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되는 여행은
확실히 감흥이 덜하다는 경험때문에
선입견이 생겼다
오후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역시나 제일 보고 싶었던 골든게이트 브릿지
그다지 감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사진에서보다 더 아름답다.
해질녘의 은은함 속에 들어난 빨간 다리가 참 아름답다.
쌀쌀한 날씨가 상큼하게 피로까지 날려준다
샌프란시스코 만과 태평양이 만나는 곳에
붉은 색으로 칠해진 지주와 지주사이를 유려하게 이어주는 저 선은
단단한 철재가 아닌 듯 느껴진다
바람에 출렁거릴 것처럼 유려하다.
외투하나 덧입고 찬바람을 맞는다
그냥 다리만 우뚝 걸려있을 줄 알았는데
주변이 공원이다.
산책하면서 저 예쁜 다리를 늘 바라볼 수 있겠구나
자전거로 도보로 저 다리를 건널 때
태평양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도 키웠으리라
많은 젊은이들이.
미쿡이란 나라는 꽃들도 이렇게 큼직한가.
커다란 꽃송이 한덩이가
내 키만큼 크다.
태평양의 바람이 이렇게 키웠는지도
덩치는 커도 보석처럼 박힌 꽃송이들은
자세히 볼 수록 앙증맞다.
이 멋진 공원을 요리조리 걸어다니다 보니
다리 기둥 초입이 참 아름답다.
독특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획기적인 공법이 아니었을까.
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얼굴이 다르다
이제 더 어둠이 오기전에 피어로 향한다.
저녁식사도 미루고
뭐 비행기에서 식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도 고프지 않다.
옛 부두의 명성은 사라지고
투박한 어부아저씨도 사라진 어촌은
관광지로 변해있다.
캐나다 빅토리아섬의 피셔맨스와프 느낌이 살짝 나기고 하는데
그 곳의 예쁜 수상가옥들과 다르게
산만하고 떠들썩한 관광지느낌이 난다.
바다사자도 볼 수 있다는 데
우리에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바다사자가 앉아있어야 할 자리엔
살찐 갈매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어찌나 살이 통통 올랐는지
마치 거위가 바다에 뛰어든 느낌이 든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투옥되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소였을 섬이
내 눈엔 아름답게만 보인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헤엄쳐 육지까지 나오는 이벤트를 했는데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육지에 도달했노라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들었다며
보통 사람이 수영으로 탈옥하기는 어려울 거라 했단다.
일단 파도가 심한 편이라고 한다.
예쁜 샵,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데
모두 문을 닫았다.
간간히
"고기있어요"를 외치는 레스토랑이 있어 반갑다.
세계 어딜가든
호객행위는 존재하는 것이구나.
연수를 위해 곧 이 곳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오게 될 짠딸은
이런 풍광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저 예쁜 다리가 보이는 타워형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이 피어거리에서 작은 기념품도 고르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