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2 - 서영남
9월 30일(목)
베로니카와 함께 원주교도소에 갔습니다. 맑은 가을날씨입니다. 코스모스가 피었습니다.
정선호(가명)는 스물여덟 총각입니다. 이번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만기 출소를 하려면 앞으로도 다섯 해도 더 지나야 합니다. 매달 베로니카와 편지하고 전화하지만 면회는 일 년에 한 번씩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면회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서 이번으로 미뤘습니다.
오후 두 시에 특별 접견실에 들어갔습니다. 약 삼십 분 정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악수도 할 수 있고 그렇습니다. 정선호가 밝은 얼굴로 접견실로 왔습니다. 참 이렇게 밝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공부하기 싫다면서 돈이라도 좀 더 벌려고 전일 공장에 다닌다고 합니다. 살살 달래서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도록 권유했습니다. 11월부터 공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민원실로 들어가서 영치금과 맛있는 음식을 넣을 수 있는 만큼 넣어주었습니다. 5만원 한도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덕평 휴게소에서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를 했습니다.
반가운 소식! 안드레아 형제가 운전면허 시험 중 필기시험을 86점에 합격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글을 몰랐는데 베로니카와 편지하면서 글을 알게 되었답니다.
10월 1일(금)
모니카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혹시나 청송을 갈 수 없을까봐 미리 감기약을 먹고 따뜻하게 잤다고 합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이젠 밤이 길어졌습니다. 안개도 짙습니다.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가랫재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뷔페식 식당인데 한 사람 당 육천원입니다. 그런데 20% 할인을 해 줍니다. 또 식사 끝난 다음에는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오전에는 경북북부 3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청송 3교도소가 이젠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3교도소에는 재소자도 있지만 감호자도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오후에는 청송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청송교도소는 경북북부1교도소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가을 운동회가 한창입니다.
형제들과 진흙으로 지금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빚었습니다. 또 하나는 출소하고 만 삼년이 지난 다음의 나의 모습을 빚었습니다. 무기징역이 아닌 형제들 중 한 면이 출소하고 만 삼년이 지난 해가 2032년이라고 했습니다. 가슴이 찡합니다. 무지징역을 받은 두 형제는 언제 출소할지 기약도 할 수 없기도 합니다. 모임이 끝나고 형제들 영치금을 넣어주었습니다.
모니카가 안타까워합니다. 겨우 스물세 살 먹은 형제의 영치금 잔액이 단돈 96원 뿐인 것을 보고 놀랍니다. 만 원을 넣어주었으니 잔액이 10,096원입니다.
10월 2일(토) 흐리다가 비.
오늘은 민들레진료소 네번 째 문을 여는 날입니다.
오늘은 미역국을 끓이고, 얼갈이 열무김치, 무생채, 고추잎나물, 달걀프라이, 전어구이, 감자채 볶음을 내었습니다. 후식으로는 사탕을 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민들레식구를 위해 조그만 단칸방 하나를 얻었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에 월세 십만 원입니다. 그래야 옥련동 민들레의 집을 수리해서 노인인데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지내시는 몇 분이라도 모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민들레 꿈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 밥집 이층을 계약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이층을 수리하고 준비해서 민들레 꿈 도서관(가칭)을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슬왕자님이 반바지 차림으로 국수집에 왔습니다. 용돈을 드리지 않으니 아주 얼굴이 좋습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천원만... 매정스럽게 거절했습니다.
로사 자매님께서 어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과 공부방에 자원봉사를 하시기 위해서 한 달 계획으로 오셨습니다. 한 달 동안 민들레 꿈 공부방에서 지내시면서 봉사활동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로사자매님께서 오늘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 아이들 간식을 챙겨드리고 설거지 하시느라 고생이십니다. 오늘 간식은 요구르트, 사과 그리고 순대입니다. 저녁 메뉴는 카레라이스라고 합니다. 그래서 감자채볶음과 두부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제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참사랑의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마음의 등불입니다^^
살기 힘든 요즘 어려운 이웃에게 다정한 벗이 되어주시고 기댈 수 있는 의지처가 되어주시는 수사님께 하나님께서 멈추지 않는 에너지를 공급해주시도록 빌겠습니다.
실천하는 민들레 국수집 일상을 읽으면 읽을수록 신앙의 방향,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수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