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유가 있을 땐 한 시간 정도의 거리라면 망설임 없이 맛집으로 떠납니다. 저도 나름 싸고 편안한 맛집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래층 민속학자는 제가 모르는 곳에 한 번씩 안내해 주어 새로운 맛집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왜관역 앞 골목길에는 오랜 세월을 한 곳에서 중국음식을 하고 있는 반점이 있습니다. 벽에 걸어놓은 사업자등록증에는 ‘81년 개업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등록하기 전부터 식당을 하여 실제로 반백년을 이어왔답니다. 작년에 처음 갔는데 덴뿌라-탕수육이 아닙니다-를 시켜 짬뽕국물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덴뿌라는 소스 없는 탕수육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고기만 튀긴 탕수육과는 달리 각종 채소를 함께 튀겨 냅니다. 소스가 없이는 맛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얇은 튀김옷에다가 간을 제대로 해야 하고, 튀김실력도 좋아야 하기에 덴뿌라가 메뉴로 있는 중국집이라면 튀김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된다고 합니다.
왜관 출장길에 공단 직원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낮 시간이고, 둘이라 덴뿌라는 시키지 않고, 지인이 안내해준 대로 이번에는 잡채밥을 시켰습니다. 불향 가득하고 비벼 먹기 좋게 국물이 자작한, 일반 잡채밥과는 다른 모양새였습니다. 비벼 먹으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고춧가루를 넣어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 하시기에 그리 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더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밥이나 요리를 시키면 단무지와 양파 외에 한 가지 반찬이 더 나옵니다. 총각김치입니다. 잡채밥도 맛있었지만 요 총각김치가 또 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맛있는 것이 있습니다. 푸근한 인심과, 주인과 손님 간, 손님끼리 나누는 정겨운 안부인사입니다. 방이 두 개 있고 홀에는 4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홀에는 혼자 혹은 둘이서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나, 매일 오시는지, 이웃이라 그런지 서로들 친숙하게 인사 나누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7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께서 짜장면을 한 그릇 드시더니 두 그릇 값을 내더군요. 좀 지나니 60대로 보이는 손님 한 분이 들어오는데 주인께서는 그분께 원장님이라 부르며 다른 분이 점심값을 내주셨다고 하더군요. 오가는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 원장이라 불리는 분이 70대 할아버지의 밥값을 내 주셨는데 그에 대한 되갚음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정담 나누는 훈훈한 분위기, 밥값을 서로 내 주는 정이 맛에 더해져 더욱 맛이 좋아졌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시고, 양파건 청각김치건 다 먹어간다 싶으면 먼저 가져다 주시고 커피도 한 번씩 타 주십니다. 정이 넘치는 분입니다. 중학교 육상부 동기로 만나 결혼하여 함께 반점을 경영하고 있는 부부는 낚시도, 당구도 함께 즐긴다고 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2시면 영업 마치고 낚시에 이어 당구까지 함께 친다고 합니다. 부러웠습니다.
지난주엔 이 반점을 네 번이나 찾았습니다. 출장 동행자와 두 번, 아내랑 두 번. 그래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같은 식당, 같은 메뉴를 두 번이나 찾은 것은 생전 처음입니다. 네 번 가면서 갈 때마다 만난 이들도 여러 분 됩니다. 이젠 눈인사도 교환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맛깔 나는 식당입니다. 왜관역 맞은편, 왜관읍 왜관리 235번지, 중화반점이 그곳입니다.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모셔온 글)=======================
우리는 늘 배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내서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음을,
물방울처럼 작은 힘도 함께 모이면
깊고 큰 사랑의 바다를 이룰 수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늘 돕습니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어버이 마음, 친구의 마음, 연인의 마음으로
성실한 책임과 친절한 미소를 다해
하찮은 일도 보석으로 빛내는 도우미로
자신을 아름답게 갈고 닦으렵니다
우리는 늘 고마워합니다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할 우리나라, 우리 겨레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이 곁에 있음을,
가끔 잘못하고 실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가
우리를 재촉하고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우리는 늘 기뻐합니다
서로 참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에만
활짝 열리는 사랑과 우정의 열매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는 축복을,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은혜를
함께 기뻐합니다
우리는 늘 기도합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사랑을 거스르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걸림돌이 아니라
겸손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에 대해서 말만 많이 하는 이론가가 아니라
묵묵히 행동이 앞서는 사랑의 실천가가 되도록
깨어 기도합니다
우리는 늘 행복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는 이 길에서
메마름을 적시는 자비의 마음,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손길이
더 많이 더 정성스럽게
빛을 밝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래서 힘겨운 일들 우리에게 덮쳐 와도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노래하렵니다
이웃은 사랑스럽고, 우리도 소중하다고
겸허한 하늘빛 마음으로 노래하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축복해주십시오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새롭게 선택한 사랑의 길을 끝까지 달려가
하얀 빛, 하얀 소금 되고 싶은 여기 우리들을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