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날이 더워지고 있고 나날이 폭염인 요즘이네요.
무슨 찜통기에 들어간 만두 신세가 된 것 같아요.
음, 만두 하니까 갑자기 땡기네.
오늘의 책이 ‘밥집’을 소재로 일상 테마를 잡은 작품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요즘 감상문을 자주 올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자주 보니 조금 질리시나요?
에헤이, 설마. 그럴 리 없겠죠, 당연 없지, 없을 거야, 없어야 해!
도서명: 밥 먹고 가라 전 20권
* 이 소설은 아이프리 동호회 코너에 있는 ‘독서천국’이란 곳에서 다운받은 작품입니다.
PS. 그 동호회는 자료를 공유하는 게 금지되어 있고, 가입하면 규칙적으로 감상과 후기, 댓글 등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 소개글 서평
이번에 읽은 ‘밥 먹고 가라’는 사실 분량을 보고 끌린 책이다. 무려 20권이지 않은가. 운이 좋다면 당분간 스트레스 쌓일 일이 없지 싶었다. 게다가 ‘밥집’이라는 소재도 좀 끌렸다.
그런데 바로 파일을 다운받기 전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다. ‘레이드’에 얽힌 여담이 말이다. 그 전에 먼저 이 작품의 내용을 소개해야겠다. 그래야 이해가 빠를 테니까 말이다.
판타지에서 현실로의 귀환, 그런데 현실에서도 판타지 레이드?
주인공은 강철호, 옛날 지구에 살던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데 30년 전 차원의 틈인가 하는 괴상한 곳에 잘못 얽혀서 이세계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리고 ‘미로라이카스’라는 이름으로 마왕과 대판 싸우고 에스판 대륙을 위기에서 구한다. 그때 철호의 나이 환갑, 세계의 용사가 된 그의 꿈은 딱 둘이다. 첫째, 고향 지구로의 귀환. 둘째, 적당한 자리에 밥집을 차리는 것.
엄청 소박하지만 그에게는 절실하다. 그리고 철호는 그 두 개의 꿈을 성취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돌아온 지구는 레이드의 시대.
강철호는 더는 싸움을 원하지 않고 전쟁이 지긋지긋하다. 판타지도 영웅의 업적도 성가시기만 하다. 그리하여 서대문 한구석에 밥집을 차리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 하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평범한 밥집의 일상. 사람 사는 이야기. 손님과 주인의 훈훈한 하루.
이상이 이 책의 주요 스토리이다. 자, 보시다시피 소개글에 지구의 상태가 ‘레이드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대체 ‘레이드’란 무슨 뜻인가?
본인은 영어에 약하다. 수학보다는 덜해서 간혹 팝송을 흥얼거리지만, 또 글속에서 이따금씩 영어가 출몰되긴 하지만, 어쨌든 영어, 그 과목 선호하진 않는다. 그래서 무식하게도, 또 창피하게도 ‘레이드’의 의미가 아리까리했다. 아니, 문맥 봐서 대강 짐작은 가는데, 그건 단지 짐작일 뿐이잖는가.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인터넷 어학사전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보았다. 레이드(raid)의 뜻은 기습하다, 공격하다.
어이, 소개글이랑은 영 미스매치잖아! 평범한 밥집에 사람 사는 얘기라며? 그런데 왜 기습과 공격이 들어가느냔 말이다!
그렇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렇게 토막 공부를 하고 작품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주인공 철호가 밥집을 개업하면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와 감정적 교류가 주요 스토리이다. 그러나 지구는 평화의 시대가 아닌, 기습과 전투가 난무하는 곳으로 변했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차원의 틈인가 구멍인가 하는 곳에서 각종 몬스터가 후두둑 떨어졌고, 그래서 지구의 문명이 꽤나 후퇴하게 됐다는 설정. 다행히 각성자라고 하는 초능력자 비슷한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협회’를 이루고 도시를 만들어 살아가게 되었다. 그중 서대문의 한구석, 주인공이 운영하는 밥집이 있는 것.
처음에는 강철호 혼자였지만 빨간 드래곤 칸, 알에서 태어난 파란 드레곤 꼬마 귤까지 인원이 점점 늘어난다. 심지어 과거에 전장 한복판에서 서로 박 터지게 싸웠던 마왕 에코까지 합류하게 되고, 나날이 갈수록 다양한 손님들도 찾아온다. 각성자 멤버로는 마창사, 식신, 섀도우 캣, 젠틀맨, 꽃순이 등이 있다. 이쪽은 본명보다 별칭이 자주 나와서 이름은 기억이 아리송하다.
물론 일반 사람들도 있다. 소식의 일인자, 유명 작가 김자희 씨, 워낙 운이 없어서 지우라는 본명보다 전생에 대죄를 저질렀다는 ‘죄우’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인물까지. 아, 그 외에 다양한 이종족들도 손님이다. 동해바다 해룡이라든가, 뱀파이어라든가, 봄과 여름과 겨울 요정이라든가.
각각의 이야기마다 잔잔한 뭔가가 있다. 일상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일상인데, 그 하나하나를 낱낱이 살피면 또 일상인 하루하루. 밥집의 요리는 그날그날 다르다. 몬스터를 적극 활용한 특대 특식의 메뉴들. 지구가 대격변을 겪느라 평범한 가축이 씨가 말라 생긴 자급자족의 수단이다. 그래서 밥집 주인이자 주방장 철호는 몬스터 고기로 온갖 요리를 한다. 몬스터라 달걀 프라이 하나도 엄청 큰 특대 사이즈가 된다는 점을 활용, 양은 많고 가격은 저렴한 밥집이 탄생했다. 어째서인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엄청 젊은, 전직 영웅이 사장인 엄청난 곳.
그러나 밥집은 지극히 평범하다. 손님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묵묵히 한 끼를 대접하고, 이따금 충고나 조언도 건네는. 정말 편하고 다정한 분위기가 난다. 어디 시장 구석 골목길 하나에 있을 법한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상당히 자주 웃기는 개그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에코와 칸이 저지르는 말도 안 되는 짓들은 이종족이 인간세계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단적으로 혹은 좀 과장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점이 코믹해서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있었다.
그중 만화 작가로 데뷔한 칸이 마감 치는 모습이 아주 짠했다. 본인도 파트타임으로 객원기자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기사 마감 칠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공감이 매우 잘 됐다. 물론 본인은 칸처럼 최후까지 버티다가 납기를 맞추는 일은 아직 없다. 에헴, 이래봬도 성실한 마감을 치고 있단 말씀!
한편 전직 마왕이었던 에코는 설거지 당번으로 새출발을 시작한다. 우연히 불시착한 세계가 지구인 게 그의 비운이다. 철호한테 신나게 얻어터진 건 당연하다. 그러다 점점 착해져서 나중에는 뒷세계를 탈탈 털어 입수한 자금으로 조물주보다도 위대하다는 건물주가 된다. 그것도 꽤나 여러 개를 가진 건물주. 그 후 월세를 받기 위해 온갖 협박과 폭력을 ..... 자행하는 게 아니라, 각종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을 한다. 집세 저렴, 건물 내부에 피트니스 클럽과 식당 조성,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원 확보 등.
우와, 이 정도면 꿈의 오피스텔 아닌가. 이게 다 월세를 제때 꼬박꼬박 받기 위한 전직 마왕의 계략이라는 거. 나중에는 온갖 음식점 체인과 인력 시장까지 구축하게 되는 전직 마왕 에코. 읽으면서 이녀석을 현실로 끌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복지정책 맡기면 아주 잘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가 한 대륙을 아작낼 뻔한 사건을 저질렀던 건 에코가 오직 그 길밖에 몰라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고, 누구도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해준 적이 없어서, 그는 오직 싸움과 전쟁밖에 보지 못했던 게 아닌가 하는. 그래도 지구에 불시착해서 신세계를 경험하고 갱생했으니 됐지 뭐.
아, 쓰다 보니 이 꼬마를 빼놓을 수 없다. 귤이, 맨날 뀰뀰뀰 하고 웃는 파란 드레곤. 그런데 드레곤 치고 정말 앙증맞은 캐릭터이다. 클래스랄까, 뭔가 특별한 능력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간적이다. 삑삑이 신발에 엄청난 애착을 보이고, 신상을 사보겠다고 설날도 아닌데 새배를 하기도 하고, 또 편식도 하고 어린이 TV 캐릭터 펭귄 뽀뽀를 아주 좋아한다. 이런 천진한 모습이 드레곤이기보다 사람 같달까. 사고 과정도 꽤나 특이해서 독서하다 보면 이녀석 때문에 배꼽 잡는 일이 종종 있다. 또 옛날 생각도 나고.
본인도 뭔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잠잘 때 끌어안고 자곤 했다. 빨간 리본이 달린 어린이용 구두. 밀짚모자를 쓰고 드레스를 입은 소녀 인형. 테엽을 감으면 음악이 나오는 예쁜 오르골 보석함. 이런 걸 받으면 엄청 좋아서 어딜 가든 들고 다녔더랬다.
하지만 이 지구는 평화만 있는 세계가 아니다. 이따금 벌어지는 게이트에서는 몬스터가 쏟아지고, 각성자들은 그것들과 싸우다가 다치거나 죽고, 누군가는 전쟁의 시대에 가족을, 친우를 잃고, 그 상처로 인해 슬퍼한다.
특히 작품 초반에 나왔던 묘소를 지키던 할머니 사연이 가장 가슴이 찡했다. 폐지를 주으며 남편과 손자가 좋아했던 짜장면을 묘소에 바치는 알치하이머를 앓는 할머님.
아무리 명분이 그럴싸한 전쟁이라도, 또 아무리 정당한 전쟁이라도, 전쟁이란 슬픔만 남긴다는 걸 새삼 깨달았달까. 그래도 떠난 사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인간이란..... 그 얼마나 안쓰러운 존재인지. 또 그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이처럼 이 작품은 판타지지만 정말 일상적이고, 그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철호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때때로 전장으로 나서고, 칸과 에코, 다른 각성자나 이종족들도 한손 거든다. 일상, 어찌 보면 지루하고 평화롭고, 너무 흔한 매일매일이라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누구나 특별함을 바라지, 평범함을 바라기는 쉽지 않으니까.
본인부터도 간혹 일탈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말없이 말하는 것 같다. 일상이 곧 특별한 하루라고. 맨날 보는 얼굴, 이따금 마주치면 건네는 인사, 혹은 낯선 만남과 새로운 길, 언제까지고 뜨고 지길 반복하는 태양과, 또 찾아왔구나 싶은 지리한 밤. 그런 모든 것이 특별한 하루라고. 가끔 힘든 일, 특별하게 지치는 일이 있어도 그 모든 건 일상의 한 과정이라고. 특별함 속에 지칠 때 일상이 그립게 되는, 그렇기에 일상은 특별하다고.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웬지 따스하고 든든한 이야기라고 평하겠다. 워낙 강한 주인공 때문에 이렇다 싶게 오싹오싹한 위기나 조마조마한 전투 장면은 정말 없다시피 하다. 그냥 소위 말하는 먼치킹인가 먼치킨인가 하는 그 장르니까.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뚫고 극복하고, 그런 재미를 찾는 독자한테는 권하기 좀 그렇다. 하지만 약간 많이 과장스럽지만 그래도 평범한 일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펼쳐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