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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2012년 11월 26일)
이번 여행 기간 중에 페루 체류기간이 가장 긴대도
리마 시내 구경은 한 차례도 없어서 뭔가 서운한 느낌이듭니다.
리마공항을 네 번이나 이용하지만 모두 한 밤중이거나 저녁 늦게 들락거리기만 하고
정식으로 구경하는 것은 없네요.
오늘도 한밤중에 도착하여 공항에 머물다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새벽 1시에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 탑승을 시작하는데, 미국행 비행기라 검색이 엄격합니다.
보안구역으로 들어올 때 X레이로 스캔한 휴대용 가방을 일일이 열어보고
손으로 뒤져 검색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는 좌석을 조정하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습니다.
일단 우리 멤버끼리 바꾸고 안되는 곳은 다른 승객들께도 부탁하여 좌석을 재배치하였는데
우리 부부만 조금 떨어져 앉게 되었습니다.
나야 괜찮지만 낯선 사람과 나란히 앉아가는 집사람이 많이 불편해 합니다.
아침 9시경(샌프란시스코는 오전 6시) 아침식사가 나오네요.
우리나라 비행기에 비하면 기내식이 많이 부실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비행기를 오래 타니까 속에 가스가 차고 부글거려 화장실에 갔는데도
방귀조차 시원스레 나오지 않아 답답합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상합니다.
북쪽으로 날아가니까 햇빛이 오른쪽 기창으로만 들어와야 하는데
방향이 자꾸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고 공중에서 선회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모니터 화면을 켜보니 진짜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불안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승객들은 전혀 동요하지도 않고 태평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짙은 안개로 착륙을 못하고 있다고 영어로 방송을 했는데
우리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름이 달랑달랑한지 LA공항으로 되돌아가 기착하였습니다.
급유하고 다시 이륙하여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습니다.
예정 시간보다 4시간 가까이 더 걸려 11시 반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가 참 애를 먹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파업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아 황당했는데
이번엔 안개 때문에 또 차질이 생깁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완연한 가을 날씨로 선선하고 단풍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B이사를 만나 곧바로 한국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한국인 손님도 많고 음식 맛이 한국과 별 차가 없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후 1시 반부터 샌프란시스코 투어에 나서, 맨 먼저 트윈 피크라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지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입니다.
오른쪽으로 버클리로 건너가는 베이 부리지가 보이고, 정면으로 알카트라즈 섬이 보입니다.
왼쪽으로 금문교가 있다는데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네요.
바람이 많이 불고 약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지만 상쾌합니다.
샌프란시스코도 리오와 비슷한 입지 조건의 항구로 깊숙이 들어온 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세계 3대 미항에 못지않은 멋진 항구네요.
트윈피크에서 내려오는 중간에 게이 마을을 지나갑니다.
무지개 색의 색동 깃발이 여러 곳에 나부끼는데 이게 게이 마을 표식이네요.
그전에는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부끄러워했는데 요샌 떳떳이 내놓고 표시를 하는 걸 보면
참 세상이 많이 변한 모양입니다.
게이 마을
산을 내려와 찾아 간 곳은 시빅 센터입니다.
시청을 비롯하여 도서관,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 등이 밀집해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입니다.
맨 먼저 시민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멋진 현대식 건물인 도서관은 완전 개가식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중앙의 원형 로비는 5, 6층 위의 유리지붕이 바로 올려다 보이고
층 마다 나선형 계단과 원형 복도가 있습니다.
이 복도를 중심으로 서가가 방사선으로 뻗어 있고, 장서를 각층에 종류별로 분류하여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시민도서관 앞의 조각상
시민도서관 로비의 유리 천장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이종문 아시안 아트 무지엄이라는 건물이 이웃해 있습니다.
한국인 이종문씨가 기부한 돈으로 이 건물을 매입하여 아시아를 위한 아트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 후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겨우 겨우 연명하던 그 대한민국의 아들이,
이름 석 자를 떡 걸고 미국의 한 가운데에 섰으니....
참 대단한 한국이고 한국인입니다.
이종문 아시안 아트 무지엄과 삼성 갤럭시 노트 광고
시립도서관과 이종문 무지엄의 정면에 시청사가 보입니다.
유럽을 비롯한 이 동네 중요 건물의 특징이 청동을 인 돔 지붕인데 이곳 시청사도 멋진 돔 지붕을 이고 있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을 본떠 만들었다는 돔이 아주 우아하고 멋집니다.
시청 안이랑 박물관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는 모양인데 우린 비행기 지연으로 시간이 없어서 그저 껍데기만 보고 지나가야 합니다.
시청 앞 광장은 가지를 완전히 잘라낸 플라타너스 나무가 열병식하듯이 줄 지어 서 있습니다.
시가지 구경도 역시 차 안에서 주마간산으로 합니다.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부두 쪽으로 내려가면 영화에서 자동차가 반쯤 나르며 달리던 경사로가 여러 개 보이고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전차가 지나갑니다.
이곳 사람들은 케이블카라고 하는데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은 다 타 보는 명물인데 우리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전차와 경사로
다운타운의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에 들어서니 유명 호텔들과 백화점이
둘레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메이시(Macys),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백화점,
특히 세계적 유명 서점인 보더스(Borders)도 있습니다.
보더스 서점엔 꼭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차안에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고노무 비행기 연착 때문입니다.
메이시 백화점에서 시민들에게 선물한다며 세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멋집니다.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
피셔 맨 워프라는 워터 프런트 즉 친수공간으로 유람선을 타러 갔습니다.
아르헨티나 파업으로 차질이 생긴 걸 보상하는 차원에서 특별히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일정에는 유람선 탑승은 없거든요.
Pier 39 부근 잔교에 바다사자가 많이 보인다던데 요즘은 개체 수가 줄어서
거의 사라지다 싶이 했다네요.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Pier 43 부근은 게 요리 전문점이 즐비합니다.
우리나라 대게처럼 증기로 쪄서 먹는데 이 역시 우린 눈요기로 끝납니다.
유람선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의 빵을 구워내는 빵가게도 구경하고 샌프란시스코 명물 전차,
이층 버스 등을 구경하였습니다.
피셔 맨 워프
부둣가에서 바라보는 알카트라즈 섬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오후가 되니 해도 설핏 기울고 기온이 점점 내려가 조금 서늘해 집니다.
유람선에 오르니 이어폰을 하나 씩 나눠줍니다.
채널을 맞추니 우리말 해설이 나옵니다.
연전 파리의 세느강 유람선을 탔을 땐 우리 말 해설이 없어서 섭섭하기도 했고
참 답답했는데 이젠 어디 가서도 이 정도로 대접받습니다.
대한민국 만세네요.
유람선은 1시간 반 동안 금문교 아래 까지 갔다가 알카트라즈 섬 뒤로 돌아서
선착장으로 돌아옵니다.
세계적 명물 금문교를 지척에 두고 보다니 꿈만 같습니다.
규모면에서는 최근에 세운 다리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초의 현수교이니 그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유람선 위에서 보는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도 장관이고
알카트라즈 섬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알카트라즈는 그 옛날 철옹성 같던 감옥으로 더 유명했던 섬이지요.
조류가 굉장히 빠르고 상어 떼가 득시글거려서 탈옥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감옥입니다.
숀 코널리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더 록’이라는 영화의 배경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오클랜드와 버클리로 건너가는 베이 브리지를 마지막으로 유람선 크루즈는 끝납니다.
금문교(Gold Gate)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베이 브리지
알카트라즈
알카트라즈 섬
해거름에 플레이스 파인 아트(Place of Fine Art)라는 건물을 보러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엑스포를 위해서 지은 고딕 양식의 건물인데
우아하고 예술적인 건축물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네요.
특히 신혼부부들의 웨딩 촬영장소로 사랑 받는다고 합니다.
고딕 양식의 분홍색 기둥들이 화려하고 작은 연못과 분수,
아름다운 화단이 어우려져 참 보기 좋습니다.
플레이스 파인 아트(Place of Fine Art)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거리를 달려 아까 유람선에 보았던 금문교를
육지에서 보기 위해 갔습니다.
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니 조명으로 빛나는 금문교가 영화 화면처럼 떠오릅니다.
다리에 쓰인 케이블의 단면을 잘라 보여주는데 수백 가닥의 철사를 모아 만든 것입니다.
다리를 건설할 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도 보았고
더블 백을 두고 선 수병의 동상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차를 타고 금문교를 왕복하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의 야경이 참 멋집니다.
금문교(Golden Gate)
샌프란시스코의 달밤
금문교의 수병 동상
마지막으로 시내를 가로질러 가서 베이 브리지를 건너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만을 가로 질러 오클랜드로 이어지는 다리인데
중간에 작은 섬에 의해 두 개로 나뉩니다.
첫 번째 다리를 건너 중간의 섬으로 들어가 샌프란시스코 야경과
방금 건너온 다리를 구경하였습니다.
전등불로 빛나는 시가지와 베이브리지 야경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베이 브리지와 샌프란시스코 야경
버클리에 들어가며 조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생질 부부가 버클리 대학에 유학와 있는데 마침 버클리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식당이 버클리에서 있어서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곰탕이라는 식당에서 감자탕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웬만한 한국의 감자탕보다 맛있습니다.
식사가 끝날 즈음 조카네 식구들이 왔습니다.
부부가 아들 딸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얼굴이 밝고 건강해서 안심이 됩니다.
집으로 가서 과일이라도 좀 들고 가라고 간곡하게 말했지만 너무 늦었고
시내에 있는 호텔까지 데려다 주려면 힘들 것 같아 사양하였습니다.
조카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밤중에 가이드 S과장과 B이사가 방을 찾아왔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업으로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생긴 여행 차질에 대해
사과하면서 차후 문제제기를 말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좋게 이야기하여 돌려보냈습니다.
그 때 속상한 걸 생각하면 소송도 불사하고 인터넷에서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냥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예정된 일정은 다 소화한 셈이고,
샌프란시스코 유람선 크루즈도 특별 서비스로 해 줬으니까요.
귀국 & 에필로그 (2012년 11월 27일)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입니다.
호텔 마당에 나가 사진도 찍고 거리 풍경도 한참 구경하고,
9시쯤 호텔을 출발하여 공항으로 갔습니다.
12시에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창구에서 수속을 밟았습니다.
짐을 인천을 거쳐 부산 김해공항까지 바로 가게 해 달라니까 안된다네요.
분명히 샌프란시스코에서 김해공항까지 탁송이 된다고 했는데 황당합니다.
간부급 직원도 나와선 안된다고 딱 잡아떼는데 환장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계속 우기니까 할 수 없는지 사무실로 들어가 확안하고 나오더니
그 때야 된다고 하네요.
최근에 업무지침이 변경되어 잘 몰랐던 모양인데 미안한단 말 한마디 없습니다.
서비스의 기본이 아직 덜 된 모양입니다.
13시간 반 가까이 걸려 한국시각 28일 오후 6시 반쯤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서둘러 아시아나 환승 창구로 가서
부산행 비행기 좌석을 받았습니다.
국내선 환승 게이트는 인천공항의 맨 끝에 있어서 걷는 거리가 가장 깁니다.
땀이 날 정도로 바삐 갔는데 비행기가 지연된다네요.
여러 나라에서 오는 손님들이 환승하는 비행기라 아직 도착 안한 국제선이 있는 모양입니다.
결국 8시 비행기가 9시 반이 넘어서야 출발하였습니다.
11시 반 쯤 해운대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드디어 탈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남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출발 전에는 20일 이상 걸리고 비행기만 열일곱 차례나 갈아타는
장거리 여행인데 견뎌낼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마쳐서 정말 다행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굵직한 사건 사고만 해도 6개나 되네요.
멕시코 시티에선 가방을 잃고 얼마나 걱정했던가?
다음 날 자정이 다 되어 찾았을 때의 안도감.
아르헨티나 총 파업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루 반을 허송하고 부글부글 끓었던 기억.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안개로 비행기가 내리지 못해 4시간이나 늦었고,
브라질 이과수 호텔에선 새벽에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바람에 혼비백산 했던 일
리오에선 뜻밖의 생일 축하를 받았고
샌프란시스코 버클리에서 유학 온 조카 식구들을 만났던 일 등.
정말 꿈만 같은 라틴 아메리카 여행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