개인적 선택이라고 밝히면서도 접종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누구나 백신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생계 수단을 잃을 수도 있다"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모스크바 시민권자가 백신을 맞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일을 그만두면 된다. 백신 접종 의무가 없는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음식점 등 시설 이용에도 제한을 두기로 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백신 접종을 하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보여줘야 식당, 카페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지난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경우에도 이를 증명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모스크바 당국이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것은 최근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8000~9000명대였던 러시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최근 2만명대로 급증했다. 특히 대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 한 주간 우리는 입원 환자 수, 중환자 수, 코로나19 사망자 수 기록을 모두 새로 세웠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빠르고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민들이 27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사진=AFP하지만 러시아는 백신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인구의 11%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전체 인구의 46%, 48%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이 백신을 주로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의 효능 및 안전성을 두고 러시아 안팎에서 논란과 우려가 이어져 왔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러시아 국민의 62%가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스푸트니크V 접종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를 내놓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모스크바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직면했고, 고용주들은 백신 접종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거나 최대 90일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어서다.
CNN은 최근 모스크바 시내 고리키 공원 맞은편 백신 접종 센터에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이 센터의 접수 담당자는 지난 며칠간 사람들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줄을 서서 대기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첫 접종하는 바텐더 드미트리(29)는 "나는 외식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IT(정보기술) 전문가인 예고르는 "고객과 대면하는 업무가 없는데도 직장에서 접종을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모스크바 중심 노보푸쉬킨스키 광장에서는 지난 26일 5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에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에서는 수도 모스크바 이외의 지역에서도 속속 관련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휴양지 소치가 있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의 주지사는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소지한 경우에만 호텔 투숙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8월부터는 백신 접종을 받은 이들만 이 지역 여행이 가능하다.
안나 포포바 러시아 소비자 권리 보호 및 복지 감독청장은 "필요한 경우 러시아 다른 지역에도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