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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02
S#1. 강마에 차안 (낮)
강마에, 무덤덤하게 토벤이와 뒷자석에 앉아있고 루미는 운전중이다.
강마에 : (차 둘러보며) ...차가 좋군요.
루미 : (열심히) 네, 유명하신 분이라 일부러 좋은 차 빌려서 왔어요.
강마에 : 반어법이었습니다. (시트 손가락으로 쓱 훑어서 불면 먼지가 포~옥 날린다) 차 바꾸세요, 투톤말고 올 블랙으로.
루미 : 예? 아, 예... (무안하다, 잠시 운전만하다) ...말씀 놓으세요, 저 나이 어려요.
강마에 : 그래 보여. (하고 옆자리 놓인 단원들의 조작된 이력서 넘겨보는)
루미, 백미러로 흘끔 보는. 단원들 경력이다!! 긴장해서 보는데, 띠링 문자소리. 보면 건우다.
건우 : (E) 생각해봤는데, 난 그놈 밑에선 연주 절대 못하겠다. 트럼펫 다른 사람 찾아봐.
루미 : (미치겠다, 핸드폰 폴더 닫는데...)
강마에 : (사진과 날조된 경력들 넘겨보다가) ...강건우?
루미 : (당황) 아, 선생님하고 이름이 똑같죠? 트럼펫하시는 분이예요.
강마에 : (날조 경력들 읽어보는) 서울예고, 서울음대, 줄리어드.... 끝인가? 수상 경력은.
루미 : (허걱! 당황해서) 아 그래도.... 줄리어드 나오셨을 정도면, 믿으실만..
강마에 : (OL) 개나 소나 다 나오는 줄리어드, 뭐가 대단해서. (틱 던지는)
루미 : (미치겠다, 당황해서 보다가 말 돌리듯) ....숙소는 최고급 호텔로 잡아놨는데 괜찮으신지...
강마에 : 개는 들어갈 수 있나.
루미 : 같이.. 주무실 건가요?
강마에 : 팔베개까진 안하지만 침대 밑에는 있을 거야.
루미 : (난감하다) ...그럼 호텔은 곤란할 텐데, 어쩌죠?
강마에 :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면 좋겠어. 근처에 개 산책시킬 공원도 있어야하고. 욕실은 두개, 내꺼 하나 토벤이 거 하나.
빨간 통 같은데서 대충 토벤이 목욕시킬생각은 마. 우리 토벤이, 플라스틱 알러지있어.
루미 : (큰일 났다, 숙소가 없다..! 고민하다) ..그럼 펜션같은 건 어떠세요?
강마에 : 자넨 사람들 밖에서 고기 구워 먹고 술 퍼마시는 데서 일하나?
루미 : 네?
강마에 : 국어실력이 떨어지는군. 비유법이야. 펜션같이 번잡스런 데선 지휘구상 못해.
루미 : .............
S#2. 건우집 마당 (낮)
차를 세우고 허겁지겁 내린 루미가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 강마에와 토벤이 내려서 주변을 둘러본다.
루미 : (야외 탁자 쪽으로 안내하며) 선생님 이쪽으로~ 하하. 제 친구집인데 잠깐만 쉬고 계셰요.
전, 요 앞 부동산에 선생님 묵으실 데 있나 금방 알아보고 올게요.
꾸벅하고 급히 달려 나가는 루미. 강마에, 의자에 앉아 천천히 주위 둘러본다. 조용한 주택가에 널찍한 마당. 나쁘지 않은 듯.
둘러보는 강마에...
S#3. 건우 동네 (낮)
루미 걸어오며 전화중. 건우 받지 않는다.
루미 : (미치겠다) 어우 건우 얘는 전화두 안 받구 어딜 간 거야... (전화 끊고 뛰는)
S#4. 건우집 마당 (낮)
루미 허겁지겁 도착해 보면 현관 앞에서 번호 키 눌러보고 있는 강마에.
루미 : (급히 달려와) 저쪽에 빌라가 하나 있다고 하거든요? 마당은 없지만 집이 꽤...
강마에 : (번호 키 턱으로 가리키며) 열어봐.
루미 : 네? 왜요? (하다가 강마에가 빤히 보자, 기에 눌려 1234 누른다. 안 열린다) 어? 얘 번호 바꿨나? (다른 번호 막 누르는데)
강마에 : 성격이 어때?
루미 : 저요?
강마에 : 이 집 주인 성격 말야. 복잡한가?
루미 : 아 건우요, 뭐 그다지...
그러자 강마에, 1111누른다. 달칵 열리는 문.
???해서 쳐다보는 루미.
S#5. 건우집 거실 (낮)
그냥 뚜벅뚜벅 신발신고 들어온 강마에, 둘러보면서 괜찮은 듯 고개 끄덕끄덕.
강마에 : ...괜찮네.
루미 : (당혹스럽다) 아 네... 근데 이집은 사람이...
강마에 : (OL) 잡동사니에 쓰레기 더민데, 가구나 구조는 쓸 만해. 내 짐 부친 거 다 일루 들여놔.
루미 : (미치겠다) ...저 근데 선생님, 여긴 주인이 벌써...
강마에 : (OL) 저쪽은 그랜드피아노 들일 자리니까 비워놓고, 주방은 저쪽인가? 더럽군. 치워. 그리고 욕실은...
(하다가 슬쩍 루미보고) 자기 머리를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닌가. 적어.
루미 : (답답해서 목소리 좀 커진) 사람이 있다구요오~!
강마에 : (?해서 흘끔 보더니) 실망이군.
루미 : (???보면)
강마에 : 집주인이랑 안다며. 공무원의 생명은 정치력이잖아. 그 정도도 설득 못 하면서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꾸린 거지?
문제 있는 거 아냐?
루미 : (뜨끔해서 보는, 급히 수첩 꺼내며) 주방하고 욕실... 청소도 이참에 말끔히 해버릴까요? (열심히 웃어 보이는)
S#6. 건우 동네 (낮)
반바지 차림으로 런닝을 하는 건우. 비 오듯 땀을 흘린다.
S#7. 건우집 마당 (낮)
모퉁이를 돌아 뛰어오는 건우, 마당을 지나 현관으로 가다가 멈칫, 현관문에 뭔가 적혀있다.
‘각종신문, 외판원 및 교회, 절, 전도사 사절. 어길시 고발조치. 무서운 개있음’
뭐야?? 해서 보던 건우, 팍 뜯어버리고. ‘1111’ 누르는데 안 열린다.
건우, 뭐지? 해서 보는데 안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 들리는 듯!
멈칫한 건우, 문 옆으로 살짝 숨으며 도둑 잡을 듯 한켠의 빗자루 거머쥔다.
문에 귀를 기울이면, 달그락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월월~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건우, 긴장해서 서있는데, 문 벌컥 열리며 토벤이와 함께 나오는 강마에.
순간 건우, 팔을 꺽어 강마에를 벽에 탁 밀어붙이는! 놀란 토벤이 월월 짓으며 위협하고!
건우 : (낮은) 머리 손.
강마에 : (놀랐지만, 침착 되찾으며 기분 나쁜) 누구야 넌.
건우 : (더 밀어붙이며) 집주인이다. 왜? 머리 손- (하다가 멈칫해서 얼굴 보는)
건우, 가만 보는데... 강마에다. 피식 웃더니 손에 힘 풀고 놔주는..,
강마에 : (화를 누르며 잡힌 팔을 주무른다) 집주인이야? 연락도 안하고 일처리가 엉망이로구만. 2층으로 가.
건우 : ....별로 늙지도 않으셨네요. 10년인데.
강마에 : (?해서 보다가) ...날 알아?
건우 : ...클래식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강마에 : (??해서 보는)
샤워 커튼과 자잘한 물건 사서 들어오다 둘 보고 얼어 붙는 루미!
건우 : (씨익, 얼굴 들이밀며) 전 개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강마에 : (???해서 보다가 인상 팍 쓰며) ...뭐야?? (하는데)
루미 : (얼어붙어 보다가, 억지미소로 크게) 어머 건우야~!!!!
강마에와 건우 보면, 아다다 달려간 루미, 건우 질질 끌어 자기 옆으로 당기며,
루미 : (이 상황 얼버무리려 마구 웃으며) 어웅~ 내가 인사시켜드릴라 그랬는데 벌써 만났네? (강마에 향해) 선생님, 아까 보셨죠?
이력서, 얘가 그 건우예요. (건우 향해, 억지로 막 웃으며) 인사드려, 여기는 우리 오케스트라 지....
건우 : (OL) 알어. 지휘. 내보내.
루미 : (당황해서 더욱 웃으며) 어우 얘는, 주희가 아니라, 지휘, 지휘~!! (강마에 향해 마구 웃어 보이며, 횡설수설)
주희언니라구 있는데, 얘가 그 사람을 디게 싫어 하거든요, 여기가 얘네 집인데 막 들어올라 그래갖구 애가 막 예민해져서..
강마에 : 그래? 그럼 혼자 편하게 살아야겠네. (건우 향해) 나가.
루미 : 네?
강마에 : (기분 나쁜) 난 저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랑은 같이 집 못써. 당장 내보내. (탕 들어가 버리는)
루미 : 아니, 저기 선생님... (현관 노크하며) 선생님~ 그래두 일단 문은 열어주시고.
건우 : (원망스런) 야!
루미 : (돌아서 건우에게 두 손 모아 잽싸게 싹싹 빌고)
건우 : (열 받는) ....
S#8. 2층 건우 거실 (낮)
급하게 1층 짐들 올린 듯 어지러운 작은 거실.
그 가운에 건우, 어이없는 듯 널려진 자기 짐들 보고 있는데,
루미 : (좋아서 급히 들어오며) 잘됐다, 선생님이 겨우 허락하셨어! 너 2층엔 있어두 된대! 대신 조용히!
건우 : (스윽 무섭게 보면)
루미 : (그제사 정신 차리고, 열심히 웃어 보이며) 아.. 잘된 게 아니지, 너 그럼 내방 가 있을래? 딱 두 달만 집 바꾸자.
월세두 내가 다 내줄께!
건우 : (보다가 방 쪽으로 가면서 화난 듯 쌓인 짐들 거칠게 텅! 밀치며 간다)
루미 : (버버) ...내방이 좀 좁은가? 그럼 어디 여관 잡아줄까?
건우 : (가면서 더 세게 텅!!)
루미 : 아니, 모텔, 호텔두 좋구. 돈은 걱정마! 통장하나 더 있어. 또 깨면 돼!
하는데 건우, 발로 짐 뻥!!! 차버리는. 루미, 그 소리에 움찔해서 움츠리는.
건우, 씩씩대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바로 쾅쾅쾅!! 들린다. 건우, ??해서 보면,
S#9. 1층 강마에 침실 (낮)
1층 강마에, 방금 그걸로 천장을 친 듯 청소밀대를 삼지창처럼 쥐고 있다.
2층을 노려보다가 침실 소파에 앉아 다시 스코어북 집중해서 보는 강마에.
S#10. 2층 건우 거실 / 2층 뒷 베란다 (낮)
건우 기막혀 보는데 루미, 건우 손 잡아끌더니 얼른 1층으로 통하는 계단 문께로 데려간다.
닫힌 문에 붙어있는 종이하나. ‘절대 정숙!’
루미 : (거의 울 듯한 미소) ....예술가잖어.
건우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바로 전화 꺼내 누르더니) 건운데요, 불법가택침입입니다. 지금 바로 출동 부탁드립... (하는데)
루미 : (놀라보다가, 달려들어 전화 뺏아 무전기처럼) 침입 아니다!! 지원 안와도 된다!! 아무것도 아니다!! 절대 오지마라 오바!!!
(끄려고 막 아무버튼이나 누르다 손바닥으로 버튼 다 누르고 던져버리는)
건우 : 야!!!
루미 : (건우 보다가 미치겠는 듯 고개 떨구는...)
건우 : (화나서 그런 루미 보면)
루미 : (포기할 듯) ...그래, 무리지. 안 그래두 너한테 신세진 것두 많은데 집까지...그것두 저런 사람한테... 말이 안 되지.
건우 : (인상 쓰고 보면)
루미 : (깊은 한숨) 그래, 내 어떻게 해서든 다른 데루 모시구 갈게. (갈듯 몸 돌리다가 베란다 쪽 가리키며) 참, 근데 아까
짐 올리다 보니까 저쪽 상자에서 금속이 막 끼기긱 긁히는 소리가 나던데...
건우 : 뭐? (급히 베란다쪽 가며) 아씨, 트럼펫 망가진 거 아냐?
루미, 같이 따라가면서 ‘글세 말야, 악기 그거 조심해 다뤄야 되는데 인부들이 막~’ 장단 맞추며 따라가다,
건우가 통유리문 너머 베란다로 들어가자 얼른 통 유리문 닫아 걸어버리는!!!
건우 : 어떤 상자야? (하고 돌아보다가, 루미가 닫는 것 보고) 야 너...!!!
루미 : (걸쇠 걸어 버리고, 다시 울상으로 싹싹 비는) 미안해 건우야~ 근데 나 좀 제발 살려줘~~ 너한테 이러는 거 진짜 면목 없는
거 아는데, 나 좀 살자~~제발 집이랑 트럼펫, 응? 트럼펫 진짜 없어~~사람 구할라구 그 난리 폈던거 너 봐서 알잖어~~
(하다가 급히) 그래!! 너 나 못된 년이라구 했지? 맞어! 나 못됐어!! 나밖에 몰라!! (다시 울상으로 비는) 그니까 나 좀 제발
살려줘~~ 응? 제발 집이랑 트럼펫 좀 어떻게....(하는데)
건우 : (화나서) ....셋 셀 동안 열어라. (손가락 펴 보이며) 하나--
루미 : (급해져서 갑자기 화내는) 강건우!! 너 이 자식!! 너 왜 이렇게 애가 못됐어!! 집 좀 빌려 주구 트럼펫 좀 해주는 게
뭐가 어려워서!! 너 자꾸 이렇게 나오면 사식 안넣어준다!! 담요도 안줘!! 똥오줌 다 거기서 싸!!
(하다가 다시 비는, 제정신 아니다) 건우야아~~제바알~~~
건우 : 두울~~
루미 : (더 급해져) 이거만 잘 끝내면 저 지휘자한테 복수하자! 내가 해줄께! 똥침 놓구, 밤새도록 네모가 뭐냐! 고문해 줄께!!!
(다시 비는) 그니까 건우야, 제발 두 달만, 아니 한달!! 아니, 일주일!! 어? 건우야아~~~
건우 : (보다가 손가락마저 펴 보이며) ...셋. 삼일.
루미 : (말하려다 멈칫해서보면)
건우 : (화났지만) ....딱 3일이야. 그동안 집구하고 트럼펫 대타 찾어. 그때까진...
(치미는 화 참듯 심호흡하며) ..좋아. 내, 도 닦는 셈 친다.
루미 : (멍 보다가 감격해서 얼른 문 열어주며) 어우, 건우야 증말 고마워~!! 내 진짜, 이 은혜는 평생~~~
(하며 들어서는 건우 팔정도 잡는데)
건우 : (탁 뿌리치며 으르렁) 앞으론 국물두 없어. (짐 옮기기 시작한다)
루미 : (감격해서) ...응...! (하는데 강마에 전화 왔다, 전화받고) 네 선생님! 네 샤워 커튼, 지금 달께요!!
건우 : (짐만 옮기는데)
루미 : (움찔하지만) 건우야~ 파이팅! (후다닥 내려가는)
S#11. 1층 강마에 침실 (낮)
스코어북 보고 있던 강마에, 2층에서 책상 끄는 소리가 슬핏 들린다.
스윽 무서운 눈길로 2층 쪽을 올려다본다.
S#12. 2층 건우 거실 (낮)
혼자서 물건들 정리하고 있는 건우. 책상 찍찍 끌며 정리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들리는 소리, 쾅쾅쾅!!
건우, 복창 터지지만 참을 듯 숨 고르는... 최대한 조심해서 가구 끄는데 또다시 쾅쾅쾅!!!
뜨끔한 건우, 이제는 거의 숨도 못 쉬고 살금살금 움직인다. 거의 바닥에서 들다시피 의자 옮기고, 낑낑거리며 옮기는 건우,
그러다 책상에서 물 컵 떨어질듯 하자 슬라이딩처럼 몸 날려 깨지기 전에 겨우 받아내는...!!!
건우, 좋아서 어린애처럼 씨익 환하게 웃는다.
그러다 건우, 서서히 그 미소 굳어지는가 싶더니 아래층 쪽 스윽 본다. 화난다. 내 집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벌떡 일어난 건우, 갑자기 오디오 쪽으로 가서 볼륨 최대로 올리고 플레이 누른다.
집이 부서질 듯 터져 나오는 하드락 음악!!
S#13. 1층 강마에 침실 (낮)
한 손에는 스코어북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이마를 누른 채 눈을 감고 있던 강마에, 그 자세 그대로 눈을 뜨더니,
스윽 무서운 눈길로 2층 쪽을 올려다본다.
S#14. 2층 건우 거실 (낮)
2층의 건우, 집이 울리는 락음악 속에서 끄덕끄덕 박자 맞추며 정리한다.
S#15.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밤)
긴장한, 그러나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단원들.
S#16. 동 지휘자실 (밤)
스코어북을 들추더니 몇 개를 툭 던지고 나머지 몇 개를 들고 나서는 강마에.
S#17. 동 연습실 (밤)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오는 강마에. 첫 상견례다.
루미, 눈치 보다가 꽃 들고 나서면 단원들, 와아~~~ 뜨겁게 환영의 박수 치는.
건우는 삐딱하게 팔짱끼고 앉아있고, 문자질만 하는 이든은 갑용 흘끔 보더니 옆으로 의자 살짝 떨어지게 옮긴다.
강마에, 그런 단원들 흘끔 보는 듯 마는 듯 하더니, 마치 지휘하다 연주를 끝내듯 가볍게 손 휘두르며 주먹 쥔다.
순간, 홀린 듯 박수와 환호 일제히 뚝! 자기도 모르게 그치는 단원들.
루미 :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 음악의 도시 기획자이자 오케스트라 악장,
두루미라고 합... (하는데)
강마에 : (OL 기분 안 좋은) 왜 이렇게 연습을 오밤중에 하는 겁니까.
루미 : 아.. 그게,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잖아요. 다들 다른 델 뛰고 계시는 분들이라...
강마에 : (꿈틀!) 그럼 이건 ....아르바이튼가요?
루미 : (당황해서) 아..아뇨, 본업이죠. 근데 아직 정리들이 안 끝나서...
강마에 : (OL 느낌, 털썩 의자앉아 팔짱끼며) 튜닝.
아 예, 물러나는 루미, 악기 들고 목관부터 시작합니다~! 갑용 오보에로 A음 불면, 튜닝 시작하는...
강마에 눈길, 갑자기 매서워지는가 싶더니 갑용, 이든, 준서에게 시선 팍팍~ 꽂힌다.
이어 금관 튜닝시작하고, 용기 뿌우~하고 불자 날카롭게 보는 강마에.
현악 튜닝시작하고 희연 등 켜기 시작하자마자 드륵~!! 거칠게 의자를 차고 일어나는 강마에!!!
단원들, 놀라보고...
강마에 : (희연 향해, 매서운) 아줌마, 악기만진지 얼마나 됐죠?
희연 : (덜컹! 겁나면서도 애써) 아.. 저, 저요? 제 이름은 정희연.. (하는데)
강마에 : 20년두 넘은 거 같은데? (주연 주희에게) 세컨 바이올린! 그쪽 둘은 활을 왜 이렇게 강하게 눌러 대지? 전자 악기 다루나?
(이든에게) 플룻! 넌 몇 살이야.
이든 : (삐딱) 음대 다니는 데요?
강마에 : 딱 예고수준인데 뭔 소리야. 오보에! (갑용 보는) 할아버진 은퇴한 다음에 운동 꾸준히 하셨습니까?
갑용 : 아... 앞산에 매일, 한 시간..
강마에 : (OL) 호흡을 늘리셨어야죠, 아무리 오보에가 호흡을 버리는 악기라지만 숨이 너무 딸리잖습니까.
(용기에게) 그리고 당신, 어느 캬바레 소속이야?
용기 : (기세에 눌려) 불광동... 돈 텔 파...
용기 말 채 듣지도 않고 그냥 몸 돌려 나가버리는 강마에.
단원들 벙쪄서 보고 루미,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강마에 따라 나가고. 그 모습 가만히 보는 건우...
S#18. 동 지휘자실 (밤)
가방에 들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강마에.
S#19. 동 연습실 건물 옆 (밤)
루미, 가버리는 강마에를 쫓아가며, 저기 선생님~! 잠깐만요~! 하는데
저벅저벅 가던 강마에, 갑자기 홱 돌아서 루미 앞으로 걸어온다.
루미, 놀라서 우뚝 멈춰서면,
강마에 : (루미 가만히 보다가 한숨 쉬며) ...어떻게 된 거죠?
루미 : (버버) ..오늘, 단원들 컨디션이 안 좋나봐요. 다른 오케스트라 일들이랑 겹쳐갖구 피곤해서 그런데요, 금방 정리... (하는데)
강마에 : (OL 다 포기한 듯) 그냥 솔직하게 말해 봐요. 무슨 일이예요.
갈등하는 루미, 그때 따라 나온 건우 보인다.
건우 삐딱하게 강마에 보면,
강마에 : (강마에, 루미 시선 따라 건우 보는, 안 좋은 표정 보더니 피식) 이거,내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나보네....
(편하게 루미에게) 뭐 대통령 앞에서 어쩌구 저쩌구, 연주하다 관둔 얘기 들었죠? 그거 다 옛날일이예요.
나도 이제 마흔인데, 꼬장꼬장 못해요. 힘들어서라두 못해.
루미 : (어떡하지? 자기도 모르게 건우 보면)
건우 : 하지마.
강마에 : (건우 힐끔 보고) 앉아서 얘기 합시다.
루미 : (강마에 따라 앞 의자에 앉는다)
강마에 : (건우 무시하고 루미에게만 안스러운 듯) ....혼자 맘고생이 심했나보네. (정답게 손잡아 옆 의자에 앉히고는) 툭 털어놓고
얘기 해 봐요. 나도 열 몇 시간 비행기 타고 온 건데, 이렇게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안 그래요? (하는데)
루미 : (갈등으로 보다가) 말씀드리면 지휘는...
건우 : (OL 하지 말라는 듯 루미에게) 어이, 두루미~
강마에 : (루미 향해) 납득이 가면 물론 하죠. (하다가 건우 흘끔 보고 어이없는 듯 너털 웃음, 루미 향해) 근데 저 친구는 어제부터
왜 저러는 거죠? 난 도통 이해가 안가네~
건우 : (루미에게 으름장 놓듯) 저거 다 쇼거든? 하지 마라~
강마에 : (건우 신경도 안 쓰고 루미 손만 부드럽게 잡으며 안스러운듯 보는)
루미, 갈등으로 본다.
삐딱하게 보고 있는 건우와, 부드럽게 보고 있는 강마에.
루미 : (갈등하다, 강마에 향해, 조심스럽게) 그게요, 선생님...제가.....사기를...
건우 : (아씨~! 고개 돌려버리는데)
강마에 : (놀라며) 사기? 어떤....
루미 : 그... 구정애라구요...
강마에 : 아, 구정애! 그 사람 요새 유명하던데... (안스러운 듯) 힘들었겠네...
건우 : (웃기구 자빠졌네, 강마에 보는)
루미 : (더욱 힘 얻어) 네, 선생님 지휘료는 선불로 미리 다 드렸는데, 그담에 터진 거라서요....단원들 연주료 못주게 되니까
다 나가구......... 아니, 그분들 나간 건 당연한 건데요, 문제는 제가 사기를...
강마에 : (한숨) ..그렇지 ....참 나쁜 사람이네, 연주료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걸 다 사기를 쳐가나 그래.... 우린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순진한 사람 등 쳐 먹은 거 아냐, 응?
루미 : (끄덕끄덕, 동조해주니 너무 좋다) 그쵸~~
건우 : (멈칫해서 보는, 진짠가?)
강마에 : (가슴 아픈 듯) ...그래서, 저 사람들은 어떻게 모은 거야?
루미 : (마음 편해진, 이제 하소연하듯) 돈을 안준다고 했더니 안모이더라구요. 그래서 경력 상관없다, 아무나 와라 그랬더니요,
대학생이랑 카바레 하던 분이랑, 몇 십년씩 쉬었던 분들도 막 오셔갖구요~ (강마에, 안쓰럽다는 듯 고개 끄덕끄덕)
첨엔 음도 잘 못맞췄어요. 그나마 연습 좀 한 게 저 정도..... (하는데)
강마에 : (OL 싸늘해진) 내일 떠납니다. 비행기표 끊어두세요. (일어나 가버린다)
루미 : ...........!!
건우 : (멍 보는... 저 놈이 진짜...!)
루미 : (달려가 붙잡으며) 저 선생님, 선생님~! (하는데)
건우 : 이럴 꺼 착한 척은 왜 하셨습니까.
강마에 : (돌아보며) 척이라니. 사람에겐 여러 가지 면이 있어. 난 그중에 하날 끄집어 보여준 것뿐이야.
그리고 뭣보다, 납득이 안가. 어떡하라구.
건우 : (이갈듯 보는...)
루미 : (다시 붙잡으며) 선생님, 저기요, 다시 찬찬히 얘길 들어보시면.... (하는데)
건우 : (탁 루미 붙잡아 끌고 가며) 냅 둬. 저런 인간한텐 좋은 음악 안 나와.
멈칫해서 보는 강마에. ‘야 너 왜 이래~!’ 루미 끌려가는데,
강마에 : (보다가) ...아까 니 트럼펫 혼자 붕붕 튀던 건 생각 안나나 보지?
건우 : (흘끔 보면)
강마에 : 오케스트라 처음이지? 그런 놈한테 좋은 음악 소릴 듣다니, 코미디구만.
하고 홱 돌아가 버리고.
건우도 개가 짖었나 하는 얼굴로 ‘야 건우야 이것 좀 놔봐!’ 하는 루미 끌고 연습실 쪽으로 가버린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는 강마에와 건우.
S#20. 루미집 근처 놀이터 (밤)
혁권, ‘네, 네, 예 알겠습니다.’ 어딘가 통화하고 있다.
그 앞에 초조하게 서있는 루미. 건우는 좀 떨어진 곳에서 발로 땅 툭툭 땅차면서 보고 있고. 혁권 끊으면,
루미 : 뭐래요?
혁권 : (퉁명) 힘들대. 제주시향 부상임두 정기 공연 땜에 안 되겠대.
루미 : (해쓱해지는데)
혁권 : (흘끔 좀 떨어진 건우 보더니, 시비걸듯) 이봐요, 아는 지휘자 있어요?
건우 : (보면)
루미 : (당황해서) 왜 그래 선배~
혁권 : (건우에게 대놓고는 말 못하고 루미에게) 없으면서 왜 들이받았대? 누군 성질이 없어서 참고 있는 줄 알어?
루미 : 쟤두 날벼락 맞은거야~ 갑자기 쳐들어와서 집 뺐겼지, 신고 당했지~
혁권 : (루미에게 성질내듯) 그러게 일을...! (하다가 아우~ 둘 보면서 비꼬듯) 젊어서들 좋~겠다. (가버린다)
루미 : (어이없어 가는 혁권 보는데)
건우 : (미안하다, 자기도 연락해 볼듯 핸드폰 전화번호 찾아보며 혼잣말) ...지휘자가 그렇게 없나...
루미 : (얼른 건우 향해) 신경 쓰지 마, 괜히 저러는 거야 저 선배.
건우 : (그래도 미안해서 찾기만)
루미 : (그네에 앉으며 한숨처럼) 니 말을 듣는 건데 ...그냥 끝까지 우기는 건데.
건우 : .....아는 밴드부형 있는데, 연락해봐?
루미 : 아냐, 일반인은 바톤 테크닉부터 딱 티가 나. 시장님 인사두 시켜야 되구.
건우 : .........
루미 : (잠시 한참 생각해보다가, 쓴 미소) ...문이 보이네, 막 다른 문. 닫혔어.
건우 : (보면)
루미 : (에휴~하듯, 이제 진짜 포기가 된다) ...내일쯤 시장님한테 털어놔야겠다.
건우 : ....!
루미 : 나 잡혀갈까? 징역살아?
건우 : ...업무상 과실이니까 그 정도까진....
루미 : 그래두 돈은 갚아야겠지? 시민들 세금인데.
건우 : ..........
루미 : (따져보는) 적금이랑 보험 다 깨면 2천, 차 팔면 칠백, (바이올린 보며) 얘가 한 3천 나가니까....
건우 : (OL) 그것두 팔라구?
루미 : 그래야지, 당장 돈이 급한데.
건우 : ...........
루미 : (그러면서 잠시 바이올린 보다가 꺼내 보는, 그러다 탁 두 손으로 아기 안듯 들어 바이올린에게 밝게) 어이 아가씨.
오늘 당장 가서 때 빼구 광내자. 언니가 브릿지랑 지판두 갈아주구 광택두 내주구~ (하다가 바이올린이 하는 소리듣는 듯
귀대며) 뭐라구? 알았어 줄감개. 빡빡했지? 팩도프(Pegdop)두 발라줄께.
건우 : ..........
루미 : 이쁘게 해 갖구, 이번엔 진짜 멋진 주인 만나는 거야. 너두 제대루 된 공연한 번 해봐야지. 안 그래?
건우 : ........
하며 루미, 바이올린을 살포시 꼬옥 가슴에 안는다.
건우, 그 모습 가만히 보고.....
루미, 그러다 눈물 날 것 같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얼른 떼며, 밝게,
루미 : 어이구 이 자식, 빨리 팔아 달라구 발버둥을 치네. 어지간히두 내가 싫었었나 보다 야. (하는데)
건우 : 공연, 하자.
루미 : (?해서 보면)
건우 : 돈두 벌구. (씨익...)
S#21. 로드형 상가 광장 (밤) <베토벤, 9번 합창 4악장 - 바이올린+트럼펫>
광장 가운데... 루미, 뻘쭘 하게 바이올린 들고 서있다.
그 한켠, 건우가 트럼펫 들고 기대서서 장난처럼 미소로 보고 있고.
너머에는 여학생과 십여명의 사람들이 어머, 공연할 껀가봐, 수근 거리며 보고 있는.
루미 : (당황스러워 보다가, 건우 향해) 여기서 어떻게 해, 챙피하게....
건우 : 지하철이라구 생각해.
루미 : 야 그땐...
하는데 건우, 트럼펫 꺼내들더니 불기 시작한다.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요, 아 미운 사람~’ 곡조다.
루미 황당해서 보고 너머의 여학생들, 듣고 킥킥.
루미, 피식 웃는데 다시 그 곡조 부는 건우. 너머에서 킥킥대던 여학생들, 따라 부른다.
시집을 못가면 재미를 못 봐요, 아 미운 사람~ 재미를 못 보면 애기를 못 낳아요 아 미운 사람~
어이없어 보던 루미, 할 수 없다는 듯 바이올린 턱에 낀다.
여학생들, 와~하며 살짝 박수치고, 건우 트럼펫 멈추고 보면,
베토벤 합창 교향곡 멜로디 켜는 루미. 한 악절 끝나갈 쯤 건우 보는, 너도 하라고 턱짓한다.
건우, 트럼펫으로 멜로디 받아 뒤 악절 연주하고.... 이어 건우와 루미, 화음 맞춰 같이 연주하는....
여학생들, 와~ 하는 표정으로 보고
건우와 루미는 이제 기분 좋아진 듯 미소로 서로 보며 연주하고....
S#22. 강마에 침실 (밤) <베토벤, 9번 합창 4악장 - 오케스트라 음원>
합창 교향곡, 위 부분 받아 관현악 편성으로 빵빵 터져 나오고 있다.
침대에 눈이 퀭해서 앉아있는 강마에, 자기가 지휘했던 곡인 듯 지휘하는 자신의 모습 박혀있는 CD들고 있다.
건우 : (E) 냅 둬. 저런 인간한텐 좋은 음악 안 나와.
강마에 : (퀭해서 있다가, 이죽) 봐, 을마나 좋아. 즐겁잖아.
무표정하게 듣고 있는 강마에... 그러나 그 모습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 강마에.. 이러단 오늘도 또 잠 못 자겠다.
생각 떨어 버릴 듯 고개 흔들고는 침대에 누워 눈 감는. 침대 옆, 토벤이는 강마에 슬리퍼 핥고 있다.
잠시 그렇게 누워 있다가, 안되겠다, 잠 오지 않는다. 다시 눈뜨는 강마에.
침대 옆 탁자 서랍 열어 약통에서 조그만 알약 한 개(안정제) 꺼내 꿀꺽 삼키더니 다시 자볼 듯 불 끄는데,
그 손에 툭 맞은 알약 통, 굴러 떨어져 토벤이 앞으로 간다.
슬리퍼 핥고 있던 토벤이, 반짝해서 보더니 알약 통 잡고 핥기 시작하는...
S#23. 강마에 / 건우 동네 (밤)
루미 : (성큼성큼 앞장서가며, 방금 공연으로 기 많이 살은) 마에스트로 좋아하시네, 건방진자식. 어디 너 나한테 한번 죽어봐라.
건우 : (뒤 따라가며) 야~
루미 : 나 그동안 많이 참았어~! 어차피 엎어진 거, 참다 속 터져 죽나 지르다 죽나 똑같아!
(가며) 나쁜 자식, 마당에서 밤새도록 바이올린 켜 줄꺼야, 잠 못 자게!
S#24. 강마에 침실 (밤) <베토벤, 5번 운명 1악장 - 오케스트라 음원>
일어나 앉는 강마에. 여전히 잠 오지 않는 듯 쾡한 눈으로 리모콘으로 음악 찾아 튼다. (베토벤 운명 1악장)
돌아누우려는데 놀라는 강마에!!! 꽈과과광~!!! 운명 음악과 함께 바닥에 굴러있는 알악 통과 흩어진 알약들 보인다!!
또 다시 꽈과과광~!!! 그 옆에 죽은 듯 널 부러져 있는 토벤이가 보인다!!!
강마에 : (구르듯 뛰어내려와) 토벤아...!! (잡고 흔들며, 알약들 둘러보며 어쩔 줄 모르는) 토, 토벤아, 정신 차려...!!
(얼른 토벤이 가슴에 심장 뛰나 들어보더니, 토벤이 입 잡고 인공호흡 열심히, 그러다 눈 까뒤집어보고, 비명처럼)
토벤아아!!
S#25. 강마에 / 건우집 마당 (밤)
루미와 건우, 들어서다 멈칫. 방금 토벤아 비명소리가 살짝 들린 듯.
루미 :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건우 ?해서 같이 귀 기울이는데, 와장창!! 건우와 루미 놀라 보면...
S#26. 강마에 거실 (밤)
토벤이 업고 나오다가 주변 집기들과 함께 넘어진 강마에, 부들부들 기듯이 탁자 위 핸드폰 집어 119누른다.
강마에 : (떨리지만, 침착하려 애쓰며) ..119죠. 여기 개가, 아픕니다. 수면제를 먹고....쓰러 졌거든요? 당장 위세척...
119 : (F 짜증난) 장난전화하심 안됩니다.
강마에 : (미치겠다) 여보세요...!! 개가 아프다구요!! 당장 엠블란스를...!
하는데 뚝 끊어져 버리는.
강마에, 핸드폰 보다가 집어던지고, 침착하려 애쓰듯 왔다갔다,
그러다 다시 급히 토벤이 심장소리 들어보고 울 듯한 얼굴 쓸어내리고는,
축 쳐진 토벤이를 끌어안는 강마에,.. 어디선가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S#27. 비엔나 음산한 골목 (밤 / 회상) <알비노니, 아다지오 - 오케스트라 음원>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뒷골목... 마주선 남녀의 실루엣이 보이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부서지고,
세차게 남자의 따귀를 때리는 금발의 여자, 레이나... 떨리는 눈가에 눈물이 가득하다.
빗소리를 뚫고 알비노니 아다지오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레이나 : (독어) 날 사랑한다고 생각 했어...
강마에 : (독어)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원망스런 눈길로 노려보는 레이나... 말이 없는 강마에... 거칠게 돌아서 가는 레이나...
부서진 나무 케이스와 지휘봉 위로 비가 내린다.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멀어져간다.
셔츠 단추를 풀더니 쏟아지는 폭우 속을 비틀비틀 걸어가는 강마에...
어두운 골목 한켠에 비에 홈빡 젖어 웅크리고 있는 토벤이가 보인다.
멈춰선 강마에를 올려다보는 토벤이... 그런 토벤이를 물끄러미 보는 강마에... 담장에 기대 토벤이 곁에 앉는다.
손을 뻗어 쓰다듬더니 자기 품으로 당겨 안고는 비오는 허공을 바라본다. 눈가가 젖는다.,,
강마에 : ....음악을 위해 버려야 하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니....? (눈물이 흐른다.)
마에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무릎에 기대 품안에 파고드는 토벤이...
딩동~ 딩동~~ 벨소리!
S#28. 강마에 거실 (밤)
거친 벨소리에 꿈에서 깬 듯 현관을 돌아보는 강마에...
S#29. 강마에 / 건우집 마당 (밤)
루미 : (현관 두드리며) 선생님~ 괜찮으세요? 혹시 무슨 일...
하는데, 문 벌컥 열며 강마에 내다보는.
루미와 뒤쪽에 삐딱하게 서있던 건우, ?해서 보면,
강마에 : (덜덜 떨리는, 그러나 침착하려 하며) ..자, 자네, 차 있나?
S#30. 강마에 / 건우집 앞 (밤)
집 대문 앞에 와서 멎는 차. 루미, 차를 주차시키고 내려서 보면..
강마에 널 부러진 토벤이를 낑낑대며 업고 나오는.
루미 : (잘됐다, 이 기회에 점수 따서 지휘 다시 부탁해보자 싶은, 얼른 잡아주며) 어우우 선생님~ 어쩌다 개가 이렇게 됐어요?
(차문 열어주며) 아니, 왜 먹었대요, 수면제를?
건우 : (삐딱하게 서서) 자살한 거야. 안 죽고 배기냐? 주인이 저런데.
루미 : (당황해서 보는데)
강마에 : (건우 말 들리지도 않는다, 열심히 토벤이만 업고 나오며) 다리, 다리가 걸렸어!
루미 : (다리 빼주며) 근데 선생님, 지금 시간에 동물병원 문 연데가 없을 것 같....
강마에 : (버럭) 찾아내!! 응급실이든 대학병원이든 살려내야 된다구!! (하고 토벤이 실으려 낑낑대는)
루미 : (같이 실으려 낑낑대며) 네, 다 찾아볼께요, 싹 다! (하면서 건우에게 뭐하고 있어! 빨랑 돕지 않고! 눈짓)
그러나 건우, 무슨 생각 하는 듯 빤히 보고만 있다가 루미 와 보라는 듯 손짓. 루미, ?해서 다가가면 뭔가 귓속말하는.
루미, 놀라서 보는데,
강마에 : (토벤이 안에 싣고 밖에서 반쯤 몸 걸치고 거의 울먹) 토벤아! 자면 안 돼! 자면죽어!!
(루미 향해) 뭐 하는 거야! 빨리 출발 안 해?!
건우 : (루미 밀며) 일단 넌 가.
루미 : (당황해서 보면서도 급히 운전석에 앉아 시동 거는)
강마에 : (그 모습보고) 어디로 갈 꺼야, 응급실??
하며 강마에, 조수석에 타려는데
루미, 건우 불안한 표정으로 흘끔 보더니 토벤이만 태운 채 그냥 부웅~! 차 출발시켜버리는!!
강마에 : ....!! 뭐야 쟤는! 어디 가는 거야!!
건우 : (강마에 앞에 나서며) 단원 중에 수의사가 하나 있어서요. 클라리넷 홍준기씨.
강마에 : (긴장된 마음 놓인다, 한숨 쉬듯) ...아 그래? 잘됐네. (하다가 번쩍, 자기 안 태 우고 떠난 것 생각났다, 홱 돌아보며)
근데 왜 혼자가..?!
건우 : (보다가) 지휘해주시죠.
강마에 : ...........!!
건우 : 싫습니까? (턱 전화 꺼내 누르더니) ...야, 차 돌려.
강마에 :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가, 핸드폰 쥔 건우 손 잡아채며) ...이런 식으루 나한테서 좋은 지휘를 뽑아낼 수 있을 꺼 같애?
건우 : (탁 뿌리치며) 15분 드리겠습니다. (시계 본다)
S#31. 홍준기 동물병원 수술실 (밤)
준기, 급히 토벤이 위세척 하고 있는. 그 옆에 루미 서있고.
준기 : (하면서) 근데 아까 건우 말은 뭐예요? 치료하지 말라던데.
루미 : 신경 쓰실 꺼 없어요. (건우에게 전화하는) 어, 건우야. 난데, 지금 위세척 하고 있거든? 괜찮을 꺼 같대.
S#32. 강마에 / 건우집 앞 (밤)
강마에 : (이갈듯 보다가) ..이딴 방법밖에 생각을 못해내나? 그냥 좋게 케어해 줬으면 고마워서라도 지휘를 해줄까 했어. 그런데~
건우, 루미와 통화중이다.
루미 : (E) 어, 건우야. 난데, 지금 위세척 하고있거든? 괜찮을 꺼 같대.
건우 : (통화하며) 깔딱 거린다구? 알았어. (탁 끊고 시계 보며) 10초 남았네요.
강마에 : (굳어지지만, 티 안내려 애쓰는, 미소까지 띄우려하며) ....근데 개가 너무 커서말야, 처리하는 것도 힘들 텐데.
건우 : (시계만 본다)
강마에 : (웃으려 애쓰며) 갖다 팔아도 죽고 싶은 사람 아니면 약 먹고 죽은 개 안 먹지.
건우 : (시계만 보다가) 땡. (전화 눌러 귀에 대고 강마에 보는)
강마에 : (웃어 보이려 애쓰는) 복날도 벌써 지났잖아? 날도 쌀쌀해지는데 개장국은...
건우 : ....야, 죽여.
순간 건우 손의 핸드폰 뺏어 홱! 던져버리는 강마에. 건우 보면,
강마에 : (이갈듯) ...좋아. 해줄께.
건우 : (가방 뒤적이며 종이 찾는다. 볼펜과 종이 내밀며) 각서 내용은 나중에 쓰시고, 일단 싸인 하시죠.
강마에 : .......
건우 : (비죽) 영 못 믿겠어서요.
강마에 : .................
S#33. 홍준기 동물병원 앞 (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곡 - 오케스트라 음원>
급히 차에서 내리는 강마에, 현관으로 달려가는데... 그때 천천히 열리는 현관 문..!
강마에 보면, 웅장한 음악과 함께 강마에를 향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슬로우로 뛰어오는 토벤이...
벅찬 감동이 어린 얼굴로 토벤이 향해 달려가는 강마에, 팔 활짝 벌리며 토벤이 눈높이로 내려앉는....
토벤이 강마에 품에 얼싸안기고, 강마에 그 힘에 밀려 넘어져 토벤이와 뒹굴면서도 꼭 끌어안고 얼굴 감싸는...
강마에와 토벤이의 상봉.... 감동의 도가니........
한켠에서 이 모습 보고 있던 루미, 푸악 웃음 터져 나오려는 거 억지로 입 틀어막고 참는데,
건우는 뒤에서 냉담하게 보고 있고...
강마에 : (눈물 글썽해, 토벤이 얼굴 양손으로 잡고) ...고생 많았다, 우리 토벤이... 그래, 얼굴 좀 보자. ..괜찮아?
루미 : (그런 강마에 보면서 조금씩 웃음 잦아드는... 웃긴데 웃을 분위기가 아니다, 진심인 듯하다)
강마에 : (물 젖은) ..니가 살아줘서, 난 정말....
하고 다시 꼬옥 끌어안는....
그런 강마에 보는 루미, 뭔가 표정 묘해진다. 개 따위에, 사람에겐 그렇게 냉정하면서 개 따위에 저렇게까지....
S#34. 강마에 거실 (밤)
강마에 : 글쎄, 난 기억에 없는데.
다시 냉정하고 무표정하게 돌아와 있는 강마에, 소파에 앉아있고 그 앞에 건우와 루미 앉아있다.
루미는 일이 어떻게 될까 불안하고 건우는 덤덤한. 건우, 그 앞에 강마에 싸인한 종이 스윽 내밀어보이면,
강마에 : (들어보고) 종이네. 이게 뭐?
건우 : (무표정하게 핸드폰 꺼내 버튼을 누르면)
강마에 : (F 화난, 절박한) 알았어!! 할께!! 지휘할 테니까 토벤이만 살려줘어!!
강마에 : (태연) 누구지, 이 사람은?
건우 : (보다가 어이없는 듯 피식 웃더니) ...좀 추하거든요?
강마에 : 추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추하게 생각하는 건, 쓰레기 같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거야.
고귀한 클래식을 더럽히는 거거든 그건.
건우 : .............
강마에 : (화나는 것 눌러 참는) ...거기다 니들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토벤이를 가지고 협박까지 했어. 난 그거 평생, 용서 못해.
건우 : 용선 필요 없구요, 지휘나 해주세요.
강마에 : (꿈틀) ..지휘...나?
루미 : (건우가 좀 심하게 나갔다, 말리듯) 건우야아~
건우/강마에 : (둘 다 루미 쳐다보는)
루미 : (당황해서) 아뇨, 선생님말구, 작은 건우 ...(하다가, 떨리는 마음 진정하려 하며 건우에게) 너 잠깐 있구,
(강마에에 공손히, 그러나 비굴하진않게) 죄송합니다. 선생님. 근데 아시죠? 개는 그때 벌써 치료 다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강마에 : (둘 보다가) ....누가 꾸민 짓이야.
건우/루미 : (보면)
강마에 : (루미와 건우 번갈아보며) 들고 튄 놈이야 협박한 놈이야. 누가 머리야.
건우 : (말하려는데)
루미 : 저요 선생님, 제가 악장이잖아요. 제가 했어요.
건우, 멈칫해서 루미보고 강마에, 스윽 루미 보는.
루미 : (무섭지만 강한 척 고개 들고) 계약금도 다 받으시구, 집두 마련했는데 안한다고하셔서 무리한줄 알지만 수를 좀 썼어요.
죄송합니다.
강마에 : .........
건우 : (그런 루미 가만히 보는..)
루미 : 근데 선생님이 거절하셨어도 저흰 토벤이, 반드시 살려냈을 꺼예요. 그러니까요 선생님, 한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와주시면....
강마에 : (OL) 내가 운전을 못해.
루미/건우 : (보면)
강마에 : (루미 향해) 그래서 운전기사가 필요해. 청소부도 필요하고, 파출부도 있어야 돼.
루미 : (다부진) 네, 할께요. 할 수 있어요.
강마에 : 토벤이 산책, 목욕, 밥도 줘야하고 빨래, 옷 정리, 짐정리, 각종 심부름...
루미 : (열심히 끄덕이다가) 네, 제가 다 할...
하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난 건우, 한켠에 놓인 사료통에서 사료 꺼내 놓는다.
강마에 : 뭐 하는 거야.
건우 : (사료 놓으며) 일 하라매요.
강마에/루미 : (??해서 보면)
강마에 : (그런 둘 빤히 보다가 비죽) ....둘이 사귀나?
건우 : (흘끔 보고 그냥 일하고)
루미 : (당황으로) 아뇨, 저흰...
강마에 : (빈정) 서로 덮어주고 도와주고, 내가 했어요 아냐 나야, 아름다워. 근데 여긴 공적인 자리잖아?
니들이 어리고 유치하다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까 누가 많이 사랑 하나는 따로 방 잡아서 니들끼리 실컷 해.
건우 : 사료 하고 물. 그 다음엔 뭐요.
강마에 : 지금 나한테 중요한건 누가 이 일을 책임질 꺼냐 하는...
건우 : (OL 짜증) 아~ 거 말 진짜 많네.
강마에 : (뜨아 해서 보면)
건우 : (퉁명) 뭘 하면 되냐구요. 목록이나 불러요~
가만히 그런 건우 보는 강마에. 건우는 무덤덤하게 강마에 보고...
보던 강마에, 일어나 건우 앞에 서더니,
강마에 : 반드시 너 혼자 해야 돼. (루미 손으로 틱 가리키며) 우렁 각시는 안 돼.
건우, 알았다는 듯 손 내민다. 마주잡는 강마에, 악수하고.
그런 둘 불안한 듯 보는 루미....
S#35. 강마에 / 건우집 마당 (낮)
건우, 낫으로 웃자란 잔디를 깎고 있다. 루미는 야외테이블에 앉아 식기들 마른 행주로 닦고 있는.
한켠엔 빨간 통에 불려 빠는 듯 옷가지와 이불홑청이 세제, 물과 함께 담겨있고, 야외의자에도 테이블보와 담요 등이 걸려있다.
다른 쪽엔 막 도착한 듯한 항공 운송된 강마에의 다른 짐들도 모여 있는.
루미 : (깎으며) 잔디 몇 시까지 다 깎으라구 했지?
건우 : 2시.
루미 : 그냥 기계로 깍아버려.
건우 : 낫으로 하래잖아.
루미 : (강마에 짐들과 탁자 위 그릇들 보며) 배달 온 짐정리까지 할라믄 한참걸릴텐데, 연습 때까지 할 수 있을까..?
너 잠은 좀 잤어?
건우 : (깎으며 끄덕)
루미 : (그런 건우 보다가 앞에 다가가 빤히 내려다본다.)
건우 : (?해서 보면...)
루미 : .....왜 도와준 거야?
건우 : (보다가 턱으로 강마에 집 쪽 가리키며) 아무리 못 됐어두 나이 많잖어. 협박은 내가 좀 심했지.
루미 : 아니, 나 말야. 국물도 없다며. (좋아서 얼굴 들이밀며) 근데 집두 빌려 주구, 지휘두 잡아 주구, 일두 해 주구, 트럼펫...
(하다가) 트럼펫두 할 꺼지? 안 나갈꺼지?
건우 : (흘끔 보고, 말 돌리듯 루미 뒤쪽 잔디 가리키며) 일 없으면 뒤쪽 잔디나 깎어.
루미 : (좋아서, 건우 보며 춤추듯 뒷걸음질로 가며) 왜 그렇게 날 막 도와줄까? 기분이 막 좋아질라 그러네에...?
건우 : (뚱하니 잔디만 깎는)
루미 : (계속 뒷걸음질 가며, 노래하듯, 기분 좋은) 왜 그랬을까~ 왜 도와줬을까~~
건우, 뭐라 말할 듯 루미 보다가, 어..!!
순간 뒷걸음질하던 루미, 발뒤꿈치에 빨간 통 걸리며 그대로 풍덩! 홑청 빨래 물로 엉덩방아 찧는다.
놀라 일어난 건우, 어이없어 보면,
루미 : (창피하고 민망해서, 얼버무리려) ...잘됐다, 안 그래두 이 옷 더러워서 빨라 그랬는데, 같이 빨면 되겠네~~
(입은 옷에 물 끼얹으며 막 부비고)
어이없어 풀썩 웃는 건우, 야외의자에 걸린 담요 훌쩍 가져오더니 루미 향해 손 내민다. 잡고 일어나라는 듯.
갈등으로 보던 루미 천천히 손 내밀면, 휘익~! 잡아 일으켜 세우는 건우, 힘이 좀 쌨는지
그 바람에 루미, 얼결에 건우 가슴에 안긴 꼴이 된다. 멈칫하는 루미. 건우, 그런 루미에게 담요 씌워주고...
살짝 달뜨는 루미, 두근 하는 마음인데,
건우 : 가. (떼어내며 탁 살짝 밀치는)
루미 : (약간 붉어져 어버버 있다가, 탁자 쪽으로 가며) ...좀 있다. 그릇 마저 닦구.
하고 루미 앉아 그릇 닦는.
뭐라 말하려던 건우, 귀찮은 듯 담궈 놨던 이불 홑청 꺼내 짜기 시작한다.
루미, 그릇 닦으며 그런 건우 가만히 보는... 힘 있게 꾹꾹 짜는 건우, 휘익 펼쳐 빨래 줄에 널고.... 멋있다.
루미, 그런 건우를 그릇 닦으며 설레서 보는데,
덜컹 문소리! 보면 강마에가 토벤이와 함께 나오고 있다.
루미 : (놀라 버버) 어 선생님, 전 도와준 게 아니라 빨래만, 아니, 빨래두 안했...
하는데 강마에, 토벤이와 나가며 한손으로 건우가 널어놓은 빨래들 주루룩 걷더니,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린다.
강마에 : (건우 가리키며) 너 혼자 해. 싹 다. (가버리는)
루미/건우 : (어이없어 보고...)
S#36.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밖 (밤)
갑용과 좀 떨어져 마주서있는 이든. 플룻 꼭 가슴에 안고 경계 어린.
갑용 : (보다가 미소로 다가서며) ...이든아, 내가 잠깐 보자고 한건....
이든 : (주춤 뒤로 가며, 경계어린) 오지 말아요. 거기서 말해요, 거기 금.
갑용 내려다보면 보도블럭 경계선 보이는. 멈춰선 갑용, 갈등으로 보다가,
갑용 : ...할아버지, 미친 거 아냐.
이든 : (흥하듯) 됐구요, 일단 난 가서 말할 꺼예요. (하다가 짜증) 소름끼친단 말야, 미친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에~!
갑용 : (그런 이든 보다가 깊은 한숨.. 망설이다가 겨우 결심한듯) ...할아버지, 치매야. 아니, 아직 치매는 아니고...
이든 : (멈칫해서 보지만) ...미친 거나 치매나.
갑용 : ...지지난준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나도 모르게 그동안 뇌졸증이 몇 번 있던 것 같다구...
난 잠깐 깜빡 했다 생각했는데.... 브레인에 조금 손상이 있다구... 치매가 올 확률이 아주 크다고.....
이든 : 내가 볼 땐 벌써 온 거 같은데?
갑용 : 아 그땐.... 내가 우유를 착각했나 싶어서... 언제 치매가 올지 모른다니까 불안하잖아. 그래서 할아버지가 좀
널버스(Nerves)해져서.... (하다가) 근데 분명한건 지금은 아니라는 거야, 아직 아냐. 반드시 온다는 것도 아니고.
이든 : 거봐, 벌써 치매 온 거라니깐?
갑용 : 그게,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대. 지금부터라도 신경 쓰면, 운동 많이 하고, 손가락 열심히 움직이고, 악기 열심히 불고,
적극적으로 일하고 머리 쓰고 하면.....
이든 : (홱 돌아서며) 난 말할 꺼야. 싫어.
갑용 : (급히 뛰어가 잡으며) 이, 이든아, 잠깐만!!! (이든 뿌리치는데 다시 잡는, 돈 만원 꺼내주며 달래듯 억지미소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느라고 힘들지? 이거, 책 이라두 사서봐.
이든 : (갑용이 내미는 만원 가만히 보다가) ....하나사면 땡치겠네.
갑용 : (만원 더 꺼내 내밀며, 애써 좋게) ...그래, 이만원 몇 권 사봐.
이든 : (고민하는듯 보다가, 한숨, 못이기는척 받으며 안스러운듯) ...몸조리 잘하세요. 나이 들어서 정신 놓는게 제일 슬픈 거래요.
갑용 : (억지미소) ...응, 그래, 고맙다, 상큐. (하는데)
루미 : (뛰어오며 둘보고) 여기서 뭐하세요? 빨리 들어가세요! 선생님 와요!!
루미, 오라는 듯 손짓하며 먼저 뛰어 들어간다. 갑용, 따라 들어가고
S#37. 동 연습실 (밤) <주페, 경기병 서곡 - 오케스트라>
루미 : (들어오는, 급히 자리로 가며 단원들에게) 아까 말씀 드린 거 다 기억하시죠? 강마에 선생이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동요하지마시고 미소! 여유! 오케이??
뒤이어 들어온 갑용과 이든도 급히 앉고 나머지 단원들도 옷매무새 가다듬고 긴장하는.
바로 강마에 뚜벅뚜벅 들어와 단상에 선다. 조용히 긴장으로 강마에 보는 단원들...
강마에도 무표정하게 단원들 보고.... 이든은 문자만, 루미는 긴장으로, 건우는 어떡하나 보자는 듯 무표정하게 보는데..
강마에, 단원들 향해 천천히 씨익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단원들과 루미도 마주 어설프게 웃고....
강마에 : (둘러보다가 희연보고, 미소로 좋게) ...오늘 옷이 아주 이쁘시네요.
희연 : (떨리는, 웃으며) ...네, 선생님 뵌다구 차려입고 왔어요. (하하 웃는)
강마에도 끄덕이며 웃는다. 단원들도 따라서 하하하하 웃는다.
루미, 하하 웃으며 희연 향해 잘하고 있다는 듯 눈짓. 알았다고 끄덕이는 희연 위로,
루미 : (E) 저렇게 했다가 또 푹! 찌를 꺼예요. 그게 선생님 수법이거든요? 절대 넘어가심 안돼요!!
희연 : (열심히 아부하듯) 선생님도 정말 멋지세요~
강마에 : (여유있는 미소) 네, 저도 단정한 마음가짐으로 나왔습니다. 보니까 핸디캡도 많으신 분들 같은데,
그래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려고 하는 그 의지만큼은 높이삽니다. 좋습니다.
단원들, 어정쩡하게 웃는 얼굴로 떨름 해서 본다. 정말 풀어졌나?
어리둥절한 루미. 하지만 건우는 여전히 표정 풀지 않고 보고.
강마에 : 그렇습니다, 클래식은 생활 속에서, 일상 속에서, 즐겨야합니다. 첫 번째 곡부터 가보도록 하죠. 자, 즐겨봅시다....!
하고 지휘할 듯 손드는. 단원들, 일제히 악기 들면 강마에 지휘에 맞춰 연습 시작한다.
끄덕끄덕 하면서 가볍게 손 흔들어 눈감고 지휘하는 강마에, 단원들도 열심히 연주하고 루미도 좋아서 열심히 하는데,
강마에, 계속 눈감고 손 흔들어 박자 맞춰주며 단상 아래로 내려가 소파에 앉는다. 하지만 표정만은 눈을 감은채 진지하다.
단원들, 뭐지 저거? 저 사람만의 연습법인가? 보는데,
강마에 : (손들어 딱 끊으며) 네, 좋습니다. 박자 다들 아시겠죠? 방금 그런 식으로 한번 더.
(하더니, 옆에 악보 보관용 서고에서 신문 볼 듯 딱 펼쳐드는)
단원들 : (???해서 보면)
강마에 : (신문 보다가 ?해서 단원들 보더니, 시작하라는 듯 웃으며 손짓)
단원들, 서로 눈치 보며 다시 연주 시작하고 강마에는 신문만 본다.
루미 어이없어보고, 건우는 저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 이하 태업하는 강마에 몽타쥬.
* 토벤이에게 과자 주고는 손! 손! 훈련시키는 강마에
* 이어폰 끼고 의자에 기대 음악 듣는 강마에
* 다른 날, 지휘자실에서 개 빗으로 토벤이 빗겨주는 강마에.. 뒤로 단원들이 보인다.
* 책보는 강마에
* 다른 날, 이층 난간 사이를 토벤이와 산책하는 강마에..
* 소파에 기대 입 벌리고 푹 잠들어있는 강마에
연주하다 멈추는 단원들, 어이없어 보고. 건우도 기막힌.
혁권 참다가 일어나 ‘저기 선생님~’ 한마디 하려는데,
루미 급히 혁권에게 가만있으라는 듯 손짓하고 강마에에게 가는.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은 살짝씩 연습...
루미 : 선생님~ (살짝 흔들며) 선생님..?
강마에 : (입 벌리고 잠든 척)
건우 : (정말 맘에 안 드는 듯 보는데)
희연 : 몇 시야? (시계 보고 놀라) 어이구 10시 5분전이네, 저 먼저 가요~ (챙기는)
혁권 : 아줌마, 젤 늦게 와놓고 먼저 가는 법이 어딨습니까?
용기 : (열심히 연습중) 뿌우~~~
희연 : 우리남편이 10시면 꼭 간식 달라구... (하다가) 그리구 왜 아줌마래? 내 이름 정희연이예요.
루미 : (급히) 그럼 희연씬 먼저 가시구요, 나머지 분들은 10시반까지 30분만 더...
이든 : 더하면 시간외수당 나와요? 분당 얼마예요?
혁권 : 넌 연습 내 문자질이나 해놓구 그런 말이 나와? (용기 뿌우~! 하자) 아 거기 좀 조용히 못해요??
용기 : (기막혀) 당신이 뭔데 그래? 당신이 악장이야??
이든 : (용기와 거의 동시에 혁권에게) 아저씨 웃긴다? 문자하구 연습이 뭔 상관인데?
루미 : (당황해서) 저기요, 여러분~ (하는데)
갑용 : (일어나며) 잠깐, 잠깐. 제 생각엔 지금 이렇게 어수선한게 시스템이 안잡혀서 그런것 같습니다. 반장을 한번 뽑아 보는 게..
혁권 : 악장 있잖아요. (용기 또 불자) 배용기씨!! (용기 흥해서 돌아서 불고)
갑용 : 악장하곤 좀 다르죠. 악장은 콘서트 마스터, 우린 여자니까 콘서트 미스트리스가 되겠군요.
즉, 악장이란 음악적인 거에 관련한....
희연 : (챙기며) 저 가요~~
혁권 : 안 된다 그랬죠?!
용기 : 뿌우~~~
혁권 : 뒤 돌아 부세요!!!
갑용 : 때문에 제가 말씀드린 반장은 총무, 즉 오케스트라의 인화단결과...
이든 : 10시 땡~! (짐 챙기는)
혁권 : 앉아!!
이든 : 싫어!!
하는데, 뿌우!!! 불던 용기, 와장창!! 소리 난다. 사람들보면 용기, 뒤돌아 불려다 옆 팀파니 셋트와 함께 넘어졌다.
단원들 어이없어 보는데, 짝짝짝 박수소리. 단원들 돌아보면,
강마에 : 방금 그 음악, 와장창 우당탕탕 뿌우~ 아주 좋았습니다. 여러분들 수준에 딱 입니다. (미소로 박수)
단원들 : ..........
강마에 : (일어나며) 계속 그런 식으로, 아주 좋아요. (계속 하라는 듯 손짓하고 토벤이와 나가며, 피식)
멈칫하는 건우, 피식하는 그 웃음이 매우 거슬리는...
루미, 선생님~ 당황해서 쫓아나가고, 건우 굳어져 있는....
S#38. 동 연습실 건물 밖 (밤)
나오고 있는 강마에, 루미가 아무리 불러도 계속 간다.
안되겠다, 루미 빠르게 달려가 강마에 앞 막아서며,
루미 : (헉헉, 예의차려) 죄송, 합니다, 선생님, 사람들, 금방, 진정, 될 꺼니까요~
강마에 : (이죽) 곡을 좀 바꿔보지 그래, 베토벤의 Wellington' Victory, 전쟁 교향곡 같은 걸루 말야, 대포소리도 빵빵 넣어서.
어울리잖아? (가려는데)
루미 : (이 갈리지만 억지 미소로) 속 터지시죠, 알아요, 저도 그런데요 뭘. 근데요~
건우 : (E) 보내드려.
루미/강마에 : (보면)
건우 : (다가와 강마에 무시하고 루미에게만) 사람들 조금씩 나아지잖아. 우리끼리 해.
루미 : (당황해서 보고)
강마에 : (긁는 것 알지만 화난다) 하긴, 돌아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하지만 그게 과연 서울일까?
내 생각엔 청주나 목포, 혹은 제주도....
건우 : (OL 루미에게만) 지휘자 그거, 팔만 허우적 대구 필요 없잖아. 공연 때만 폼으로 세워 놓는다 치고 제껴.
루미 : (허걱!!)
강마에 : (침착하려하지만 굳어지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 말이 맞군. 지휘라는 건 말야~ (하는데)
건우 : (OL) 빨리 들어와. (가버린다)
강마에 : ................
S#39. 동 연습실 (밤) <주페, 경기병 서곡 - 오케스트라>
건우 들어가려는데 희연 갈 듯 문 쪽으로 온다,
건우 : (그대로 희연 밀고 들어가며, 사람들 향해) 연습 좀만 더하죠.
희연, 안 돼, 나 가야돼~! 버둥대는데 건우 그대로 자리에 앉힌다.
반쯤은 가려는 듯 짐 챙기고, 반쯤은 앉아있던 사람들, ?해서 보면,
건우 : (용기 향해) 엎어진 거 다 챙겼죠? (가려는 이든 향해) 너, 문자질만 할꺼면 가.
(이든, 내가 왜! 나 18만원 받기로 어쩌고 하는데 무시하고, 바로 갑용에게) 총무뽑자고 하셨죠? 누가하실래요?
갑용 : (손 번쩍!)
건우 : 박수~! (사람들 어벙벙 하게 박수치면 연습 시작할 듯) 자 그럼~ (하는데)
혁권 : 니가 악장이야? 왜 앞에 나서서 그래?
건우 : 교통 정리하는 건데, 형님이 하실래요?
혁권 : (그렇게 말하니 또 민망하다) ...정리만 해놔.
건우 : (끄덕 해보이고, 단원들에게) 갑시다!
건우, 엉성한 폼으로 손 흔든다. 단원들 첫 부분 시작하고.
그때 바로 갸웃하던 건우, 그만하라는 듯 손 흔든다. 단원들, ?해서 보면,
건우 : (찌뿌린) ...음이 좀....안 맞는 거 같지 않아요?
S#40. 동 연습실 건물 밖 (밤)
강마에 : 음도 안 맞는데 무슨 수로, 내가 뭘 어떻게?
루미 : (계속 설득 중이었다. ?해서) ...아까 튜닝 다 했거든요? (하는데)
강마에 : (격려하듯) 바로 그거야! 미묘한 음 차이 같은 거 무시하고 그냥 간다는 그 자신감, 용기! 대단해, 굿~!
루미 : 어디가... 무슨 악기가 틀렸어요?
강마에 : (토벤이 과자만 주며) 괜찮아. 니들 수준엔 뭐 거슬리는 것도 아냐.
루미 : ...그래도 맞춰볼께요.
강마에 : (흘끔 보더니, 과자 뽀각 해보이며) 이 소리랑, (또 다른 과자 뽀각) 이 소리랑, 구분 돼?
루미 : .......?
강마에 : (이죽) 그래~ 그냥 과자소리라고 생각해버려. 그게 속편해.
루미 : (화나지만 참으며) 그래두 우리 단원들 이쁘지 않으세요? 음악하기 힘드신 분들인데 와서 하겠다구 다들 저렇게....
강마에 : (OL) 해! 누가 말려? 단 큰 무대 말고, 집에서, 골방에서 해. 그게 싫으면 놀이터나 고수부지 같은데!
야외음악당이다 생각하고, 하란 말야. 왜 꼭 큰데서만 하려고 하지? 그건 허영이야~!
루미 : (핸드폰 울리고 있지만 못 받는, 열심히 웃으며 비위맞추듯) 네 알죠, 근데 사정이... 또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잖아요.
그걸 그냥 버리는 건...
강마에 : (OL 격려하듯) 아냐, 버려두 돼! 내 수준이 어떤가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용기! 아 난 천민이구나, 클래식을 할 주제가
못되는구나! 난 죽었다 깨나도 관객밖엔 안되는구나! 음악회에 가자! 가서 유명한 사람 껄 대신 듣자! 이거라니까?
니들이 왜 나서? 훌륭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루미 : (부글부글하지만 그냥 일그러진 미소로 듣는...)
강마에 : (열심히 들어주니 좋다) 지금 봐봐, 남편 밥해 줘야 돼, 회사 다녀야 돼, 돈 벌어야 돼, 여건도 안 되는데
도대체 왜 하는 거지? 클래식은 원래가, 귀족들을 위한 음악이야. 시대가 바뀐다고 그 본질이 변할 꺼 같아?
루미 : (터질 것 같지만 미소로 보고 있는..)
강마에 : (루미 핸드폰 계속 울린다, 뭐라 더 말하려다) ....전화 받아.
루미 : (꾸벅 해 보이고 전화 받는다, 최대한 곱게) 여보세요~
전화 : (F) 네, 좋은 투자정보가 있어서 전화 드렸..... (하는데)
루미 : (버럭!!) 뭐야 이 개쉐끼야?!!!!
강마에 : .....?!!!!!!
루미 : (터진 것처럼 하지만, 강마에에게 퍼붓는 말) 그걸 니가 왜 갈쳐주는데! 어디서 충고랍시고 지랄이야 지랄이!!!
(수화기 너머 뭐라 뭐라 하자, 핸드폰 향해 소리) 닥쳐 이 새끼야! 뭘 사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
시대가 바뀐다고 그 본질이 변할 꺼 같애?!!
강마에 : ...............
루미 : (뭐야 이사람, 기가 막혀! 뚝 끊어버렸는데도) 그래! 우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능력도 안 되는 불쌍한 사람들이야!!
그럼, 우린 뭐 나가 죽어야 돼? 서민들은 예술 하면 안 된다, 법으루 누가 정해놨어?! 천민? 귀족??
산업혁명 일어난 지가 언젠데, 너 혼자 조선시대 살다왔냐 새꺄?!
강마에 : (무표정하게 보다가) ........전화 끊어진 거 알고 있거든?
루미 : (계속 수화기에 대고) 끊어지면 뭐!! 뭔 상관인데!! 너 새꺄, 모짜르트가 평민인거 알고나 있냐?!
니 논리대루라면 모짜르트는 평생 땅 파고 소 젖 짜고 치즈팔다 죽었어야 돼!!
니가 그때 지휘자였으면 천재 여럿 죽였다구 이 살리에르같은 놈아~!!!
하고 루미, 퍽 끊어버리고 씩씩대다가 다시 강마에 향해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다.
강마에, 그런 루미 가만히 보는...
고개 숙이고 있는 루미, 그러나 등골엔 땀이 흐른다. 성질대로 해서 속은 시원하지만, 끝장이다 싶은....
루미, 고개 숙인채 눈 꼭 감고 있는데,
강마에 : ....이름이, 두루미?
루미 : (고개 숙인 채 끄덕....)
강마에 :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부모님이 이름을 잘못 지었네. 두루미가 아니라 닭이야. 쌈닭.
루미 : ..........(많이 화났구나... 터지겠다 싶어 눈 더욱 꼭 감는데)
강마에 : (가만히 보면서) ....이런 식, 좋아. 나쁘지 않아.
루미 : (멍해지는.... 천천히 쳐다보면)
강마에 : 뒤에서 욕하고 돌려 치는 것보다 훨씬 나아 이게. (보일 듯 말듯 스치는 미소)
루미 : (멍해서 보다가, 당황해서) ....아 네. (꾸벅...)
강마에 : (다시 연습실로 갈 듯 몸 돌려 가며) ...그래, 모차르트. (끄덕끄덕) 평민이었지. 맞아, 그랬어.
루미 : (보다가 휴우, 안심도 되고 환해진다. 조금 용기 얻어서 따라가며) ....네, 천재이기도 했구요.
하는데 홱 돌아보는 강마에! 다시 무서운 표정이다.
루미, 움찔해서 보면,
강마에 : ....그래, 천재. 난 그래서 모차르트가 싫어. (가버리는)
루미 : .........???
S#41. 동 연습실 (밤)
강마에 들어오자 연습하던 단원들과 건우 멈칫.
건우, 흘끔 보더니 인사도 없이 자기자리로 들어가 버린다.
강마에, 들어가는 건우를 못마땅한 눈길로 쫓는.....저놈 보니 할 마음이 싹 사라진다.
강마에 : (들어가는 건우 눈으로 쫓으며) ...근데 평민도 평민 나름 아니겠어?
루미 : (보는... 왜 또 저래... 싶고)
강마에 : 음 정돈 딱딱 맞춰내는 평민이 있나하면, 튜닝하나 못하는 평민도 있지. 음부터 다시 맞춰봐. (하고 지휘자실로 들어가는)
한숨 쉬는 루미, 참으며 목관부터 갑니다~ 갑용에게 눈짓.
갑용 오보에 불면 목관부터 차례로 음 맞추기 시작한다.
S#42. 동 지휘자실 (밤)
강마에 : (건성으로 들으며 토벤이에게 과자 주는)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사실 나도 어느악기가 어떻게 틀어진 건진 잘 몰라.
살짝 어긋났다는 것만 알뿐이지. (갑자기 토벤이 입에 귀대며) ...응? 넌 알겠다구? 그렇지, 넌 개잖아. 귀가 밝잖아.
(쓰다듬으며) 어이구, 우리 토벤이가 이 오케스트라를 맡아야 되는데, 그치이?
S#43. 동 연습실 (밤)
루미 : (음 맞추고 있는) 다음, 금관~ (금관들 불고)
S#44. 동 지휘자실 (밤)
강마에 : (토벤이만 어르고 있다가 멈칫...!)
토벤이 : (음 맞다는 듯 월!!)
루미 : (E) 현악~ (현악 튜닝하고)
강마에 : (듣다가 더욱 굳어져 천천히 돌아보는.... 맞다!)
토벤이 : 월월!!!
S#45. 동 연습실 (밤)
루미 : 다 같이 갑니다~
오보에와 함께 단원들 모두 A음 낸다. 정확히 맞는다!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일어서 나오는 강마에....
튜닝 하던 단원들과 루미, 그런 강마에를 연주하면서 ????해서 보고.
강마에, 어디가 어떻게 된 거지? 하는 얼굴로 천천히 단원들 둘러보면,
단원들, 강마에 눈길에 지레 기죽어 스르륵 소리 멈춰버리는.
루미 : (긴장된) .....뭐가 또 이상하세요?
강마에 : (굳은, 루미 향해) 어떻게 한 거야.
루미 : ....네?
강마에 : 음이 정확히 맞잖아. 어떻게 한 거냐구.
루미 : (????해서 보는데)
건우 : (E 강마에 보지도 않고) 에어콘 켰잖아요.
강마에, 홱 소리 나는 쪽 돌아본다. 건우가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건우 : (시선 외면한 채 대수롭잖은 듯) 아깐 연습실이 더워서 관악기 소리가 올라갔던거구. 다시 낮췄어요. 에어콘으루.
강마에 : (굳어진) 어떻게.
건우 : (흘끔 보기만 하는데)
강마에 : (높아진) 음이 얼마 올라간 걸 어떻게 알아서 맞춘 거냐고..!
건우 : (더 이상 무시하기엔 사람이 좀 심각해 보인다, 떨름해서) ...그냥...8분에 1도니까 요만큼이다, 삘이 딱 온 건데요.
굳어져서 보고 있는 강마에.... 단원들, 숨죽여보고 건우는 뚱하니 본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는데,
용기 : (나서며) 너 임마, 얼른 선생님께 잘못했다구 말씀드려..! (하는데)
강마에 : (OL 느낌) 아냐, 냅둬.
단원들과 루미, 건우 ??보면 몸 돌려 지휘자실으로 들어가 버리는 강마에......
S#50. 동 지휘자실 (밤)
저벅저벅 들어와 문을 닫아버리는 강마에, 의자에 앉더니 흘끔 연습실 쪽 돌아본다. 그 위로,
건우 : (E) 8분에 1도니까 요만큼이다, 삘이 딱 온 건데요.
굳어서있는 강마에....그 위로, 20여 년 전 정명환의 목소리 덮인다.
고교정명환 : (E) 8분에 1도니까 요만큼이다, 삘이 딱 안와?
S#51. 예고 피아노 레슨실 (낮 / 회상)
피아노앞에 앉아있는 고교생 강마에.
그 옆에 세련된 강남차림의 고교생 정명환, 피아노 뚜껑 열고 핀 돌리며 조율해주고 있다.
고교정명환 : (뚱뚱 치며 조율중) 야, 강건우~ 이건 약...8분에 1도정도 떨어졌으니까 요만큼. 이걸루 어떻게 쳤냐 이때까지.
고교강마에 : .............
고교정명환 : (장난스런) 조율해준 값으루 선생님한테 말 좀 잘해줘. 나 좀 놀다 올께.
고교 정명환, 신나서 나가고 뚱하니 앉아있던 강마에, 일어나서 자기도 피아노 치면서 조율해본다.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갸우뚱하면서도 열심히 해보는 고교 강마에. 그 위로, 쇼팽 에튀드 겨울바람이 들린다.
S#52. 폴란드 바르샤바 피아노 콩쿨 (낮 / 회상) <쇼팽 애튀드 ‘겨울바람’ - 피아노>
쇼팽에튀드 겨울바람 연주하고 있는 26세 강마에. 같은 곡, 같은 나이의 정명환도 연주하고 있다.
(같은 콩쿨 대회에 나가 같은 곡으로 붙은. 하지만 느낌으론 마치 서로 맞은편에서 같은 곡을 경쟁하는 느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연주하는 강마에 와는 달리,
정명환은 즐거운 표정으로 즐기듯, 미소까지 띄고 여유 있게 연주하고 있다. 그 위로,
정명환 : (E) 뭘 그렇게 죽어라 연습해, 무식하게.
죽어라 치고 있는 강마에....
정명환 : (E) 그냥 즐겨. 노래잖아, 음악.
즐기듯 여유 있게 연주하고 있는 정명환...
그럴수록 강마에는 더욱 독기를 뿜으며 연주하고.... (이하 음악 이어지며 시간경과)
사회자 : (독어로) 대상, 강건우~!!!
미소 띠고 또각또각 걸어 나오는 강마에, 명환을 이기고 대상을 탔다는 생각에 감격했지만 표정관리하고 있다.
부러 도도하게 까닥 인사하고 상패 받는. 그때,
사회자 : (독어) 올해는 대상이 두 명이군요. 대단한 일입니다. 정명환~!!
확 굳어지는 강마에!!
객석에 앉은 명환은 등 돌려 친구와 끼들 거리며 떠들고 있다가 ??해서 보는.
친구들이 너라고 말해주자 그제서야 어안 벙벙해서 뛰어나온다.
의외라는 듯 상 받는 명환, 감격했다는 듯 객석 향해 17세기 귀족처럼 과장된 인사하고.
그 쇼맨쉽에 와르르 웃는 사람들, 강마에 때보다 더욱 큰 환호와 박수 보낸다.
웃으며 손 키스까지 날리는 정명환. 강마에는 그 뒤에서 미소로 박수치지만 속이 썩는다.
S#53. 비엔나 국립 음악원 교수실 (낮 / 회상)
강마에 : (독어, 화난)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졸업연주회 지휘를 정명환이 하는 거죠?!
교수 : (독어, 난감해하며) 아 그게 말이죠 강건우씨~ (하는데)
강마에 : 저보다 지휘공부도 늦게 시작했습니다! 너 하는 거 보니까 재밌겠다면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대충 지휘로 전향한 놈이란 말입니다!
교수 : 강건우씨, 여긴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말을 좀 조용히.... (하는데)
강마에 : 평가도 엊그제까지는 제가 앞섰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졸업연주회 바톤을 넘겨받을 사람은 저란 말입니다!! (하는데)
교수 : (OL) 바로 이런 태도 때문이예요..!
강마에 : (멈칫하고 보면)
교수 : ....강건우씨가 교수들한테 인사만 잘하고 다녔어도, 조금만 사교성이 있었어도 이런 결과는 안 나왔습니다.
(누르며) ...1점차였습니다.
강마에 : ...............
S#54. 강마에 거실 (밤)
TV속, 마악 공항에 입국한 정명환 뉴스 나오고 있다.
카메라 플래쉬 터지고 많은 환영인파속에 여유 있게 웃으며 들어서는 정명환.
그 위로, 뉴스 자막 ‘천재 지휘자 정명환, 금관문화훈장 수상차 입국’
기자1 : 프랑스 브루노발터 최고오케스트라 지휘자상에 빛나는 천재 지휘자 정명환씨가 오늘 입국 했습니다.
강마에 : (무표정하게 와인마시면서 보고 있다가 띡 채널 돌리면)
기자2 : (정명환 지휘하는 그림 위로 자막, ‘한국이 낳은 음악 천재 정명환, 금관문화훈장 수상’)
강마에 : (띡 또 돌리면)
기자3 : (앵글만 다른 정명환 입국 장면) 금관문화훈장 수상차 돌아온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정명환씨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탁 TV 꺼버리는 강마에, 화난 듯 2층 계단으로 거칠게 올라간다.
S#55. 건우방 (밤)
건우 자고 있는데 문 쾅!!!
건우 보면 강마에 토벤이와 푸르딩딩해서 서있다.
강마에 : 물.
건우 : (대꾸 없이 그냥 이불 둘러쓰는)
강마에 : (이불 다시 홱 제끼며) 물 어딨냐고 물! 생수!!!
건우 : (짜증나서 버럭) 아씨 진짜...! 사다놨어요!! 냉장고요!!!
하는데 강마에, 그냥 가만히 건우 노려보고 있다. 건우도 인상 쓰고 보면,
강마에 : ....건방 떨지 마.
건우 : .........??
강마에 : (이갈듯) ...천민이면 천민답게, 납작 엎드리란 말야....! (하고 가버리는)
건우 : ........????
S#56. 시장실 (낮)
들어서는 강마에. 소파에 앉아있던 시장, 반갑게 일어나며,
강시장 : (굽신굽신) 어이구 선생님, 제가 직접 찾아뵜어야 하는데 연습이 아직 안 끝났다구해서.... 반갑습니다.
(양손으로 악수하듯 맞잡고 90도로 인사)
강마에 : (손잡은 채 거만하게 고개만 까닥)
강시장 : 자, 이쪽으로 앉으시죠. (비서 향해 차 가져오라는 듯 눈짓하고 앉는다)
그사이 도도한 얼굴로 스윽 둘러보는 강마에, 벽에 붙은 포스터에 시선이 간다.
이미 날라 간 연주자들 사진이 자그마하게 나열 돼 있고, 한쪽 끝에 그 보단 큰 강마에 사진이 보인다...
<성남, 음악의 도시 선포를 위한 - 교향악 대향연>
강마에 : 음악의 도시라....
강시장 : (반색하며) 어떠십니까, 저희 도시 이미지와 딱 어울리지요?
강마에 : (둘러보며) 전원 교향곡은 맞겠네요, 논밭이 많아서.
강시장 : (좋아하며) 아 전원 교향곡..! 저 압니다, 좋죠 그곡..!
하며 강시장, 딴딴 따라라~딴 따라~ 부르는데 드라마 전원일기 주제가다.
강마에 : (스윽 보며) ...그건 전원일기구요.
강시장 : 그 둘이 다른가요? (썰렁하다) 하하.. 농담입니다.
강마에 : (귀찮다, 말 돌리듯) 하실 말씀이란 게....
강시장 : 아예, 저희가 이번에 큰 포부를 가지고 저희 성남을 음악의 도시로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거든요.
왜 음악의 도시냐, 그건... (하는데)
강마에 : (OL 느낌으로) 정부에서 문화특구를 지정하려고 한다더군요. 성남시도 그 후보에 들어가 있구요.
강시장 : (멈칫해서 보지만, 하하 웃으며) 아~ 네, 근데 딱히 그것 때문에 하는 건 아니구요~
강마에 : (OL) 문화특구가 되려면 뭔가 있긴 있어야 되겠는데, 영화는 부산이 가져갔고, 연극은 강원도가 가져갔고,
애니메이션은 부천이 가져갔고...
강시장 : (끄덕끄덕 웃으며) 네 그렇죠. 근데 음악은 아무도 가져간 사람이 없을뿐더러....
강마에 : (OL 씨익) 돈이 안 들죠.
강시장 : (반색하며) 진짜 안 드나요?
강마에 : 대신 그보다 훨씬 큰 게 듭니다. 시간.
강시장 : (.....?해서보다가 하하 웃으며) 아 시간~! 괜찮습니다, 저 시간 많습니다. (껄껄 웃는)
강마에 : (흘끔 보고 그냥 차 마시는, 대화가 안 된다)
강시장 : 자, 그래서 말씀인데요, (분주히 서류 등 꺼내며) 저희 성남을 음악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고견은 차차 듣기로 하구요,
일단 이것부터 좀 봐주시죠. 이번 공연에 모실 초청손님들 명단입니다.
강마에 : (보는 둥 마는 둥 차만) 안 모시는 게 나을 텐데요. 워낙 보잘것없는 공연이라서 말입니다.
강시장 : 그게 무슨 겸양의 말씀이십니까, 선생님 실력 제가 익히 알고 있는데요. 대통령 각하 앞에서도 연주하셨다면서요.
강마에 : (피식, 산통을 깨고 싶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게 사실 말이죠~ (하는데)
강시장 : 그래서 제가! 선생님의 명성에 걸 맞는 분을 객석에 모셨습니다. 바로 이 분 이십니다!
하면서 강시장, 포스터 하나 보여준다. 누군가의 서울 초청 공연포스터.
흘끔 본 강마에, 굳어진다. 지휘자, 정명환의 모습이 크게 박혀있다.
강시장 : (좋아서 떠벌 떠벌) 마침 저희 공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이분이, 딱 시간 맞춰 한국에 들어오신 겁니다.
사실 뭐, 훈장 받으러 오신 거긴 하지만, 제가 그, 옛날에 몸담았던 당의 당수로 계신 분 사돈에 고모부가
이분, 정명환씨랑 안면이 있다네요? 그래서 제가 어렵게 약속을 잡았습니다. 꼭 오신답니다!
강마에 : .........
강시장 : (좋아서 웃으며) 두 분이 또 옛날부터 아주 친한 친구라면서요. 근데 또 이렇게, 지휘자와 관중으로 만나게 되다니,
을마나 좋으십니까..!
S#57. 시청 복도 (낮)
완전히 굳은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강마에. 양 옆 벽에 포스터들 붙어있다.
한쪽에는 성남 오케스트라 공연포스터. 맞은편엔 아까 시장이 보여준 정명환의 서울 초청공연 포스터.
‘최고오케스트라 지휘자상에 빛나는 천재 지휘자 정명환, 서울 초청공연’
그 사이 뚫고 굳은 얼굴로 가고 있는 강마에, 그 위로,
정명환 : (E 이죽) 아직 지휘자자리 못 잡았어? 내가 아는데 소개시켜줄까?
정명환 포스터하나 쫙 뜯으며 가는 강마에!
직원 : (E) 죄송합니다, 이번엔 선생님 대신 정명환 선생님을 지휘자로....
정명환 포스터 또 하나 쫙!! 뜯으며 가는 강마에!
강시장 : (E) 근데 또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을마나 좋으십니까..!
정명환 포스터 쫙!!! 뜯는 강마에!!! 거칠게 꾸겨버리고 계속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S#58.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밤) <모리꼬네, 가브리엘스 오보에 - 오케스트라>
그런 강마에가 향하는 곳, 성남 떨거지 오케스트라의 연습실 문이 보인다.
강마에, 그대로 황소처럼 연습실 문 양쪽으로 확 밀어젖히고 들어가며!
강마에 : (결연한, 소리) 뭣들 하는 겁니까..!! 연습합시다...!!!!
수다 떨며 놀고 있던 단원들, ???? 해서 강마에 쳐다본다.
들어온 강마에, 단상에서 말없이 분위기 잡고 쏘아만 본다.
단원들, 어리둥절하면서도 얼른 정좌해서 보면..,
강마에 : .....헬렌 켈러라고 아시죠. 시각, 청각, 말, 삼중고를 딛고 대학에 가서 박사학위도 딴 기적의 사회운동가.
단원들 : ........??
강마에 : (한숨처럼) ..그럽시다. 기적을 만들어봅시다. 내가 여러분의 앤 설리번이 되겠습니다.
루미/건우 : ........ (저건 갑자기 뭐하자는 플레이야?)
강마에 : (단원들보고 ?해서) 그 표정들은 뭐죠? 혹시 여러분이 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헬렌 켈러는 똑똑한 머리와
집안의 든든한 후원이라도 있었지, 여러분은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경험도 없고 손도 굳은 마당에,
이십 몇 일만에 제대로 된 공연을 하겠다, 이게 기적이 아닌가요?
단원들 : ...........
강마에 : 헬렌 켈러 정도나 돼보세요. 그 여자처럼 입 다물고 눈 감은 상태에서 귀만 열어 놓으라 이 말입니다. 귀도 딱 음악소리와
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세요. 그러면 나중에 ‘물’소리정도는 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악보 펼치며 궁시렁) 그게 물일지 된장일지 똥일지는 모르겠지만... 자, 바로 갑니다! 오보에!!! (지휘 할듯 손들면)
놀란 단원들, 서둘러 악보 펼치고 갑용, 놀라 오보 찾아든다.
강마에 지휘 시작하면 갑용, 긴장해서 첫 부분 부는데,
강마에 : (인상 확 찌푸리며) 그게 아니죠, 다시.
갑용 : (불면)
강마에 : 더 버리세요 호흡, 다시! (불면) 횡경막 늘리고 배에 힘 더 주고! (불면) 계단뛰어 왔습니까? 담배 펴요?! 다시!!
(불면, 버럭) 아니라니까아!
갑용, 얼어붙어 불지 못하고 눈만 치떠 보는...
루미등, 갑용마저 혼나는 거 보고 사색이 된다.
주연 : (얼어붙어 작게) 야~ 오보에 30년 분 선생님도 저렇게 박살인데 어떡해 우린...
주희 : (역시 작게 미치겠는, 갑용 멍하니 보며) 지금이라두.... (주연 보고는) 튈까?
강마에 : (인상 북 그으며) 오보 건너뛰고 현악파트 갑니다. (하는데)
건우 : 왜 틀린 거죠?
강마에/단원들 : (보면)
건우 : 오보에 방금 어디가 못마땅한지 말씀 좀 해주시죠.
강마에 : ...입 좀 다물지.
건우 : ..........
강마에, 건우 무시하고 현악 향해 신호.
건우 못마땅해 보면 현악들 긴장해서 켜기 시작하는데
땅땅땅!! 치는 강마에, 그대로 뚜벅뚜벅 희연 앞으로 간다. 희연 얼어붙는데,
강마에 : (지판에 코 닿을 듯 노려보며) 아줌마만 해보세요.
안 그래도 어설프게 켜는 희연, 점점 소리 작아지더니 끝내 멈춰버린다.
강마에, 그런 희연 가만히 노려보다가,
강마에 : ....음대 나온 거 맞아요?
희연 : (말도 못하고 고개 푹, 끄덕끄덕)
강마에 : 근데 왜 이래요.
희연 : (기어드는) ....오래.. 안 해서....(하는데)
강마에 : (OL) 민폐인거 알아요, 몰라요.?
희연 : ..........
건우 : (저게 진짜... 화나서 보는데)
강마에 : (희연에게) ...정희연이라고 불리우고 싶댔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거야.
아줌마 책임지고 있어요?
희연 : ........
강마에 : 나 같으면 이 실력에, 무서워서라도 그런 소리 못하는데, 참 용감해, 아줌마.
희연 : ........
강마에 : (이죽) 연습도 안 해 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두 많네?
희연 : .............
건우 : (안되겠다, 좀 커진) 말씀을 좀 해주시죠...! 그래야 뭘 고치던지 말던지...
희연 : (짐짓 꾸짓듯) 건우야, 조용히 해! (강마에 향해 꾸벅, 공손히)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제가 모자랐어요.
(하는 데도 목소리 물젖는)
강마에 : 그래서 어떻게, 봐달라구요?
희연 : (고개 흔들면)
강마에 :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힘주어) 똥! 덩.어.리.
희연 : ...........(수치심에 눈물 고이고 입술 떨리는...)
건우 : (들릴 듯 말 듯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아니, 뭐 저런..! (화나서 일어서는데 앞 자리 갑용, 잡고)
강마에 : (이죽) 자, 지금이라도 주제파악을 해볼까요? 따라해 보세요, 똥.덩.어.리.
희연, 더 이상 못 버티고 흑... 울기 시작하는....
강마에, 그런 희연을 일말의 동요도 없이 보고,
건우와 루미 굳어져서 그런 강마에 보는...
S#59. 동 지휘자실 (밤)
루미 : (굳은) 왜 갑자기 이러시는 거죠.
루미, 강마에 찾아온 듯 앞에 서있는.
강마에, 루미 무표정하게 보다가,
강마에 : 연습하기 싫어? 공연 안 해?
루미 : 저분들, 좋은 사람들이예요. 돈 한 푼 안 받구두 연주한번 해보겠다고 모인 분들, 꼭 그렇게 바보 병신취급 하셔야
속이 시원하시겠...(하는데)
강마에 : ...정명환이 와.
루미 : ....?
강마에 : 매번 내가 가는 길을 바로 앞에서 잘라먹은..... (하다가 숨 삭이며)....여하튼 그 놈 앞에서 난 지휘를 해야 돼,
저 사람들을 데리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루미 :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살살 달래서 가두 되잖아요. 바람보다 햇빛이 나그네 옷 벗긴다는 말두 모르세.. (하는데)
강마에 : (버럭) 몰라!! (애써 억누르며) 난 웬만한 프로들도 성에 안차는 사람이야. 원하는 소리 안 나오면, 시두 때두 없이
오디션해서 갈고, 그것도 퍼스트 세컨, 맘에 들때까지 매번 자리바꾼다고. 근데 그런 내가, 저런 사람들을 데리고
무대에 서야 돼. 이게 말이 되냐구?
루미 : 연습이 즐거워야 공연도 잘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공포분위기 조성해봤자~
강마에 : (버럭) 말을 제대로 들어!! 설렁설렁 놀면서 최고 지휘자가 된 그 놈 앞에서...!
내가 저딴 쓰레기들을 데리구 공연을 해야 된다구, 바로 너 때문에!!!
멈칫하는 루미...
강마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루미 보며 서있다.
숨을 몰아쉬며 강마에를 노려보는 루미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볼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