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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한번 내 맡겨봐. 영양 대티골 치유의 숲길
예전엔 봉화, 울진 등 속 깊은 곳을 찾아 세상과의 절연의 분위기를 만끽했는데 요즘은 웬만한 시골에도 포장길이 뚫렸고 휘황찬란한 펜션이 산속 깊숙히 들어서니 더 이상 오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영양땅도 마찬가지 영주에서 현동까지 4차선 도로가 놓이니 영양도 당일에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고풍스런 31번국도길이 남아 있기에 난 이곳을 고향으로 여긴다. 길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의 길이며 산골 올레길이다. 31번 옛길은 영양의 일월과 봉화를 연결하는 숨통이었다. 제무시트럭이 금강소나무를 잔뜩 싣고 요란란 굉음을 내며 이 좁은 비포장 길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그 길은 너무나 조용했고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반기고 있었다. 그 길이 바로 치유의 숲길. 일제 강점기 영양의 광물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길이 이제는 마음의 치유하는 길로 바뀌었다.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군이 힘을 합쳐 만든 길이다. 청정지역인 만큼 숲과 꽃이 만발한 곳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에 나온 말로 길을 거닐다보면 보일 듯 말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개의 지자체 길인 외씨버선길 중에 대티골 치유의 숲을 걸었다. 31번 옛국도길, 칠밭길, 댓골길까지 총 10여km, 4시간이 소요된다.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더불어 치유의 숲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맑은공기, 울창한 숲, 초록의 이끼, 맑은 물을 보면서 세파의 찌든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청정공기를 마시며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보약 한 사발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묘한 기분이 버무려진다.
발걸음은 용화광산 선광장부터 시작된다. 1939년부터 일월산에서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해 이곳에서 제련한 현장이다. 대량으로 채굴한 원석을 선별하는 선광기계가 있었고, 분쇄, 분리, 탈수 등의 과정이 원할히 이루어지도록 게단식으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선광장으로 등록문화재 제255호다. 수탈의 현장이라서 그럴까 건강한 신체의 흉터처럼 보여 안타깝게 보인다.
그러나 이곳엔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 1976년 폐광이 되었는데 한동안 금속제련과정소에서 독성물질이 오염되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지가 되었다. 영양군민들은 이 버려진 땅을 내 버려둘 수는 없었다. 고추와 나물가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염원을 밀봉하고 매립했고 땅이 힘을 얻자 꽃을 심어 자생화공원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자주 달개비란다. 모놀식구가 가르쳐 주었지. 뭐가 그리 서러운지~
자생화공원에서 만난 하늘말나리. 대한민국 야생화를 한곳에 만날 수 있다. 꽃 이름을 확인하는 모습이 마치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이름표를 확인하는 것 같다.
야생화공원 왼쪽으로 예쁘장한 용화리 삼층석탑이 서었다. 지명에서 보듯 용화세계 즉. 미륵에 관련된 사찰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터는 넓었다. 한때 스님들이 불경을 외었을 자리에 텃밭만 덩그러니. 불경소리 들으며 춤추는 상추를 상상해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티골트레킹이다. 호랑이와 해, 달이 된 오누이..동화같은 곳이 대티골. 해와달이 떠오르는 장면을 가장 먼저 본다는 일월산을 상상히는 그림일게다. 대티는 큰 고개를 의미하며 고개를 뜻하는 치(峙)가 구개음이 되어 티로 소리가 바뀐 것이다.
여기에 있는 조형물은 환경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들었다.
반딧불이의 고장 영양. 폐 보온병과 스푼과 밥그릇과 철사로로~~앙증 맞아
길을 건너면 외씨버선길이 시작된다. 버선발로 사쁜히 걸어야지
작은 대티마을에는 감자밭이 펼여져 있다. 고추의 고장답게 비닐을 뒤짚어 쓰고 있는 고추밭의 규모도 대단하다. 하늘 아래 한뙈기 땅이라도 있다면 모두 밭이 된다.
산골마을답게 곰취, 어수리, 두메부추, 명이나물 등이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고 있다.
투박하고 못생긴 감자가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지고 있을 줄은~~ 반전이야
실은 대티골은 자연발생적인 마을이 아니라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계기로 산속에 있는 사람들은 소개 명령이 떨어지고 강제로 이곳에 산골사람들을 살게 한 곳이다. 고향을 잃고 다시 정착한 사람들의 마을이랄까. 요즘은 귀농인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조그만 물길이지만 이 물을 거슬로 올라가면 발원지가 나온다. 영양땅을 적셔 안동을 지나 낙동강으로 합류하게 된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황홀한 다리
다리를 건너면 전나무 숲이 길게 도열하고 있다. 한사람만 거닐 수 있는 길이었다. 작은 대티마을 폐교가 있는데 이곳에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단체여행객이 머물면 좋을 듯~
이 다리를 보니 네팔이 생각나네. 작은 개울은 나무다리로 연결. 심장 약한 사람들은 잘 못건넌다.
개울을 따라 산딸기가 엄청나게 많이 열렸다. 한웅쿰 따서 입에 털어 넣었는데 자연의 맛이 온 몸으로 퍼진다.
드셔 보셔요.
거기다 버찌까지..한국판 체리여요.
길은 반변천변을 따라가게 된다. 울창한 숲과 물소리가 벌써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타박타박 부엽토를 거닐며 울창한 숲을 벗어나니
윗대티마을 입구가 나온다. 이곳은 황씨부인당이 자리하고 있는 무속인의 본거지
마을입구에는 대티골황제대장군과 대티골적제 대장군이 서 있다. 적제대장군이 뭐지? 용화마을답게 용 조각상 있다. 그 뒷편이 일월산
마을 초입에는 정자가 서 있다. 이곳에서 발품을 쉬고 다시 치유의 숲길에 들어선다. 앞으로는 거의 햇볕을 맞지 않는다. 한여름에 썬크림이 필요 없는 곳.
이곳부터 31번 옛길을 따라가게 된다. 비포장길을 달리는 트럭에 몸을 싣고 한양으로 향하는 산촌사람들의 애환을 상상해보자.
길은 이렇게 크게 산허리를 크게 휘감아서 돌게 만들었다. 원점 회귀형으로 돌아오게 된다.
찔레꽃~~향기가 풀풀
네팔의 천남성이 독사처럼 생겼다면 우리네 천남성은 수줍은 채 등을 돌리고 있네
길은 차 한 대 지나갈 정도로 널찍하다. 수 십년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서 그런지 잡초가 무성하다. 소나무숲을 지나면 야생화와 산나물이 가득~~하루종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겨졌고 바닥또한 푹신하다. 나물과 야생화가 많다보니 카메라 들랴 나물을 찾으랴 여인네들의 손은 분주하다.
곳곳에 원두막이 조성되어 있어 초록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도록 배려했다.
이런 길은 빨리 가면 바보다. 새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좋은 공기를 마음썩 들이마시며 쉬엄쉬엄 걸어야 제 맛이 난다.
굽은 길이 얼마나 마음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강남대로, 테헤란로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라면 이 길을 한번 걸어봐
네팔에는 케른처럼 우리나라에 이런 돌탑이 있다. 이 울창한 고갯길을 넘으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풀과 나무를 친구삼아 다시 황톳길을 거닌다. 발가락으로 전해오는 촉감이 감미롭다..
이렇게 걷다보면 간식 먹기 좋은 곳이 나온다. 돗자리를 펴고 낮잠 한 숨 때리면 그만
어떻게 돌을 이렇게 절묘하게 올려 놓았지
이곳이 국도임을 만해주는 이정표가 보인다.
페인트는 다 지워지고 녹슨 철판만이 힘겨운 노파 인양 서있다. 전쟁터에서 찾은 철모같은 분위기. 영양의 일월면과 봉화의 재산면을 잇는 국도였다.
일제 강점기때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봉화 장군 광업소를 옮기기 위해 수탁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해방후 쓸모없던 이 길은 벌목의 길로 이용되었다. 한국전쟁시 흘러나왔던 제무시 트럭이 곧고 미끔한
육송을 가득 싣고 고개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길가에는 당시 톱날에 간신히 살아남은 미인송들이 도열하고 있다.
길에 몸을 내맡기고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하면 봉화로 넘어가는 고개인 일월재가 나오고 좌회전하면 치밭목 길이다.
또다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힘든 사람은 마을길로 체력이 좋은 사람은 칠밭길을 권한다.
이곳부터는 미인송이 쭉쭉 뻗어 있으며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산골오지 공기 좋은 곳에서 자란다는 초롱꽃. 종소리가 들릴 것 같애
행운을 선사합니다.
산림자원보존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보존지역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길
칠밭목길. 이 길이 끝나면 어떻하나...마음 졸이며 걸었다.
큰골 숲 한복판에 그네가 있다니~~녹음속에서 바람을 가르는 맛이 그만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2km
하산하는 댓골길은 이끼계곡과 함께 한다.
이리 맑은 계곡이 있다니~삼각대를 꼭 가져와야 할 듯~~돌에 얹어 놓고 사진 찍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바위 협곡을 지나면 천연덕스런 나무 다리가 반기고~~
개울을 몇 번을 건너는지 모른다.
하산길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그냥 손 바가지를 해서 마셔도 될 것 같다. 정자가 서 있는데 이곳에서 위쪽으로 700m 쯤 가면 반변천 발원지가 나온다.
그렇게 거닐면 마을이 나온다.
풀누리. 농촌체험마을. 이 집이 제일 먼저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 의자가 맘에 든다.
나무 자전거~
신라때 이 곳에 9마리 용이 살았는데 9룡 모두 이곳을 통해 하늘로 올라갔기에 용화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물질은 풍요할지 몰라도 정신적 여유는 메말라갑니다. 언제 어디에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사는 던져두고 티없이 깨끗한 대티숲에 몸을 내맡기는 것은 어떨까요. 스트레스 폭탄을 제거해줄겁니다. |
첫댓글 달개비 같은데요.
예 자주달개비 입니다.
한국의 네팔이네~~..꼭 가야지..ㅎㅎ
예~ 예쁜 자주 달개비이네요. ㅎ ㅎ
저 멋진 숲길을 걸어볼 수 있다니 . . 벌써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대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
저 해와 달의 조각들은 저도 함께 참여를 했었는데 풀누리 농장은 독도할미꽃과 함께 처음 보따리를 푼 곳입니다
오랫만에 저도 가고 싶네요... 영주, 봉화서 사는 이웃이 달새님네 동네에 ㅎㅎ.
넘 아름답네요... 제발 그날 갈수있게 기도해야겠어요...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싶어요
당첨!!!
정말 오래만에 왔습니다. 역시 모놀 이군요!!!
모두 잘 계시지요. 점심시간도 잊어버리고 영양 올레길을 걸었네요.
정말 오랫만에 모놀 가족들을 뵙게 되겠군요.. 저 아름다운 치유의 숲에서....
정말 가 보고 싶은 길이네요~~~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