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1 쇠날 날씨: 안개 끼고 바람이 불지만 따듯하다. 해가 쨍쨍 난다.
[채석강의 노래-자연속 학교 둘째 날]
일찍 일어난 아이들 소리에 잠이 깨는 걸 보니 자연속학교가 시작이구나 싶다. 아침 모둠은 6시 30분에 밥하러 먼저 나가고, 모두 7시 30분에 일어나 몸을 푸는 체조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걷는다. 아침 운동 마치고 아이들이 소고기미역국이 맛있다며 밥을 많이 먹는다.
아침나절 공부로 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님이 에너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생명의 근원 태양 이야기부터 탄소동화작용, 우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종류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는데 아이들 귀가 쫑긋하다.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바이오매쓰, 소수력, 조력, 일곱 가지 에너지 종류 가운데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쓰, 지열, 풍력이 시민발전소에 있다. 시민발전소 둘레를 돌아다니며 에너지 공부를 한다. 수력이란 말은 댐을 만들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물레방아같은 소수력을 재생에너지로 말한다는 것, 태영열전기란 말은 없고 태양광 전기, 태양열 집열판으로 말을 정확하게 쓸 것, 시화호 같은 조력발전소가 있는데 바다를 메꿔야 하기에 반대하고 프로펠러를 바다 밑에 꽂는 것과 같은 다른 방식을 찾는다는 것, 자전거 발전기 한 대로 1시간에 500와트 전기를 만들어 내는데 노트북 1시간 쓰는데 300와트, 빔프로젝트 1시간 쓰는데 400와트라는 것, 시민발전소에 있는 풍력발전기 한 대가 제대로 돌아가면 1시간에 1킬로와트 전기를 생산하는데, 대관령에 있는 풍력발전기 한 대가 750킬로와트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땅 속 평균 온도가 15도인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한 지열보일러 이야기, 나무펠렛 보일러를 모두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드럼통으로 만든 초효율난로를 보여주며 완전 연소와 불완전 연소를 배운다. 등용마을 시민발전소에는 30킬로와트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관전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온수와 온풍기를 돌리는 태양열 집열판도 있다. 한 시간 반쯤 시민발전소를 돌며 교육을 받고 마루에 모여 이현민 소장님이 가르쳐준 에너지 공부를 주제로 문제를 내고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맞히는 아이들에겐 밀양 할머니가 준 사탕을 선물로 주는데 손들었는데 발표를 못한 아이들이 아쉬워한다. 아이들이 참 잘 기억하고 정리를 잘한다. 아침 공부를 글쓰기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뒤 모두 모여 발표하는데 작은 것도 소중히 기억하는 아이들이 고맙다.
어제 밤 이현민 소장님이 들려준 도요새 이야기도 잘 기억하고 있다.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철새들이 호주에서 한반도까지 날아오면서 체중이 삼분의 일로 줄어드는데, 새만금 갯벌에 들려 먹이를 구해야 시베리아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 이제 갯벌이 없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슬픈 이야기와 새만금 어민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글로 풀어내는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한 아이가 새만금 방조제를 폭파하고 방조제를 만든 사람 혼내주자는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라게 한다. 학교 들어올 때부터 무기, 폭탄, 전쟁 같은 말을 자주 하고 비행기, 탱크, 총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 말을 꺼낼 때마다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며 그런 말이 모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평화로운 마음만 가득하게 해주라는 웃음 기도를 같이 하곤 한다. 아이도 선생도 웃고 말지만 아이가 그런 말을 쓰지 않도록 어찌 도울까 생각이 많다. 생명과 평화 이야기와 안팎으로 챙길 것을 많이 찾아야지 싶다.
낮 점심 당번인데 콩나물비빔밥이다. 부모님들이 재료를 모두 준비해 보내줘서 밥상 닦고 숟가락, 젓가락 놓는 일이 다다. 유찬이가 이끔이고 성범, 규태, 소현, 승민, 연재가 같은 모둠이다. 함께 일을 하다보면 아이들 기운과 결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 좋다.
낮 공부는 채석강에 가는 거다. 그래서 낮 공부 열기 시간에 자연에서 생긴 물질 광물과 암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화성암(화강암, 현무암), 퇴적암(사암, 이암, 역암), 변성암(규암, 대리암, 편암, 편마암...)으로 나눈다는 것, 제주도에 현무암, 6학년들이 경주에서 본 다보탑 석가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었다는 것,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퇴적암을 보러 채석강에 간다는 것, 풍화와 침식까지 지층과 화석에 대해 공부를 한 셈이다.
격포 해수욕장 들머리로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와본 기억을 떠올린다.
“선생님 기억나요. 와봤어요.”
넓은 바닷가 바위에 들어서자마자 물고기와 게, 고동이 아이들 손에 잡힌다. 채석강은 전라북도 변산반도 맨 서쪽에 있는 해식절벽과 바닷가를 말하고, 지형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다. 정말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대단하다. 병풍처럼 둘러선 퇴적암층을 배경으로 갯바위 생물들과 놀고 파도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한다. 갑자기 철썩 파도가 높이 치더니 아이들이 앉은 곳까지 물이 올라와 아이들이 벌떡 일어선다. 아이들과 고동을 갯바위 틈에서 잔뜩 주워놨는데 파도가 쓸어 가버려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종민이는 큰 게를 잡아 모두에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배우며 노는 아이들이 자연과 참 닮았다. 승민이는 활동보조 교사로 함께 온 어머니를 잠집에 두고 왔지만 아주 씩씩하게 잘 논다.
학년마다 사진 찍고 갯바위에서 나오는데 삶은 고동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파도가 쓸어간 우리가 주운 고동이 자꾸 생각나서 다들 입맛을 다신다. 1, 2학년이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아이들이 다시 잡으러 가자고 한다. 밀물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새벽에 오자고 해서 밀물과 썰물 공부를 하게 됐다. 오는 길에 새만금 방조제를 축으로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죽어가는 갯벌이 보인다. 아이들이 어제 본 새만금 영상과 이현민 소장님 말씀이 생각나는지 들렸다 가자고 한다. 잠깐 방조제 어귀까지 갔다 오는데 모두 갯벌이 다시 살아나길 빈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인간의 욕심이 참 부끄럽다. 사람들은 이 세상이 인간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 잊고 산다.
잠집에 와서 저녁 모둠은 밥을 짓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다 하루생활글 쓰고 방마다 쓸고 닦고 몸을 씻는다. 하루를 마칠 준비를 하는 셈이다. 틈만 나면 수건돌리기와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잠 집, 마침회에서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 칭찬하고 고치기를 바라는 부탁 말을 하며 하루를 닫는다. 최명희 선생은 아이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많이 놀아서 그런지 심하게 장난치지 말라는 부탁 말과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모두 듣는다. 정빈이는 청소를 혼자 다해서 동생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다. 다시는 안한다면서도 씩 웃는 정빈이 얼굴에 뿌듯함이 이미 들어있다.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픈 아이들은 자기 전에 소금물로 코를 씻고 따듯한 배즙을 먹는다.
모두 자리에 누우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은 ‘채석강의 노래’ 이야기다. 아주 옛날 변성족, 화성족, 퇴적족이 살았는데 채석강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다툼과 위기를 이겨낸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암석의 종류와 지층과 화석 공부를 웃기며 무서운 이야기처럼 들려준 것이니 줄거리도 엉성하고 그럴듯하지 않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그럴듯하게 듣는다. 그래서 채석강의 노래가 태어나고 아이들은 지난여름 자연속학교 때 들려준 하조의 주문처럼 늘 외우고 다닐 것 같다.