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져서
아침일을 좀 늦게 시작하거나
이부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리면
하루종일 웬지 부산스럽다
더구나 예기치않은 손님이나 잠깐 들른 나그네가 있는 날은
하루가 훌쩍 다 가버린다
이제 일이 손에 잡히나 싶으면
어느새 하루 해가 반짝 넘어가는 요즈음
아쉬운 한낮 풍광이 더욱 눈부시다
어디선가 은행잎으로 효소 만드는 얘기를 들어서
금년엔 한번 만들어봐야지 했는데
어느날 내려다보니
골짜기가 이미 온통 황금밭이다
텅 빈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온갖 철새들 반창회가 열린다
긴긴 겨울밤 독서도 옛 말
이제 전기불 아래 오래 책을 보면 눈이 피곤하다
양지바른 데 찾아드는 양양이처럼
따뜻한 햇볕아래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른 저녁먹고 아랫마을 지나 오가리 마을 끝
충주버스 종점까지 산책길에 나서는 새로운 습관이 들었다
두시간정도 걸어야하는데 트레킹코스가 고작 한시간이다
좀 일찍 나서는 날은
딸 넷 다 도시로 보내고 홀로 사시는 권사님집도 들여다보고
오늘은 박씨아저씨네
내일은 이장님네 놀러간다
속이 뻔한 시굴사랑은 집에서 술빚어 드시는
감나무집- 박씨아저씨댁을 좋아한다
오늘도 역시 곱게 깎아 말린 곶감 4개,
맨멸치, 술잔 3개..
아주머니는 술을 61년째 만드셔도 한모금도 안드신다
한 두잔 오가는 술상위로 이야기보따리가 슬술 풀려져나오는데
금년들어 둘째아드님이 오셔서
뒷뜰을 부지런히 오간다했더니
뚝딱뚝딱 잉~잉 하더니 감나무 서너그루가 다 잘려나왔단다
다섯자식 키워내는데 큰 보탬이 된
자식같은 뜰안의 감나무를
작년에 감따다 떨어지셔서 큰 일을 치를 뻔 한 뒤
저 감나무 그냥 내두면 울아버지 종내는 돌아가신다고
상의도 없이 다 잘라버렸다
아깝다 서운하다 하시면서도
아들들 소행이 밉지 않은 눈치다
첫댓글 아유 아까워라.
양철지붕에 퉁퉁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 졸이던 어느 빈 농가에서의 하룻밤이 떠오르네요.
아하 감떨어지는 소리에?
생활이야기에 정겨움과 감동이 스며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