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까지가 이번 둘레길의 절반 정도 되는 듯하다.
그냥 걷기만 하지 않고 정말 잘 와보기 어려운 곳의 산천경개를 다 구경하고 다닌다.
방랑 김삿갓이 이런 마음으로 전국을 유랑하지 않았을까?
문과가 아니라 이과라서 멋진 싯귀같은 것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경호강을 따라 걸으면서 흥얼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산청읍내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어제 코스의 종점에서 시작한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차량 두 대에 모두 타고 오늘 목적지인 성심원까지 가서 차량 한 대를 거기에 두고,
나머지 한 대로 다시 시작점인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ㅎ
이런 수고를 김, 홍 두 회장이 둘레길 내내 희생을 했기에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뭘 잘 못 먹었나?
왜 폴대를 전부 나에게 겨누는거야?
으째 시작부터 좀 거시기 하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경호강 제방을 따라 걷는다.
상쾌한 기분에 발걸음도 가볍다.
가마우지 한 무리가 우리를 환영해준다.ㅎ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쉰다.
'둘레길 쉼터'라고 하니 쉬어가야 되나 싶었다.ㅎ
아침 먹고 뭔가 궁금한지 주변부리를 꺼내서 먹는다.
뭘 먹었는지 기억이 없는데...
미친넘 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포인트를 잡아 사진을 담아본다.
"꼭 이렇게 해야했나?"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지곡사라고 하는 곳에 올라간다.
작은 호수에 안개가 끼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둘레길 조형물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무도 없지만 온갖 폼을 잡고 사진을 담아본다.
고요한 아침에 혹시 반달곰이라도 나타날 듯한 분위기이다.
맨 뒤에 따라가는데 뒷통수가 근질근질하다.
앞서가는 김 회장과 황 신입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한 마리라도 만나면 웅담만 빼고 그냥 보내줄려고 하는데....ㅎㅎ
만나고자 하는 곰은 못만나고 아마도 이쯤에서 털진드기를 만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ㅎㅎ
와! 선녀탕이다.
할배 나무꾼들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선녀를 찾아본다.
어디선가 김창남 가수의 <선녀와 나무꾼>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다.
"선녀를 찾아 주세요 나무꾼의 그 얘기가
사랑을 잃은 이 내 가슴에 아련히 젖어 오네요.(생략)"
추워서 지금 목욕을 할 수 있나?
아까 봉고차 타고 내려간 듯한데....ㅎ
나무꾼들의 허탈해 하는 썩소가 애잔해 보인다.ㅎㅎ
힘이 빠진 세 나무꾼의 어깨가 많이 쳐져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짠! 하고 하나쯤은 나올 법도 한데...ㅎ
거미가 "그 선녀 내가 잡아 먹었어!" 하는 듯하다.ㅎ
거미줄에 걸린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선녀 생각하다 보니 오늘 종점에 다 왔다.
4명을 한꺼번에 찍는 신공도 펼쳐 본다.
절반을 넘기다 보니 이제 이 정도 거리는 쨉도 안되나 보다.
선녀를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표정은 밝다.
혹시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건가?ㅎㅎㅎ
너무 빠른 시간에 오늘 코스를 종료해서 남는 시간은 산청읍 투어를 했다.
산청에 뭐 볼 게 있나? 했는데 생각보다 볼 만한 곳이 있다.
먼저 산청읍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경호강의 작은 언덕에 <환아정 換鵝亭 >이 있었다.
<환아정 換鵝亭>은 1395년 산청 현감인 심린이 건립했으나 1597년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소실 되고,
그 후 새로 지어졌는데, 6.25 전인 1950년 3월 10일 화재로 다시 불탔던 것을 2022년에 새로 건립했다고 한다.
원래 <환아정 換鵝亭 >의 현판 글씨는 한석봉이 쓴거라는데...
저 글씨는 한석봉의 <천자문>에서 가져온 것은 아닐지...
정자 뒷편으로 멀리 보이는 곳이 지리산 천왕봉이다.
누군가 기왕이면 저기까지 갔다 오라고는 했는데...
숙소 근처에 있는 산청공원의 정자이다.
충혼탑도 있었다.
사람의 발길은 거의 없는 듯 보였다.
저녁을 먹을 겸 근처의 <동의보감촌>이란 곳에 들렀다.
아니? <동의보감>하면 허준인데 허준이 왜 산청에?
예전에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산청에 있었다는 설정 때문에 만들었다는데...
홍길동이나 춘향이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향토 유적지로 관리되는 것과 같은 맥락?
지자체별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이런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나 보다.
그러나 역사 왜곡은 안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것은 출렁다리!
다른 곳과 형태가 특이하게 생겼다.
혹시 지네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
동의보감에 지네가 약용으로 사용되니까.ㅎㅎ
홍 회장이 절대 무서워서 저리 하는 것은 아니다.ㅎ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다.ㅎ
그 특유의 친화력 때문일 듯...
주변을 둘러보고 '타짜오리 하우스'라고 하는 식당에 들렀다.
타짜 영화에서 진짜 요리사로 나왔던 사람이 주인이라는데...
홍 회장이 요리(?)를 잘해서 맛있게 먹었다.
비록 주인장 서비스 인상은 별로 였지만...
이렇게 산청에서의 하루를 마감한다.
참 여유로운 둘레길 걷기이다.
그래! 걷는 게 목적이 되면 안되지...ㅎㅎ
산청이라는 곳에 이처럼 여유를 가지며 돌아볼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
내일 걷는 코스가 이번 둘레길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스라는데 걱정은 안된다.
오늘 이렇게 잘 먹고 푹 쉬었으니....
To Be Continued....
첫댓글 그래서 천왕봉은 멀리서만 보고 오셨네요,
늘 구수하게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요,
다음 주에 만납시다 !
오랫만에 후기가 전개되니 기억에 가물가물합니다!
어째 이리도 생생하게 스토리를 토해낼까? 또 다른 불가사의 라고 생각되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그러게~~~저수지뚝! 그곳에서 털찐득이가....
주작가님은 작품전시회나 책을 내면 베스트+best+엑설런트 =대작일터인데, 함 시도해보시지요.
고생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