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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1) 원문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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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長) : 길다. 길이. 오래도록. 늘이다.
구(久) : 오래다. 오래 기다리다. 변하지 않다.
차(且) : 또. 잠깐. 장차.
소(所) : 바. 지역. 지위. 자리. 위치. 경우
이(以) : 써. ~로써. 부터. ~에서. 까닭.
소이(所以) : 까닭. 이유. 원인.
자(自) : 스스로. 자연히. 저절로. 자기.
생(生) : 나다. 낳다. 태어나다. 살다. 살리다. 살아 있다.
고(故) : 예. 옛. 예전의. 옛날의. 원래. 본래. 그러므로. 고로. 그래서
능(能) : 능하다. 잘하다. 미치다. 할 수 있다.
시이(是以) : 그러므로, 이 때문에, 이로 인해, 따라서
성인(聖人) : 성스러운 사람. 지혜와 덕이 뛰어나 후세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사람.
사(私) : 자기. 개인. 사사로움. 은밀함. 불공평. 자기 욕망. 자기 소유로 삼다.
사(邪) : 간사하다. 어긋나다. 사사로움. 의문이나 부정(不定)을 나타내는 조사.
성(成) : 이루다. 이루어지다. 정하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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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하늘은 길(게 뻗어 있)고 땅은 오래간다.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자기를 (공동체보다 먼저) 살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살 수 있다. 이 (원리를 알기)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남의 뒤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앞서게 되고, 자신을 변두리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중심에 있게 된다. 이것은 그에게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사로움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3) 해설
7장은 사사(私私)로움 보다 공평무사(公平無私)를 우선시하는 것이 천지자연(天地自然)에 부합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노자는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은 (공동체보다 먼저) 자기를 살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살 수 있다”(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고 말한다. 이 말을 해석하면, ‘자신을 살리려고 인위적인 노력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일찍 죽고, 자신을 살리려는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살 수 있다’가 된다.
자신을 살리려고 하는 인위적인 노력의 바탕에는 사사로움이 놓여 있다. 사사로움은 사심(私心)에서 일어나고 공평무사함은 공심(公心)에서 일어난다. 사심은 자신과 공동체가 마찰을 일으키고 있을 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불공평을 용인하는 사사로운 마음이다. 여기에 비해 공심은 자신과 공동체가 마찰을 일으키고 있을 때 공동체를 우선시해서 공평함을 유지하는 마음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公務員)이 공적(公的)인 일을 할 때 사심(私心)이 작동되면 공심(公心)을 잃어버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러면 형평성(衡平性)을 잃게 되면서 공평(公平)하게 일처리를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정부패(不正腐敗)이다. 국가의 부정부패가 심해지면 그 국가는 오래가지 않고 그 국가에 속한 개인도 함께 망하게 된다. 그 국가가 망하지 않고 오래간다면 부정부패를 일삼은 사람들을 처단하는 운동이 자체 내에 일어나서 그 개인은 일찍 망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 몸이 영양 불균형이나 여러 부조화 등으로 형평성을 잃게 되면 암세포가 발생하게 되고, 암 덩어리가 점점 커져 우리 몸이 죽게 되면 암세포도 함께 죽는 것과 같다. 만약에 우리 몸 안에서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면역체계가 작동해서 암세포를 물리치면 우리 몸은 건강을 찾게 되고 오랫동안 살게 되지만 암세포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모든 생물에게 해당될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물에게도 해당된다. 왜냐하면 모든 자연물은 파괴되었을 때 원상회복시키려는 자연치유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꿰뚫어 보고 화이트헤드(A. N. Whitehead)라는 현대서양철학자는 모든 현실적 존재자(現實的 存在者, actual entity)를 유기체로 보는 유기체철학(有機體哲學, Organic Philosophy)을 주창했다. 그러나 고대동양철학자라 할 수 있는 노자는 이미 『도덕경』에서 이 원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7장에서 “하늘은 길(게 뻗어 있)고 땅은 오래가는(天長地久)” 원인에 대해 “자기를 (공동체보다 먼저) 살리려고 하지 않는(不自生) 무사(無私)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노자는 이 원리를 아는 성인의 생활태도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 (원리를 알기)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남의 뒤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앞서게 되고, 자신을 변두리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중심에 있게 된다. 이것은 그에게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사로움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성인은 자신을 남의 뒤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앞서게 되고, 자신을 조직의 열외(列外) 자리인 변두리에 머물려 하지만 그 자신이 중심에 있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사로움이 이루어질 수 있음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말은 사사로움이 있으면 오히려 사사로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전을 앞두고 했던 말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生卽必死 死卽必生)’는 말처럼 역설(逆說)로 보인다.
사회생활에서 사회의 이익보다 각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에 그 사회는 빨리 망하게 되고, 거기에 속한 개인들도 함께 망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악인(惡人)이라고 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은 싫어하고 배척한다.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범죄인이며 제명에 못산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소인배이다. 소인배는 그릇이 작아 작은 이익밖에 지니지 못하고 사회에서 변두리나 뒷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히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으로 인해 공동체와 개인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공동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선인(善人)이라고 하면서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람에게 공동체의 장(長)을 맡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심(私心)이 없고 공심(公心)으로 가득 차 있어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심으로 가득 찬 사람은 판단 기준을 공공의 이익에 둔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모두 동등하게 대하면서 사사로움을 배척한다. 그래서 일을 처리할 때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한다.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니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워지고 이 사람에게 결과적으로 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이 모여들게 된다. 물론 이 사람은 사심이 없기 때문에, 이것(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들로 갑질을 해서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위화감을 조성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생긴 힘으로 더욱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매진할 뿐이다. 그러다가 여건이 좋지 않아서 이것들을 잃게 되면 기꺼이 뒤로 물러서서 변두리에 머물면서도 즐겁게 생활한다. 이것들을 얻고자 하는 사심이 없었고, 뒤로 물러서고 변두리에 머무는 것은 원래 원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골짜기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즉 넓은 평지에서 우뚝 솟아나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려고(出世) 하는 사사로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평지는 출세를 하려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다. 그곳에서는 온 몸을 던진 경쟁과 다툼이 일어난다. 그 사람들은 경쟁과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부지런하고 근심(勤)하여 승패와 관계없이 제 명에 못산다. 패했을 때는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여기면서 위축되어 일찍 죽고, 승리했을 때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무리가 일어나서 그 몸을 지켜내지 못한다. 그 인생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지 자신의 삶을 이룬 것(成其私)이 아니다.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공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을 이루는(成其私)것은 세상의 중심에 있을 때나 변두리의 계곡에 있을 때와 관계없이 천지처럼 장구하게 만물과 더불어 공평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4) 문제제기
천지와 성인은 어느 정도 장구한가?
2. 성인은 사심이 없는데 어떻게 사심을 이룰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