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사진 전망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지난 2010년 이후 한국사진은 그 이전 10여 년 동안 빠르게 변모한 지형과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진계는 1960년대 후반에 출생한 사진가들을 분기점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영역, 지향점, 작품의 내용 및 주제, 미학 등이 많이 변모했다. 그 이전 세대들은 사진계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했었고, 직업적인 사진가들은 대부분 광고사진가 혹은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또한 예술사진은 아마추어사진가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업적인 사진가들 중 사진가로서 자신의 작업을 하는 이들은 사진학과교수이거나 프리랜서 사진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매체에서 활동한 일부 사진가들도 개인적인 작업을 병행하면서 단체전이나 개인전을 통해서 자신의 작업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가 아직도 여전히 한국사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사진은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를 거치면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진문화를 프로사진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서 아마추어리즘에서 탈피하기 시작했고, 동시대 세계사진의 흐름과 조우했다.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 1950년대에 출생한 사진가들이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사라졌고 한국사진의 국제화, 세계화, 현대화를 주도한 이들 중 살아남아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보수화되어 한국사진의 역동적인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기존의 예술제도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내부적으로도 국제성을 표방한 대규모 사진행사들이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시기부터 많은 사진전문가들에게는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사진축제 등과 같은 대규모 사진행사가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로 부각되었다. 또한 사진가들을 위한 여러 상과 지원프로그램도 큰 관심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외에도 일부 젊은 사진가들은 해외에서 개최되고 있는 사진축제에 참여하기도 하며 활동무대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진은 일부 중견 사진가들 중심으로는 사진계 내부권력에 집착하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급속도로 늘어난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자신들의 영향권에 묶어두고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서 일부 세력들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나 사진 강좌를 수강하는 이들에게 사진의 다양한 가능성과 영역을 일깨워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사진이나 저널리즘사진만 주입하여 획일적인 사진 찍기를 하도록 유도하여 사진문화의 하향평준화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공적인 행사로 포장한 상업적인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한국사진작가협회가 공모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서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공모전사진이나 탐미주의적인 사진에서 탈피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한국사진은 예술제도 내부에서 예술로서 자리매김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획일화된 사진학과 교육과정으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고, 국제성을 표방하는 여러 사진행사들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행사운영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획자를 비롯한 사진행사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사진은 예술제도로부터 고립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위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수상제도나 사진행사는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이들에 의해서 사유화되고 있고 위기를 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도 7월말에는 동강국제사진제가 개최될 예정이고, 9월말에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된다. 두 행사는 조직이 개편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행사를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에 이용하는 이들이 주도한다면 퇴행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여러 수상제도와 작가 지원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사진은 사회적으로 많이 확장되어 있고, 다양한 학문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이들이 관심을 갖고 사진을 표현매체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사진은 발전하고 성숙 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한국사진계는 전근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태도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진의 시대에 한국사진계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