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람선도 다니는 고산 호수 목격조해
강정에 도착하니 호텔 예약에 문제가 생겼다. 첫날에 일정이 일부 수정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수소문 끝에 숙소를 정하고 목격조해(木格措海)로 향했다. 목격조해는 해발 3,780m의 무성한 산림 속에 위치한 길이 5km, 넓이 1.5km, 깊이 70m 가량의 깨끗한 호수다. 유람선을 탈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고소증세로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하다. 호수에서 어느 정도 내려오면 솟아 오르는 온천물에 발 마사지를 하는 곳이 있다. 목격조에서 도보로 두서너 시간 하산하면 계곡 속에 자리 잡은 칠색해(七色海)가 나온다. 아담한 호수인 이곳은 뒤로 보이는 산과 정원 같은 초원이 어우러져 풍경이 아름답다.
▲ 고산 호수인 목격조해. 유람선도 다니는 엄청난 규모가 놀랍다.
저녁에는 장족의 민속공연을 보았다. 강정은 강파(康巴) 문화의 중심지로, 사람들은 매우 정이 많고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가무를 즐기는데, 이곳 사람들의 낙천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도중 무대를 잠시 빌려 생일을 맞이한 문일(57)씨의 특별한 생일잔치가 있었는데, 부부동행이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었다.
7월26일(수), 화창한 날씨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탑공(塔公)초원의 탑공사을 보려 천장공로 상의 감자현쪽으로 출발했다. 강정을 출발하자마자 서서히 돌고 도는 오르막이다. 가파른 산등성이에서 야크를 방목하는 장족 유목민들의 이채로운 모습을 보면서 도착한 곳이 중국과 티벳 분기점인 절다산(切多山) 고갯마루(4,298m)다.
이곳에는 흰 색의 큰 탑이 있어 지나는 사람들이 기도 후에 형형색색의 색종이를 허공에 뿌려댄다. 이 험난한 길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몇 명의 대학생들이 인상적이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이며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데, 이 초원의 중앙에 보살이 가장 좋아했다는 전설이 있는 탑공(3,700m)이란 곳이 있다.
강정을 출발한 지 4시간 후,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탑공 초원지대(3,800m)에 도착하니 멀리 무명봉(5,600m)으로 보이는 설산의 위용이 대단하다. 이 설산을 배경으로 말타기 등을 하고 인근에 있는 저명한 샤까파 사원인 탑공사에 입장하여 내부를 구경했다.
7월27일(목), 오늘은 아미산시으로 가는 일정이다. 노정시 앞에 버티고 있는 이랑산을 넘어 천전, 아안, 홍아(洪雅), 협강을 거쳐야 한다. 일정상 첫날 와야할 길이었는데 비 때문에 가는 길이 되어버렸다. 산악도로가 다 그렇듯 이랑산 도로도 꾸불꾸불 오르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좁은 도로 옆 절벽쪽에 지은 이곳의 가옥은 보기만 해도 위태로워 보인다. 산 정상부(3,000m)에는 이랑산터널이 있는데, 길이가 4.7km가 조금 넘는다. 이곳을 통과하여 천전에 도착하면 며칠간의 험준한 산악도로의 여정이 끝난다.
▲ 탑공사 풍경. 마침 스님 한 분이 경전을 돌리며 걸어가고 있다. (왼쪽) 아미산 금정(3,077m). 바위벼랑 꼭대기에 지은 건물의 위용이 대단하다. (오른쪽)
오늘 숙박지는 아미산에 있는 금정호텔(3,077m)이다. 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미산(3,099m)은 절강성의 보타산, 안휘성의 구화산, 산서성의 오대산과 함께 중국의 불교 사대 명산의 하나로 보국사, 만년사, 복호사, 뇌음사, 대평사, 청음각 등 70여 개 사찰이 있으며,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이 뇌동평(2,430m) 주차장, 도보로 접인전(2,540m) 까지 간 다음 케이블을 타고 금정(3,077m)에 오른다. 금정(金頂)에는 화장사(華藏寺)라는 절이 있고, 그 앞에 황금빛 사면시방보현금상(四面十方普賢金像·동서남북을 바라보는 코끼리상 위에 10개 방향으로 배치된 보현보살 얼굴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우측 수직절벽 위에 서있는 만불정(萬佛頂)이 아미산 정상이며 멀리 공가산도 조망된다. 아미산 이정표 등에는 한글로도 표시가 되어 있다.
▲ 많은 탑과 산 위에 꼽힌 깃발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탑공사. (왼쪽) 사천성의 오지 도시 탑공진.(오른쪽)
B코스 48km 하산 구간 완주
다음날은 아미산 산행이다. 코스는 크게 두 가닥이다. A코스는 금정에서 태자평~접인전~뇌동평~세상지~구령강~화엄정(1,914m)~초전(1,740m)~장노평~만년사(1,020m)~주차장까지의 약 30km 구간이고, B코스는 금정에서 오현강 주차장까지 약 48km 구간인데, 일행은 B코스로 하산하기로 했다. 코스에는 중간에 탈출로가 없어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한다. 그것도 높이 25cm 정도의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전 7시25분 인원 점검 후 금정(3,077m)을 출발하여 태자평(2,858m)~접인전(2,540m)~뇌동평(2,430m)~세상지(2,070m)~구령강(A코스 갈림길)~우선사(1,680m)~장수교~선봉사(1,752m)~차붕자(1,530m)~급경사 99굽이~홍춘평(1,120m)~일전천~청음각(710m)을 거쳐 오현강 주차장에 오후 4시30분에 도착하였다.
일부 구간에서 가마꾼들이 걷기에 힘겨워하는 사람을 유혹했지만 아무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우려했던 젊은 여중생 엄은수, 고교생 엄태우, 여대생 손미선도 잘 걷는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9시간동안 걸어서 하산하니 모두의 걸음걸이가 정상이 아니다. 몇 사람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한다.
7월29일(토), 낙산은 아미산에서 동쪽으로 90여 리 떨어진 곳에 있으며 세계 최대의 불상인 낙산대불(樂山大佛)이 있는 곳이다. 대불은 대도하와 민강, 청의강이 만나 굽이쳐 흐르는 강변의 바위산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이가 71m인 이 불상은 당나라 현종 때 해통법사(解通法師)가 여름이면 백성을 괴롭히던 홍수를 부처의 힘으로 막아내고자 만들기 시작하여 90여 년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대불을 보호하기 위한 누각이 13층 높이로 지어졌으나 명 때 부서졌다고 한다. 대불을 감상하려면 유람선을 타거나 대불 옆 계단을 내려가 대불 발밑에서 볼 수 있다. 낙산대불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점심 후에는 협강(夾江)의 천불암을 보러 갔다. 천불암은 청의강변에 있는 300m 암벽에 불상을 조각한 것으로 2,470여 개의 다양한 불상이 있는데, 일부는 머리부분 등이 많이 훼손되었다. 또한 이곳에는 수공 제지박물관이 있어 예전의 제조방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주원료는 대나무였다고 한다.
7월30일(일), 시내의 무후사(武侯祠)를 찾았다. 무후사는 촉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을 기리는 사당이다. 유비의 묘인 한소열묘(漢昭烈廟) 옆에 세운 무후사는 명 초인 14세기 말 한소열 묘와 합쳐 이곳의 정식명칭은 한소열묘이나 주군을 뛰어넘는 제갈량의 지략과 충심을 존경한 후세 사람들이 계속 무후사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군신을 함께 기리고 있는 이곳에는 유비전, 공명전, 삼의묘(三儀廟), 유비의 묘인 혜릉(惠陵)이 있다. 이 혜릉은 도굴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도굴자는 비명횡사를 한다고 한다. 인근에는 두보초당(杜補草堂)이 있다. 시성(詩星)이라 불리는 두보가 당나라 현종이 안사의 난을 피해 성도로 피신 왔을 때 따라와 머물던 곳으로, 4년 정도 기거하면서 240여 편의 시를 지은 곳이다.
수많은 자연풍경과 유구한 역사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중국이 부럽기만 하다. 성도을 출발하여 상해공항에 도착해 환승하는데, 이번에는 술 사건이 일어났다. 상해공항 국내선 라운지에서 산 술을 국제선 검색대에서 또 압수(?)하는 것이 아닌가, 검색대를 통과하면 바로 면세품가게가 즐비한데도 말이다. 왜 파느냐고 항의하니 고개를 돌리고 대꾸가 없다. 정말 화가 치밀었지만 시간이 없어 돌아서고 말았다. 국제선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무사히 일정을 마친 안도감 속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글 진종익 /사진 박중신
카페 게시글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