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를 꿈꾸는 브랜드 매니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공 브랜드를 향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브랜드 매니저의 또 다른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리스크 관리(Brand Risk Management)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파워 브랜드 또는 성공적인 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인가. 매출이 높은, 점유율이 높은, 수익성이 큰, 많은 자원을 배분받을 수 있는, 로열티가 높은, 스위칭코스트가 높은, 기업의 린치핀-, 전략-, 실버블랫-, 캐쉬카우- 등의 역할을 부여 받은, 또는 아이덴티티와 브랜드의 실체가 일치하여 고객에게 많은 효익과 만족을 가져다 주는 Long-run 브랜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라는 타이틀과 함께 앞서 언급한 결과물들을 기업에 안겨줄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여한다고 모든 브랜드가 성공 브랜드라는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컨설턴트의 면밀한 전략 아래 기획된 브랜드라고 하여도 성공 브랜드로 가는 질주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소수의 성공적인 파워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수많은 브랜드의 고전은 무엇 때문인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지속적 성장을 방해하는 '잡음'이라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금융권에서는 금융 위험 관리(Financial Risk Management)를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를 헷지(hedge)라고 한다. 환율위험에서부터 펀드 등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위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헷지를 동원하게 된다. 브랜딩에 있어서도 브랜드를 둘러싼 갖가지 위험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장치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브랜드 리스크 관리(Brand Risk Management)라고 한다. 기업과 브랜드 매니저의 긴장을 잠시라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구매와 효익/만족을 이끌어 내는 로열티 형성은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이다. 왜냐하면 첫째 브랜드 기획의 최적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기획 의도와 효과적으로 부합될 수 있는 아이덴티티 및 운용전략 수립이 필요하고 셋째 이러한 전략을 효율적으로 인코딩(encoding)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딩 프로세스(Branding Process)를 통해 구축된 '브랜드 운용 시스템' 자체가 최적이라 할지라도소비자의 인지상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기업이 의도한 방향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잡음'으로 인해 '소비자 인지상의 오류(Error)'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해요소를 브랜드 노이즈(Brand Noise)라고 한다.
브랜드 노이즈(Brand Noise)란 경쟁브랜드의 시장 영향력 및 브랜딩 활동에 따른 경쟁 노이즈와 사회적 이슈나 환경변화에 따른 사회적 노이즈로 구분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구분처럼 명확히 양분되기 보다는 상호 연관되어 발생하게 된다(그러므로 경쟁/사회적 노이즈라고 통칭 가능하다). 경쟁/사회적 노이즈는 경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경쟁사의 커뮤니케이션 또는 사회적 이슈 등에 의해 기업이 의도한 바대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노이즈라고 해서 반드시 치명적 위험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이즈는 긍정적 노이즈(Positive Noise)와 부정적 노이즈(Negative Noise)로 구분될 수 있다.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긍정적 노이즈는, 경쟁자의 미약한 이미지로 인해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켜주거나, 또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소비자 인식 및 구매 형태 변화로 인하여 긍정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향상 효과를 얻은 중저가 브랜드는 긍정적 노이즈를 경험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부정적 노이즈의 경우를 살펴보면, 브랜드 런칭 시점에서 별도의 사회적 이슈가 제기되거나 선점당한 컨셉에 의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 형성이 어렵게 된 경우, 또는 경쟁사의 발빠른 미투(me too) 전략에 의한 이미지 희석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외부 노이즈에 의해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경우 외에 공격적 마케팅 툴(Tool)로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전략적 브랜드 노이즈를 발생시켜 상대방에게 치명적 손상을 안겨줌으로써 자사 브랜드 이점이 되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브랜드 노이즈는 외부적으로 다가오는 과제일 뿐만이 아니라 적절히 적용할 수도 있는 브랜딩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브랜드 노이즈의 위협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기 위해 브랜드 노이즈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겠다.
사회적 이슈 : 건강 및 환경 트렌드에 따른 브랜드 노이즈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만 높은 이른바 정크푸드(Junk Food)에 대하여건강 및 환경 지향 트렌드를 배경으로 소비자는 부정적 시각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였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 업체의 성장을 감속시키고 있다.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같이 미국에서의 맥도날드는 비만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소송 국면에 있으며, 프랑스는 '어린이는 맥도날드 출입을 주 1회로 제한한다'는 광고와 함께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경고문을 잡지에 싣게 되었다. 국내의 경우 역시 패스트푸드 시장은 환경과 건강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인한 매출 성장세에 비상이 걸려있다. 이에 대한 업체의 반응은 과다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수익성 보다는 외형 부풀리기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10대 이하의 저 연령층으로 메인 타겟 확장,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카드 발급, 타 산업군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한 포인트 적립 및 마일리지 정책, 지속적인 프로모션,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 메세나 활동 등의 공격적 마케팅을 실행하며 대처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 인한 노이즈는 건강 및 환경 외에도 거시적 또는 미시적 경제 환경에 의한 노이즈 등 많은 종류의 노이즈가 존재할 수 있다.
규제강화 및 규제 완화(Regulation & Deregulation)로 인한 브랜드 노이즈
규제 강화 및 규제 완화에 따른 브랜드 노이즈를 살펴보자면,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시키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인해 법적 논란이 있었던 [소리바다]에 이어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실시간 파일을 전송해 주는 스트리밍 방식의 [벅스뮤직]이 인터넷 전송 역시 저작권 침해라는 규제로 인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벅스뮤직]의 대응은 PC에 파일이 남지 않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의 기본적인 사업 구조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부당한 규제라는 여론을 형성시키고 있다. 또한 담배 산업의 경우, 금연 열풍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금연 건물 지정, 담배값 인상 및 PL법 등의 규제 강화는 풀어야 할 담배 산업의 과제인 것이다. 반면 수입관세 인하 등의 수입 장벽 완화는 국내 산업에 있어서 자유경쟁 시장환경 조성 이면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브랜드 노이즈는 기업과 브랜드 매니저에게 쉽지 않은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경쟁 심화로 인한 브랜드 노이즈
'브랜드 전쟁'을 선포한 아파트 산업에서의 브랜드 붐(Brand Boom)은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주택 시장에 불어 닥친 문제에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건강 환경 트렌드를 고려하여 보다 감성적이고 브랜드 지향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기업들의 브랜드 경쟁은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와 노력을 들여 브랜드 이미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각 기업들은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 브랜드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아파트 시장에서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몇이나 될까. 수많은 브랜드들의 커뮤니케이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그 메시지들을 잡음으로 전달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타 경쟁 브랜드의 저마다의 시끄러운 노이즈로 인해 자신들의 메시지가 묻히고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노이즈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실행전략이 필요하다. 모양만 좋은 모호한 아이덴티티가 아닌 구체적이고 차별적인 아이덴티티 설정이 전제된 후 명확하고 집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복잡한 브랜드 노이즈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에게 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인내와 투자가 요구된다.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 노이즈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후속 조치에 전전긍긍하느냐, 아니면 주도면밀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적용 및 대비하느냐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몫이다. 브랜드 노이즈를 100% 예상하는 것은 어렵고 그에 대한 대비책 역시 어느 하나로 귀결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모든 차원에서의 총체적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나 최종 해결책은 고객에게 단순한 언론플레이를 통한 문제 덮기 식의 단기 수습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결하고자 하는 내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각 기업에서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 리스크 관리 시스템(Brand Risk Management System)은 사후 처리를 위한 고객 의견 접수 및 고충 처리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전략이 수반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또한 브랜드 운용 및 관리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브랜드 운용 시스템'과의 적극적 연계를 토대로 '브랜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총체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드 관리가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